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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김소니아를 누가 막을쏘냐

중앙일보 2021.02.22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김소니아는 남편 이승준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20㎝나 큰 KB 박지수를 효과적으로 막아내 우리은행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 했다. [연합뉴스]

김소니아는 남편 이승준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20㎝나 큰 KB 박지수를 효과적으로 막아내 우리은행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 했다. [연합뉴스]

 
2020~21시즌 여자프로농구는 ‘박지수 천하’가 예상됐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된 탓에 KB의 장신 센터 박지수(23·1m96㎝)를 막을 자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아산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
올 시즌 전경기 출전 맹활약
27일부터 삼성생명과 PO대결
3년 만에 통합우승 도전

 
우리은행은 21일 부산 BNK센터에서 열린 경기에서 부산 BNK를 55-29로 꺾고 정규리그 2연패이자 1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22승8패를 기록, 2위 KB(21승8패)를 반 경기 차로 따돌렸다. KB가 24일 최종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이기더라도, 우리은행이 KB와 상대전적(4승2패)에서 앞선다. BNK는 이날 WKBL 역대 최소 29득점의 불명예를 썼다. 우리은행 박혜진(24점)과 박지현(리바운드 17개)이 활약했다.
 
시즌 개막전 위성우(50)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팀 목표는 3위”라고 밝혔다. 주득점원 박혜진이 시즌 초반 족저근막염으로 빠졌고, 베테랑 김정은마저 작년 12월 발목을 다쳤다. 우리은행은 이 대신 잇몸으로 버텼다. 특히 포워드 김소니아(27)가 30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17.1점, 9.9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8.6점, 6.9리바운드, 2.4어시스트)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기록이다. 특히 키 1m76㎝의 김소니아는 20㎝나 더 큰 KB의 박지수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그 덕분에 우리은행은 박지수의 KB를 상대로 6경기에서 4승을 거뒀다.
 
지난해 혼인신고한 이승준과 김소니아. 김상선 기자

지난해 혼인신고한 이승준과 김소니아. 김상선 기자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출신인 남편 이승준(43)의 외조도 컸다. 김소니아는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이승준도 미국계 ‘하프 코리언’이다. 이승준은 2009년부터 남자프로농구 서울 삼성 등에서 뛰다가 2016년 은퇴했다.
 
이승준은 21일 “내가 15년 전이면 (박)지수를 일대일로 막았겠지만, 지금은 아마 힘에서 밀릴 거다. 그런 면에서 소니아가 참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키 2m5㎝ 이승준은 “현역 시절 나도 키 큰 하승진(2m21㎝), 서장훈(2m7㎝)을 상대했다. 대표팀에서는 하다디(이란·2m18㎝), 왕즈즈(중국·2m13㎝)를 막아봤다. 장신 선수를 막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소니아에게 ‘골 밑에서 먼저 좋은 자리를 잡고, 힘을 적절하게 쓰면서 상대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같은 팀 (박)지현(키 1m83㎝) 이와 호흡이 좋았다. 소니아가 버텨주고, 지현이가 공을 빼앗았다”고 했다. 우리은행 평균 리바운드 42개 중 김소니아와 박지현이 20개를 합작했다.
 
이승준은 시즌 개막전부터 김소니아와 골 밑에서 일대일 훈련을 했다. 시즌 중엔 서울 신혼집에서 비디오 분석을 하면서 애정 어린 잔소리를 했다. 지난해 혼인신고를 마친 두 사람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김소니아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18일 부천 하나원큐전에서 실책 8개를 범했다. 소셜미디어에 악플이 달리자, 이승준은 김소니아에게 “쏘니(김소니아 애칭), 경기하다보면 질 수도 있어. 배우는 게 중요하고, 내일이 더 중요해”라며 격려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준은 또 “위성우 감독님도 참 대단하다. 올 시즌은 작년보다 부드러워졌다고 들었다”고 했다. 2012년 우리은행을 맡은 위성우 감독은 9시즌 중 8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주전들의 줄부상에도 김진희, 최은실, 오승인을 키워내면서 ‘화수분 농구’라는 찬사를 들었다. 특히 프로 3년차 박지현(15.3점, 10.4리바운드), 어시스트 1위(5.4개) 김진희의 활약도 돋보였다. 에이스 박혜진도 막판에 맹활약했다. 팀은 최소 실점(62.4점)의 짠물 수비를 보여줬다. 위성우 감독은 “김정은이 시즌 아웃됐을 때 정말 힘들었는데, 선수들이 정신력을 발휘해 잘 뭉쳤다”고 했다.
 
김소니아는 “주전으로 뛴 첫 시즌에 정규리그 우승을 해서 꿈을 꾸는 것 같다. MVP보다는 팀 우승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는 오는 25일 발표된다. 득점(22.5점)·리바운드(15.3개) 1위인 박지수와 김소니아의 2파전이 예상된다. 이승준은 “지수와 공동수상이 제일 좋겠지만, 한 명만 뽑는다면 소니아가 받았으면 좋겠다”며 껄껄 웃었다. 2017~18시즌 이후 3년 만에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은 27일부터 4위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3전2승제)를 치른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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