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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옆집 올렸는데···" 1조 역대급 이익 네이버, 성과급 들끓는다

중앙일보 2021.02.19 05:01 경제 1면 지면보기
네이버 한성숙 대표. 사진 중앙포토

네이버 한성숙 대표. 사진 중앙포토

역대 최대 실적의 명암인가. 네이버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매출 22% 성장에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직원에 대한 보상은 제자리라는 것. 회장까지 불러세웠던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직원들의 성과급 반란이 네이버를 시작으로 판교테크노밸리 IT 기업들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과거 네이버 직원들이 2018년 민주노총 산하 지부 형태로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다른 IT 기업에도 잇달아 노조가 생겨난 바 있다. 네이버 성과급 갈등의 주요 초점을 짚어본다.
 

① ‘누구의 성과냐’

네이버는 오는 25일 전사 온라인 설명회에서 성과급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로 했다. 원래는 올해 처음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 직원 보유 스톡옵션을 비롯한 회사의 보상체계에 대한 설명회였다. 사측은 이번 설명회에서 노조의 성과급 질문에 대해서도 성실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 6일 ‘회사 실적인 사상 최고인데, 직원 보상은 못 미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사내 메일로 전 직원에 발송했고, 회사는 ‘업무와 무관한 이메일 사용’이라며 회수를 요구해 갈등이 가시화됐다. 
 
앞서 사측은 이사회 결과에 따라 한성숙 대표가 연초 CEO 레터를 보내 성과급 규모와 등급을 설명했다. 그런데 일부 직원들은 이메일의 일부 대목이 서운했다며 노조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에게 고생했다고 하면서도, 호실적의 주 요인을 코로나19 덕분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5조3041억원(+21.8%)에 영업이익 1조2153억원(+5.2%)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실적을 코로나 덕분으로 돌린 게 아니다”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② ‘누가 정한 기준이냐’

노조는 사내 메일에서 ‘성과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주장도 했다. 실력에 따라 몸값이 뛰는 IT업계에서 성과급 액수도 중요하지만, 기준을 알아야겠다는 것. 지난 2018년 네이버 노조가 출범할 때 내세운 주요 요구가 ‘투명한 성과급 기준 공개’였다. 집회 때는 ‘인센티브가 랜덤박스냐’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네이버 측은 “회사 전체 성과의 판단은 이사회에서 하고, CEO 레터에서 성과 등급을 설명한 후 조직장이 직원마다 개별 면담도 했다”며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 회사가 한 대표에게 1000주(약 4억원)를 지급하는 등 임원 90명에게 총 35억원 어치 자사주를 지급한 것도 직원들을 자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각 임원에게 정해진 성과급 중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했을 뿐, 추가 상여를 준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카카오 스톡옵션 보상 어떻게 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네이버·카카오 스톡옵션 보상 어떻게 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③ ‘옆 집은 올렸다’

네이버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8182만원으로 엔씨소프트(8110만원), 카카오(8200만원)과 함께 IT업계 톱3로 꼽힌다(사업보고서 기준). 그러나 비대면 경제 활성화와 모바일 전환이 빨라지면서,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곳이 늘고 몸값도 오르는 중이다. 회사마다 인력 이탈을 막으려 임금 인상을 선언하는 배경이다. 
 
지난 1일과 10일에는 넥슨·넷마블이 각각 전 임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올린다고 공지했다. 뒤이어 카카오는 전 직원에게 자사주 10주(현 시세로 약 500만원)씩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에는 ‘엔씨소프트가 전 직원 연봉을 1000만원 올린다’는 보도가 나왔다가 오보로 밝혀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임금 인상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업계에 큰 화두가 된 것이다. 판교 소재 한 IT 기업 관계자는 "성과급을 파격적으로 많이 주거나, 최소한 임금을 옆 회사만큼은 올려 주지 않으면 직원들이 만족하지 않을 분위기"라고 말했다
 
네이버 측은 “지난해 말 임단협에서 적지 않게 급여를 인상했고, 스톡옵션도 곧 행사할 수 있다”며 직원들의 동요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 2019년 처음으로 전 직원에 지급한 스톡옵션의 행사 시점이 이달 말이다. 네이버 직원들은 현재 주가 기준으로 1인 평균 3600만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다만, 경쟁사인 카카오는 2017년부터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해 왔고 여민수·조수용 대표는 물론, 일반 직원들도 그간 스톡옵션을 행사해 상당한 차익을 거뒀다.
 

④ 급이 달라진 네이버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1년 만에 31조원에서 64조원으로, 2배가 됐다. 한국 테크 기업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구성원의 기대도 높아진 면이 있다.
 
‘쿠팡 효과’도 언급된다. 쿠팡의 미국 상장 신청으로 네이버의 주가가 오른 것에서 보듯, 한국 기업들의 가치와 기술인력 수준도 재평가된다는 것. 쿠팡 상장신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영입한 우버 출신의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본봉과 스톡옵션을 합해 305억원을 지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라는 회사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코로나19 이후 한 단계 올라갔는데, 내 위치는 그대로라는 직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각사마다 직원을 붙잡으면서도 지속가능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려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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