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한 가족] 2개 질환 동시 치료, 10분 내 응급처치…로봇 수술 새 길 연다

중앙일보 2021.02.22 00:04 건강한 당신 3면 지면보기
고려대안산병원 장하균·박재영·지웅배·이창민 교수(왼쪽부터)가 암 환자의 효과적인 로봇 수술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고려대안산병원 장하균·박재영·지웅배·이창민 교수(왼쪽부터)가 암 환자의 효과적인 로봇 수술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특성화 센터 탐방 고려대안산병원 로봇수술센터 

 현대 의학은 기술과 의술이 만드는 합작품이다. 첨단 장비를 활용한 로봇 수술도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연구가 뒷받침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외과·산부인과·비뇨의학과 등 전체 진료과에 고른 로봇 수술 실력을 자랑한다. 개복·복강경 수술의 노하우를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환자 만족도와 의료의 질 향상이란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평가다. 
 로봇 수술은 ‘현대 의학의 꽃’으로 불린다. 관절이 달린 로봇 팔과 카메라를 이용해 혈관·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병이 있는 부위만 정밀하게 도려낸다. 절개 범위가 3㎝가량에 불과해 출혈·흉터가 적고 일반 수술보다 환자 회복 속도가 훨씬 빠르다. 외과를 중심으로 암·비뇨기·부인과 질환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최근 10년간 국내 병원계에선 로봇 수술 붐이 일었다.

절개 최소화로 출혈·흉터 적어
일반 수술보다 환자 회복 빨라
의료진 교육으로 속도·정확성↑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로봇 수술이 정답이 될 순 없다. 질환 종류나 병기, 건강 상태에 따라 치료 효과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개복·복강경 수술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치르고도 치료 결과는 비슷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로봇수술센터 지웅배(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로봇 수술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의사의 풍부한 경험과 정확한 판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부터 최소침습 수술 연구

 
 고려대안산병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복강경·로봇 등 최신 기술에 주목했다. 최소침습수술연구회를 조직해 각 진료과의 벽을 허물고 분기마다 심포지엄을 열어 로봇 수술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지 교수는 “진료과별로 특화한 로봇 수술법을 공유하며 영감을 받고, 이를 응용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안산병원에서 시행하는 ‘축소 포트 위암 로봇 수술’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로봇 수술(5개)보다 작은 3개의 구멍만으로 수술해 환자 부담을 최소화한 치료법이다. 이창민(위장관외과)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갑상샘 절제술에서 카메라와 전기 칼(에너지 절삭기)을 하나의 구멍에 삽입하는 것을 보고 모티브를 얻었다”며 “관절이 달린 로봇 팔과 에너지 절삭기의 장점을 살리면 경직된 복강경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수술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애초에 이 교수는 구멍의 개수에 맞춰 로봇 팔을 3개만 사용해 수술을 집도했다. 세계에서 처음 시도한 치료법으로 지난해 국제학술지 ‘아시아외과학회지’에 개재되며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도구를 적게 쓰는 만큼 조직 유착이 심하거나 비만인 환자는 시야 확보나 조직 절개에 어려움이 따랐다. 이에 그는 복강경 수술 시 도구를 삽입할 때 쓰는 ‘다채널 투관침’을 이용, 카메라와 관절형 에너지 절삭기를 함께 삽입해 4개의 로봇 팔을 모두 사용하는 치료법을 새롭게 개발·적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반 로봇·복강경 수술처럼 카메라와 에너지 절삭기가 항상 같은 곳을 향하기 때문에 동일한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고려대안산병원에서는 자궁·방광·직장처럼 인접한 부위에 발생한 질환을 로봇으로 동시에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이모(46·여)씨는 불규칙한 생리와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거대 자궁근종과 직경 4㎝의 직장 종양을 동시에 진단받았다. 로봇수술센터의 산부인과·대장항문외과는 협진을 통해 로봇 자궁적출술을 시행한 뒤, 추가로 5㎜의 작은 구멍에 복강경 수술 도구를 삽입해 종양을 치료하는 방안을 찾아냈고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장하균(산부인과) 교수는 “두 개의 질환을 로봇으로 한번에 치료하면 추가 절개·마취가 필요 없어 환자의 시간·비용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의료진 간 원활한 소통으로 최적의 치료 방안을 찾아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환자에게 도움 될 때만 로봇 수술 권유

 
로봇 수술의 경험이 쌓이면서 기존의 한계로 지적됐던 준비 시간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최소 30분이 걸리던 데서 10분 내 응급 로봇 수술이 가능할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장 교수는 “로봇 수술을 보조하는 전공의·간호사에게도 정기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의료진 전체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속도·정확성 모두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고려대안산병원은 ‘환자 중심’ 로봇 수술을 추구한다. 의학적인 근거가 충분하거나 환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돌아가지 않으면 로봇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예컨대 전립샘암은 좁은 골반 내에 위치해 일반 수술보다 정교함을 갖춘 로봇 수술의 치료 결과가 훨씬 좋다. 다만 암이 전이되지 않아 방사선 치료로도 암을 제거할 수 있는 경우 의료진은 사전에 각 치료의 장단점을 환자에게 알리는 ‘공유 의사결정’을 통해 최선의 치료법을 함께 모색한다. 박재영(비뇨의학과) 교수는 “우리에게 로봇 수술은 영리 목적이 아닌 지역사회 공헌의 의미가 크다”며 “로봇 수술을 포함해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법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