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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피격 공무원 아들, 바이든에게 편지 “억울함 풀어달라”

중앙일보 2021.02.18 18:3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Please listen to my little cry. (제 작은 외침을 들어 주십시오)” 
지난해 9월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19)군의 조 바이든(78) 미국 대통령에게 쓴 편지 일부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이군은 지난해 12월 8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신을 도와달라는 절절한 호소를 5장 분량의 편지로 적었다고 한다. 2장은 한국어, 3장은 이를 영어로 번역한 내용이다. 이군의 큰아버지인 이래진씨가 그 편지를 18일 공개했다.
 
“저 스스로 대한민국 국군이 아버지를 왜 구하지 못했고 북한군이 아버지를 왜 죽였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아직 학생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 작은 외침을 들어 주십시오.”
 

피격 공무원 아들, 美 대통령에게 편지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아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쓴 편지. 친형 이래진씨가 18일 공개했다. 사진 이래진씨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아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쓴 편지. 친형 이래진씨가 18일 공개했다. 사진 이래진씨

이군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의정활동을 보면서 북한에 당한 인권 침해에도 관심이 계신 분이라고 믿게 됐다. 미국 시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18세 학생의 억울한 호소도 들어줄 것이라 생각해 서신을 보낸다”면서 편지글을 시작했다.
 
이군은 아버지가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것과 관련해 “분명 가해자는 있는데 누구 한명 사과하는 사람이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한국에서는) 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분위기라 너무 억울하다. 아버지는 대한민국을 위해 밤낮으로 바다 위에서 일했던 공무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억울한 심정을 영어로는 ‘unfairness’로 적었다.
 
북한군이 총탄 10여발로 아버지를 사살한 데 대해선 ‘인권 유린’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버지를 죽였다고 했지만, 사람 생명을 바이러스로 취급해 사살하고 기름을 발라 시신을 훼손한 북한의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다.
 
이군은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 시절 국선 변호사로서 힘없는 사람들 편에 서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알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저와 제 동생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시절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것 등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8세 여동생은 아직도 아빠 죽음 몰라”

북한에 피격당한 공무원의 형 이래진(오른쪽)씨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혜림 기자

북한에 피격당한 공무원의 형 이래진(오른쪽)씨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혜림 기자

이군에 따르면 자신의 여동생(8)은 아직도 아버지가 사망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이군은 “동생은 매일 밤 아버지를 찾고 있으며 아버지가 언제 다시 집으로 오시는지 늘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군이 아버지를 왜 죽였는지 진실을 밝혀 아버지와 같은 일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힘이 돼 달라”며 편지를 마쳤다.
 
숨진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미 정권 교체 시기와 코로나19를 고려해 약 두 달 전 쓴 편지를 이달 4일에서야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보낼 수 있었다”며 “미 백악관이 수신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답장을 조만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전히 유가족의 억울함은 풀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군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버지 죽음에 대한 명예회복을 호소하는 자필편지를 보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군에게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는 답장을 보냈다.
 
채혜선·정진호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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