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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죄해야"→"한일관계 중요" 몇시간만에 말바뀐 靑 왜

중앙일보 2021.02.20 17:45
 
 과거사 문제를 두고 청와대가 19일 하루 동안 묘하게 결이 다른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낙연 대표를 비롯,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직후 참석자들의 전언으로 문 대통령이 강제징용 배상 및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니고 당사자가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돈을 대신 갚아준다고 해결되면 진작 해결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당사자들이 그런 방식을 해결이라고 납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文 “日 진심어린 사죄에 달려”

대법원은 2018년 일본 기업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지난달에는 서울중앙지법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서도 “원고들이 동의하지 않기에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에 (문제 해결이)달린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를 두고 최근 들어 한ㆍ일 관계 개선에 집중하던 정부 기류에 다시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과거사 문제로 양국 관계가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일본 측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제안을 해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외교가에선 지배적이었는데,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일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힌 것처럼 들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외교적 해법’ 강조하더니…

문 대통령 말대로 원고들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법적 절차를 통해 한국 내 일본 기업 및 일본 정부 자산을 압류하는 게 불가피하다. 그럴 경우 한ㆍ일 관계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전에 정부가 나서서 피해자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일본과도 외교적 협의를 통해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도출하는 게 관건이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그것이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한ㆍ일 양국 간의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단계가 되기 전에 양국 간에 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말해 정부의 외교력 발휘에 관심이 모아지던 터였다. 그런데 이날 간담회 발언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없다면 현금화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한 것도 최근 수차례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정부의 공식 합의였음을 인정한다”고 한 것과도 배치되는 입장이다.  

2015년 아베 “총리대신으로서 사죄”

위안부 합의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본이 정부 책임과 사죄를 전제로 예산 10억엔을 거출함으로써 한국은 이를 사실상의 배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한 게 당시 합의의 핵심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쫃)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2015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 뒤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 포토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쫃)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2015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 뒤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 포토

문 대통령이 이를 공식 합의로 인정한다면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또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당시 아베 총리는 개인 자격도 아닌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 자격으로 사죄했기 때문이다.  

靑 “한ㆍ일관계 정상화 취지 발언”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몇시간 지나지 않아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추가 입장을 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정부 간 합의가 이뤄져도 피해자 동의가 중요하다는 평소 입장을 반복한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현재 상황을 설명한 뒤 한ㆍ일 간에는 협력이 필요하고 한ㆍ미ㆍ일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당에서도 한ㆍ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한ㆍ일 관계 정상화 노력이 말씀의 취지였다”고 굳이 한 번 더 부연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가 지난달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가 지난달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의 해명으로 해프닝처럼 지나갔지만, 이 자체가 대일 기조 변화와 관련해 정부가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는 방증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외교가 인사는 “지난달 중앙지법 판결 뒤 외교부가 ‘판결은 존중하는데 위안부 합의가 공식합의임을 상기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을 때부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의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계속 엿보이고 있다”며 “한ㆍ일관계를 풀자고 마음먹었으면 우선 큰 전략적 기조부터 정해야 하고 그에 따라 정부 각급에서 일관된 메시지가 나와야 일본도 우리 정부의 노력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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