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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8조 챙겼다…동학개미 싸움, 실속 차린건 기재부

중앙일보 2021.02.21 06:00
지난해 주식시장을 관통한 단어는 동학개미운동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위기로 1400대까지 추락한 코스피를 3000대까지 끌어올린 주역은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투자자다. 동학개미가 국내 주식을 내던지는 외국인, 기관투자가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지난해. 정작 실속은 다른 곳에서 챙겼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2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연합뉴스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2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연합뉴스

 

[경제통]

무슨 일이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총세입ㆍ총세출 마감 결과’를 보면 지난해 증권거래세 수입은 8조7587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4조4733억원과 비교해 배 가까이(98.5%)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농어촌특별세 수입도 6조2596억원으로 전년 대비 59.8%나 증가했는데 증권거래세 역할이 컸다. 농특세는 증권거래세를 낼 때 자동으로 따라붙는(0.15%) 세금이다. 증권거래세수가 늘면서 농특세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기재부가 미처 예상 못한 건 코로나19 위기만이 아니었다. 2019년말 지난해분 예산을 짤 때만 해도 이렇게 증권거래세가 많이 들어올지 전망하지 못했다. 전년보다 10.3% 정도 늘어난 4조9350억원 정도(세입 예산)로 내다봤다. 추락하는 증시를 일생의 투자 기회라고 여긴 개인투자자가 봉기했고 증권거래세수 호황으로 이어졌다.  
 

구멍 난 세수, 증권거래세로 막아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사고 팔 때마다 0.25%(코스피 종목 기준)씩 무조건 내야 한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과 상관이 없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거래 대금은 5709조원으로 2019년 2288조원과 견줘 149.5% 불었다.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많은 양의 주식을 자주 사고 판 덕분에 증권거래세수가 늘 수 있었다.
 
증권거래세가 아니었으면 세수 구멍은 더 클 뻔 했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국세)은 2019년과 비교해 2.7% 감소한 총 285조5462억원이었다. 정부 세수에서 소득세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전년비 -5조9454억원), 법인세(-16조6611억원) 수입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값이 올라 관련 세금 수입이 불어났다고 하지만 증권거래세 만큼 가파르게 늘진 않았다. 부동산 비중이 큰 양도소득세 수입은 지난해 23조6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 수입은 3조6006억원으로 1년 전보다 34.8% 늘었다.  
지난해 7월 2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기본 방향 등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재현 세제실장, 홍남기 부총리, 김태주 조세총괄정책관, 정정훈 재산소비세정책관. 연합뉴스

지난해 7월 2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기본 방향 등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재현 세제실장, 홍남기 부총리, 김태주 조세총괄정책관, 정정훈 재산소비세정책관. 연합뉴스

 

이게 중요한 이유

증권거래세에 대한 동학개미의 불만은 크다. 주식으로 거둔 차익에 대한 세금(금융투자 소득세)을 새로 내야할 판인데 정부가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금융투자 소득세를 신설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대주주에게만 부과했던 주식양도소득세를 소액투자자에게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다. 대신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0.15%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세제 개편안에 대한 동학개미의 반발은 거셌고 기재부는 적용 시기를 일부 조정했다.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는 내년에서 2023년으로 1년 늦췄다. 연간 공제 한도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렸다. 주식 거래로 1년에 번 돈 5000만원까지는 소득세를 물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는 2023년에서 내년으로 당겼다. 올해 증권거래세는 0.25%에서 0.23%로 내려가고 2023년이면 0.15%로 더 낮아진다. 물론 폐지는 아니다.  
 
기재부가 끝까지 증권거래세 유지를 고집하는 까닭이 있다. 경기를 타지 않는 증권거래세의 위력은 지난해 증명됐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 버금가는 코로나19 경제난이 닥쳤지만 증권거래세수는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재정 당국으로선 세수 ‘화수분(써도 써도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동학개미 입장에선 주식 양도소득세에 증권거래세까지 내야한다는 불만이 있겠지만 (정부 입장에서) 존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수 이유도 물론 크지만 이중과세 방지 협약으로 인해 증권거래세 말고는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과세권이 한국 정부로선 사실상 없다”며 “증권거래세가 있어야 무분별한 단타 거래도 막을 수 있다는 정부 판단도 있을 것”이라고 안 교수는 설명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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