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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19억 들인 해안 감시장비, 국산으로 라벨갈이?

중앙일보 2021.02.19 05:00
경계 실패로 드러난 '헤엄 귀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육군이 219억원을 들여 설치한 해안 감시장비에 대한 비리 여부를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권익위는 '해·강안 경계 과학화사업' 관련 감시장비를 납품한 A사 대표와 해당 사업을 진행한 육군본부 담당자에 대해서 업무상 배임 및 사기 등의 혐의로 부패행위 조사에 들어갔다.
 

'목선 귀순' 사건 이후 일사천리 진행
215대 설치 완료, "곧 운용 시작할 것"
"서욱 장관, 육군총장 시절 추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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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감시장비 설치를 모두 마치고 운용을 앞둔 상황이어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육군참모총장 시절 추진한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에서 이번 경계 실패에 대해 "장관으로서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해·강안 경계 과학화사업'은 지난 2019년 6월 강원도 삼척항에서 발생한 '목선 귀순' 사건 이후 경계 강화를 이유로 빠르게 진행됐다. 사진은 사건 당시 입항한 북한 목선 선원들의 모습. [뉴스1 독자제공]

'해·강안 경계 과학화사업'은 지난 2019년 6월 강원도 삼척항에서 발생한 '목선 귀순' 사건 이후 경계 강화를 이유로 빠르게 진행됐다. 사진은 사건 당시 입항한 북한 목선 선원들의 모습. [뉴스1 독자제공]

당초 이 사업은 군의 경계 구멍을 이유로 시작됐다. 지난 2019년 6월 강원도 삼척항에서 '목선 귀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군이 긴급소요를 제기하자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으로 처리해줬다. 
 
이후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 군은 지난해 3월부터 연말까지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이남 동·서·남해안 일대에 총 215대의 감시장비를 모두 설치했다. 특히 목선 귀순(23사단), 헤엄 귀순(22사단)이 발생한 경계 취약지인 8군단에는 46대(약 58억원)가 설치됐다.
 
그런데 이 감시장비를 놓고 "중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납품했다"(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는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자체 감사한 결과 감시장비에 중국산 부품을 일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방부는 "해외 어느 나라의 부품을 수입해 생산하든 제작·납품에는 문제가 없다"며 "감시카메라 장비의 원산지가 중국산인지, 국내산인지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현행법상 제한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납품 증거자료는 기업의 영업비밀이 포함돼 국방부에서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육군 해안 경계 감시장비 개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육군 해안 경계 감시장비 개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부패신고를 접수한 권익위는 이 사안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권익위는 감시장비가 군과 업체 주장대로 정상적으로 제작됐는지, 성능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현재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완제품을 들여온 뒤 '라벨 갈이' 수법으로 국내 제조품으로 위장해 납품했을 가능성 등을 조사 중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특히 감시장비에 포함된 원거리 감시카메라(주간 15㎞, 야간 10㎞ 범위 내 식별)의 경우 군을 빼면 국내 수요가 없어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한 업체가 없다"며 "그래서 입찰 당시 경쟁 업체들은 모두 이스라엘제나 독일제 등 수입 완제품을 들여오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또 군 당국이 낙찰과 납품 과정에서 관련 사실들을 제대로 확인했는지를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육군 관계자는 "감시장비 설치를 마친 뒤 군의 요구 조건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는지 성능평가(수락검사)를 한 결과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보안 측정 결과를 접수하는 대로 장비 운용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익위 진정과 관련해 현재까지 통보받은 게 없다"며 "권익위 차원의 사실관계 확인에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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