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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김봉진, 글로벌 부호 기부클럽 한국인 1호 되다

중앙일보 2021.02.19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세계적 기부클럽 ‘더 기빙 플레지’의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아내 설보미씨.

세계적 기부클럽 ‘더 기빙 플레지’의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아내 설보미씨.

“이 기부 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누군가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재산 절반 5500억원 기부 약속
김 의장 “자식들에게 최고의 유산”

김범수 등 벤처 ‘기부 DNA’ 주목
공정 화두에 자본주의 성숙 영향

국내 최대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45)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18일 세계 부호들의 기부 클럽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의 서약서에 이렇게 썼다. ‘기빙 플레지’는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을 약속하면서 시작한 자발적 기부 운동이다. 재산의 절반 이상(최소 약 55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이들이 모였다. 기빙 플레지에는 현재 24개국, 218명(공동명의는 1명)이 가입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영화 감독 조지 루커스 등이 클럽 멤버다. 한국인은 김 의장이 최초다.
 
김 의장에 앞서 김범수(55)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5조원 기부 계획을 내놨다. 이후 김봉진 의장의 ‘통 큰 기부’가 이어지면서 벤처 기업가들의 ‘기부 DNA’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는 어린이 전문병원 건립에 사재 100억원을 포함해 최근 200억원을 쾌척했다. 김택진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는 비영리 재단인 NC문화재단을 통해 평균 세전 이익의 1%를 기부한다. 지난해(1~3분기 누적) 기부금만 151억원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자연재해 구호금이나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으로 매년 수백억원씩을 기탁한다. 하지만 내는 기업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탐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 눈치를 보며 내는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인 개인의 사재 출연과 대기업 차원의 기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더 기빙 플레지에 올라온 김 의장의 서약문. [사진 우아한형제들]

더 기빙 플레지에 올라온 김 의장의 서약문. [사진 우아한형제들]

대기업 오너보다 벤처 기업가가 기부에 더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벤처기업의 주축인 밀레니얼 세대는 공정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기부 문화를 싹틔웠다는 해석이 많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벤처 기업가들의 기부는 지속가능성이 화두인 자본주의 4.0 시대에 생존과 번식의 본능이 무의식 중에 발현된 것”이라며 “미국에 일찌감치 기부 문화가 정착된 것도 자본주의가 그만큼 성숙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기부에 대한 인식과 국내 여건이 미비했던 것도 한 요인이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금 비중은 2013년 0.83%에서 2018년 0.73%로 줄었다. 기부 참여율(최근 1년간 기부 경험)은 2011년 36.4%에서 지난해 25.6%로 하락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려면 현행 세액공제방식을 재검토하고 개인이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진 의장 역시 이날 서약서에서 “기부 문화를 저해하는 인식적, 제도적 문제들을 개선하는데도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 한다”고 강조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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