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청소부 길해용(36)씨가 고독사 청소업무를 위해 방문한 현장의 모습. 셀 수 없이 많은 소주병들이 모여있다. 길해용씨 제공
특수청소부 길해용(36)씨의 얘기다. 그는 죽음을 지우는 일을 한다. 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를 10년째 운영하고 있어서다. 특수청소부는 변사사건, 고독사, 자살로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정리한다. 죽은 이의 유품 정리와 오래된 변사체로 인한 혈흔과 악취 제거 업무가 주다. 특수청소부가 다루는 고독사는 가족과의 왕래가 끊긴 40~50대의 사례가 대부분이다. 길 씨는 “노인의 고독사 의뢰가 많이 들어올 것 같지만, 오히려 40~50대의 고독사 현장 업무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독거노인의 경우 고독사 방지를 위해 정부가 방문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관리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리 두기가 일상화하면서 방문관리 사업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못 하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이후, 현장 청소 2배 늘었다
- 코로나19 이후 업무환경이 변했다고 느끼나.
- 확실히 변했다. 현재 한 달 평균 20건 정도 업무가 들어온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비해 일이 2배가 늘었다. 전엔 고독사가 업무의 60% 정도를 차지했다면 지금은 절반 정도가 자살로 인한 뒷정리 요청이다. 최근엔 20~40대 청년, 중년 자살의 현장 청소업무가 대부분이다. 자살의 원인은 다양했다.

길 씨가 현장에서 발견한 30대 여성이 남긴 한 쪽지. 길해용씨 제공
- 최근 기억 남는 현장이 있나.
- 홀로 자취하던 24살의 취업준비생이 자살한 원룸이 기억에 남는다. 이 현장을 발견한 고인의 친구가 의뢰를 해왔다. 자취방에 도착하니 책상과 책꽂이에 토익 문제집과 취업 준비서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또 다른 현장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30대 여성의 오피스텔이었다. 오피스텔 내부에는 본인의 마음을 다잡는 글귀를 적어놓은 포스트잇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진단서와 알약 봉투 사이에 있는 그 글귀를 보고 지나칠 수 없어 사진을 찍어뒀던 기억이 난다.
“집값 내려갈라” 주민들의 항의 대신 받기도

오염물을 제거한 뒤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장판과 벽지를 모두 떼어내고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길해용씨 제공
- 특수청소부로 일하면서 힘든 점은.
- 현장 주민들의 민원이 힘들다. 시체의 악취 때문에 약품 살포를 본인 집에도 해달라거나, ‘이런 일로 집값이 내려간다’ 등 피해를 보게 됐다며 항의를 한다. 특수청소부에게 화풀이해 몸싸움이 일어난 적도 있다. 특수청소업무가 허가나 자격증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어서 쓰레기 처리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환경부와 구청에 의뢰하면 '사체에서 비롯된 오염물을 일반쓰레기로 처리하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7년간 고인의 마지막을 홀로 기록

길해용씨가 고인의 유품들을 모아 소각을 하고 있다.길해용씨 제공
길 씨는 “일기형식으로 고독사, 자살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쓰니 복지단체, 보건복지부 등에서 정책 연구와 관련한 도움을 달라는 문의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또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고인에 대한 작은 기억이라도 남기기 위해 그들의 마지막을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연수 기자choi.yeonsu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