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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행성 위 5척 탐사선이 떴다…화성 이주 현실될까

중앙일보 2021.02.22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이쯤 되면 ‘화성 침공’이다. 1964년 11월 미국의 매리너 4호가 화성 근처까지 날아가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 이후로, 지금까지 50차례 가까이 각국 탐사선이 화성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지금처럼 화성의 땅과 하늘이 지구인의 ‘물건’으로 번잡한 적이 없었다.
 

‘퍼서비어런스’ 착륙…2년간 활동
NASA의 5번째 화성 탐사 로버

유럽·인도·중국·UAE 우주선도
화성 수만㎞ 상공 궤도서 탐사 중

생명체 존재 호기심, 국력 과시…
최소 수조원 비용에도 ‘탐사 경쟁’

인도의 화성탐사 궤도선 ‘망갈리안’. [중앙포토]

인도의 화성탐사 궤도선 ‘망갈리안’. [중앙포토]

지난 19일 오전 5시55분(한국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의 적도 북쪽 예제로 충돌구(crater)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앞으로 최소 2년간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토양 표본을 수집할 예정이다. 마이크 왓킨스 JPL 소장은 이날 “이번 착륙 성공이 앞으로 진행될 유인 화성 탐사의 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탐사선으로 번잡한 화성=퍼서비어런스는 ‘붉은 행성’ 화성의 고독한 탐사 로버가 아니다. 적도 남쪽 게일 충돌구 내부 아이올리스 평원엔 NASA의 또 다른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가, 그 인근 북쪽엔 고정형 탐사선인 인사이트가 활동 중이다. ‘생명’이 정지한 탐사 로버까지 포함하면 화성은 더 비좁다. 1997년 7월 인류 첫 탐사 로버 소저너가 화성에 내렸고, 2004년 1월 도착한 첫 쌍둥이 탐사 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화성 적도 부근에서 활동하다 붉은 먼지를 덮어쓰고 잠들어 있다. 역대 다섯 로버 모두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작품이다.
 
UAE의 화성 탐사 궤도선 ‘아말’. [중앙포토]

UAE의 화성 탐사 궤도선 ‘아말’. [중앙포토]

19일 퍼서비어런스가 첫발을 디딘 시각, 화성의 상공에는 미국 궤도선 외에도 유럽의 탐사선, 인도의 망갈리안, 중국의 톈원(天問) 1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말 등이 수백㎞에서 수십만㎞ 고도의 궤도를 돌고 있었다. 중국과 UAE의 화성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화성 탐사 왜 몰려갈까=지금 왜 화성일까. 퍼서비어런스와 함께 지난해 7월 지구를 출발한 중국 톈원 1호와 UAE의 아말은 지난 10일 화성 상공에 연이어 도착했다. 우선 2021년 2월 화성의 하늘에 지구 우주선이 몰려드는 이유부터. 지구에서 화성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게 아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 바깥쪽에 있는 화성의 공전주기(1년)는 지구의 배에 가까운 687일이다. 각자의 공전궤도에서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이 만나는 시점이 지구~화성 간 지름길이 열리는 ‘골든 타임’이다. 이때 가야 6~7개월 이내에 화성에 도착할 수 있다. 지금 화성의 하늘이 번잡한 이유다.
 
왜 화성 탐사일까. 화성은 무인 탐사라도 최소 수조원의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세계 주요 우주 강국들이 화성 탐사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화성 착지를 위한 ‘공포의 7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화성 착지를 위한 ‘공포의 7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JPL 우주환경그룹장을 역임한 전인수 수석책임연구원은 20일 “달은 이미 탐사한 국가가 있고, 그다음으로 인류가 탐사를 추진하고 있는 행성 중 가장 현실성 있다는 평가를 받는 행성이 지구 바로 옆의 화성”이라며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 외에도 국력 과시 등 다양한 이유로 세계 주요국이 화성 탐사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UAE의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인 옴란 샤리프는 지난해 7월 인터뷰에서 “UAE는 석유 시대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식기반 경제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며 “아랍의 청년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꿈과 미래를 심어주기 위한 계기도 필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유인 탐사=무인 탐사는 그렇다고 해도 유인 탐사는 또 어떨까. 미국 NASA는 공식적으로 2030년대 유인 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한술 더 뜬다. 2026년 이전에 유인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고,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 명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성 유인 탐사에는 무인 탐사와 차원이 다른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 NASA가 30여 년 전인 1989년에 계산한 화성 유인 탐사 연구비용만 해도 5000억 달러(약 600조원)에 달한다. 퍼서비어런스처럼 무인 탐사는 일단 화성에 도착하면 성공이지만, 유인 탐사는 갔다가 지구로 귀환해야 한다.
 
NASA가 화성에 쏘아 올린 탐사로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NASA가 화성에 쏘아 올린 탐사로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문제는 유인 탐사에는 최소 2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우주 지름길로 단순히 가고 오는 데만 13개월 이상 걸린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다. 우주선이 6~7개월을 날아 화성에 도착하면, 이후 지구와 화성 간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지구와 화성이 다시 가까워지는 시점까지 1년여를 기다리다 출발해야 한다. 무인우주선과 로봇은 연료 에너지만 있으면 되지만, 인간은 화성을 향해 가는 동안 물과 식량·산소가 필요하다. 화성에 체류할 때도, 돌아올 때도 그만큼의 물과 식량·산소가 필요하다. 지구에서부터 그만큼의 화물을 싣고 가거나, 아니면 화성 현지에서 자원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NASA는 현지에서 에너지 등 상당 부분을 조달하는 것을 전제로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과학자가 그간 화성에서 물이 있는지를 집요하게 찾은 대표적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화성은 파라다이스가 아니다=한 걸음 더 들어가보자. 일론 머스크 등이 말하는 ‘화성 이주’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영국의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은 “인류가 앞으로 100년 이내에 또 다른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하지 못하면 지구에서 멸종할 것”이라면서 “2030년까지는 달 기지를 짓고, 2025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인류 멸종의 이유로 기후 재앙과 핵 테러, 소행성 충돌 등을 꼽았다.
 
퍼서비어런스

퍼서비어런스

하지만 화성은 파라다이스가 아니다. 인간이 화성 땅에 맨몸으로 노출될 경우 단 5분도 살 수 없다. 화성의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뤄져 있다. 산소는 0.1%에 불과하다. 기온은 적도 근처에서만 낮에 영상 20도가 되고, 밤에는 영하 85도까지 떨어진다. 지구와 달리 자기장이 없어, 태양에서 쏟아지는 우주방사선에 노출된다. 유일한 희망이 얼음 형태의 물이 있다는 점인데, 이마저도 지구 이주민이 지속적으로 쓸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화성 이주를 말하는 사람은 화성의 환경을 지구처럼 바꾸는 ‘테라포밍(Terraforming)’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설사 가능하다 해도 수천, 수만 년이 걸릴 것이란 게 우주과학자의 판단이다.
 
◆화성, 욕망의 판도라가 열렸다=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화성을 유인 탐사하는 비용과 노력으로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19일 공개한 동영상에서 “화성 이주는 단 1% 인류를 위한 것”이라며 “99%의 인류를 위해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홍규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류의 핏속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의 끝없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며 “과거 대항해 시대 바다를 향해 경쟁적으로 떠났던 것처럼, 이제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무모한 도전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문희철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