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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전성시대…이재명에 정세균·유승민도 화끈한 비판

중앙일보 2021.02.20 14:03
정세균(左) 국무총리와 이재명(右) 경기지사 [중앙포토]

정세균(左) 국무총리와 이재명(右) 경기지사 [중앙포토]

 
한국인의 매운맛 사랑은 유별나다. 그냥 먹어도 매운 풋고추를 빨간 고추장에 찍어 먹는 모습을 보고 일제시대 순사가 혀를 내둘렀다는 이야기가 구전될 정도다.
 
그런 매운맛 사랑이 최근에는 더 커졌다는 통계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출이나 여행 대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와 연관돼 더욱 그렇다.
 
P 식품 회사에 따르면 매운맛을 자랑하는 T 라면은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50%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9월에 발표된 C 편의점 분석에 따르면 2020년 8월 하반기 매운맛 상품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23.7% 늘어났다.
 
이러한 매운맛 강세 현상이 식품 업계에만 머물고 있지는 않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최근 ‘매운맛’을 자랑하는 정치인이 많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이재명 경기지사다. 그는 다른 대선 경쟁자에 비해 화끈함을 강조한다. 지난해 2월 코로나 확산 국면 때 경기도 역학조사반을 이끌고 직접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신천지예수교회 총회본부를 찾아간 것이 대표적이다. 그가 이끈 조사반은 당시 강제 역학조사를 통해 도내 신도 3만3582명 명단을 확보했다.
 

이재명, “기본소득 외에도 여러 구상 논쟁”  

 
기본소득 논쟁에선 같은 편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도 원하는 걸 밀어붙인다. 그는 이번 논쟁에서 물러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 의견을 논박 여지조차 없는 완전무결한 것으로 생각지도 않는다”면서도 “제가 이 훌륭한 정책 경쟁에 참여할 수 있어 뿌듯다. 기본소득 이외에도 여러 구상들을 두려움없이 제기하고 논쟁하며 또 배우겠다”고 했다.
 
이 지사가 치고 나가니 상대적으로 ‘순한맛’이던 경쟁자들도 매운맛을 강화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의원 시절 별명이 ‘미스터 스마일’이었다. 화를 내기 보다 늘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합리적 이미지의 정치인이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그런 그는 최근 변했다. 국회에 나와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 의원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난 8일 대정부질문 때는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난 이후에는 ‘문빠’(문재인 대통령 적극 지지자)에게 잘 보이려고 독해졌다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독해졌느냐”고 받아 넘기기도 했다.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이 독해졌다

 
기본소득 논쟁에선 ‘이재명 마크맨’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이 지사가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줘야 한다는 취지로 자신을 공격하자 지난달 7일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매운맛은 야권에서도 대세가 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대표적인 합리적 이미지의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 지사를 향해 연일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저격수’라는 별명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지난 19일에 페이스북에 쓴 “아스트라제네카 1번 접종을 대통령부터 하시라”는 글에는 300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튿날인 20일에는 전 국민에게 코로나 위로금 지급을 검토하겠다는 문 대통령을 국채 발행을 걱정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과 비교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야권 대선 주자 중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매운맛으로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권력 핵심층과 맞서며 검찰 수사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윤석열·홍준표도 ‘매운맛’ 탑재

 
지금은 국민의힘 밖에 머물고 있지만 지난 대선 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까지 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매운맛의 원조 격이다. 검사 생활을 하다가 정치에 뛰어든 그는 ‘저격수’로 불리며 인지도를 키웠다.
 
다만, 지난해 4월 총선 때 탈당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그는 여전히 국민의힘으로 복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는 최근에는 여권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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