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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로열티+주식…‘보톡스 전쟁’서 일거삼득한 메디톡스

중앙일보 2021.02.22 05:00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상대방니 에볼루스와 합의안에 서명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메디톡스 사옥. [뉴스1]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상대방니 에볼루스와 합의안에 서명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메디톡스 사옥. [뉴스1]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4년 반을 끌어온 국제 소송전 ‘보툴리늄 톡신(보톡스)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보톡스 소송에 얽힌 4개 회사 중 대웅제약을 제외한 3사가 합의하면서다.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 판매를 놓고 미국에서 지적재산권 소송 중인 메디톡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엘러간·에볼루스와 3자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최대 보톡스 제약사 엘러간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메디톡스의 보톡스 신제제(MT10109L) 독점 판매권을 보유한 기업이다. 에볼루스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나보타 독점 판매권을 가진 대웅제약의 파트너다.  
 

메디톡스, 엘러간·에볼루스와 전격 합의

보톡스 소송 관련 합의 내용. 그래픽 김경진 기자

보톡스 소송 관련 합의 내용. 그래픽 김경진 기자

메디톡스·엘러간·에볼루스 3사 합의안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합의금 지급이다. 에볼루스는 향후 2년간 3500만 달러(약 390억원)의 합의금을 엘러간·메디톡스에 지급한다. 엘러간과 메디톡스의 합의금 배분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엘러간·메디톡스가 합의금을 받는 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 말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21개월간 미국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나보타를 수입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에볼루스는 합의금을 지급하는 대신 “메디톡스·엘러간이 ITC의 행정명령에 대해 에볼루스를 구제해 달라는 청원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에볼루스를 상대로 제기했던 민사소송도 철회한다.
보톡스 소송 관련 기업의 입장. 그래픽 김경진 기자

보톡스 소송 관련 기업의 입장. 그래픽 김경진 기자

메디톡스에 판매 로열티도 지급한다. 로열티 규모는 판매 기간과 국가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ITC가 수입을 금지한 기간(21개월) 이내에 에볼루스가 대웅제약의 나보타를 판매할 경우다. 미국에서 21개월 안에 나보타를 팔면 에볼루스는 메디톡스·엘러간에 매출 대비 특별요율의 로열티를,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나보타를 팔면 메디톡스에 매출 대비 두 자릿수(low-double digit) 요율의 로열티를 준다. 다만 로열티 요율은 비공개했다.
 
익명을 원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로열티 요율을 최소 10% 이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면, 미국 판매분에 적용하는 특별요율은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에볼루스의 미국 내 주보 순매출은 2019년 기준으로 3420만 달러(약 380억원), 비(非) 미국지역 순매출은 70만 달러(약 8억원)였다.
보툴리눔 균주 도용 등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휘말린 대웅제약의 사옥에 설치된 대웅제약 간판. [연합뉴스]

보툴리눔 균주 도용 등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휘말린 대웅제약의 사옥에 설치된 대웅제약 간판. [연합뉴스]

수입금지 기간(21개월)이 지나면 로열티 요율은 다소 낮아진다. 주보 매출 대비 5% 안팎(mid-single digit)을 메디톡스에 지급한다. 메디톡스의 제품 라이선스가 유효한 기간까지 계속 로열티를 지급한다.

 
메디톡스가 에볼루스 주식을 취득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보통주(676만2652주)를 67.62달러(7만5000원)에 취득한다. 1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12.29달러인 에볼루스 주식을 주당 0.00001달러(약 0.1전)에 매입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2대 주주(16.7%)로 올라선다. 향후 메디톡스가 에볼루스 영업망을 활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메디톡스로선 이번 보톡스 소송을 통해 일거삼득(一擧三得·한 가지 일로 세 개의 이익을 거둠)한 셈이다. 
 

메디톡스 “승리” vs 대웅 “국내 소송 남았다”

2016년부터 무려 4년 반 동안 진행 된 글로벌 보톡스 소송 일지. 그래픽 김경진 기자

2016년부터 무려 4년 반 동안 진행 된 글로벌 보톡스 소송 일지. 그래픽 김경진 기자

미국은 전 세계 보톡스 시장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엘러간은 미국 시장의 70%를 점유한 최대 기업이다. 에볼루스도 2019년 이후 분기별 매출 증가율이 50%에 이를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글로벌 보톡스 시장의 강자들과 손을 잡으면서, 대웅제약이 이른바 ‘보톡스 전쟁’에서 다소 밀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대웅제약 측은 “대웅제약은 이번 3자 간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다”며 “에볼루스의 독단적 행동에 대웅제약이 사전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ITC의 행정명령에 대해서 항소했다. 3자 합의 직전인 18일(현지시간)에도 대웅제약은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에 대한 신속심사 절차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 3사 합의로 소송이 실익이 사라졌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항소의 대상(ITC 행정명령)이 사라지면서, 공동원고인 에볼루스와 함께 항소를 취하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대웅제약은 이번 3자 합의로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판매 재개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며 “이번 3자 합의로 대웅제약도 미국에서 진행 중인 보톡스 사업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에볼루스와 함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국내에서도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와 합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소송을 통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혀낼 것”이라며 “국내 소송에선 승소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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