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트코인에도 밀리나…'인플레 경고등'에도 빛 바랜 금

중앙일보 2021.02.18 16:40
2년 넘게 이어진 금의 고공행진이 막을 내릴까. 유가와 구리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무섭게 뛰고 있지만, 금만 홀로 빛이 바랜 모습이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방어 자산이란 타이틀도 무색할 지경이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의 광폭 행보와도 거리가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772.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6월 19일 이후 최저다. 지난해 8월 최고가(온스당 2069.4달러)보다 16.7%, 올해 들어 6.5% 하락한 수치다. 불과 6개월 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금값 3000달러 시대가 온다"며 금값 강세론에 불을 지피던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호주 시드니의 한 주조 시설에서 금괴를 만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주 시드니의 한 주조 시설에서 금괴를 만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금, 인플레 헤지 자산 맞나…올해 6.5% 뚝 

금값은 '위기'와 '인플레이션'이란 먹잇감이 있으면 강세를 보인다. 2018년 9월 온스당 1200달러대에서 시작한 금의 강세는 미·중 무역 갈등과 세계 경제 둔화 우려를 거치면서 증폭됐다.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안 탓에 금값은 급등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면모가 부각됐다면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분산)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렸다.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강력한 '돈 풀기'에 나선 영향이다. 당시만 해도 올해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값이 뛸 것이란 기대가 팽배했지만, 금값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금값이 비실대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다. 지난해 8월 역사적 저점(0.51%)을 기록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1.33%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경기 회복 기대가 맞물린 결과다. 금은 무이자 자산이다 보니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  
 

국채 금리 상승·테이퍼링 우려 탓 

두 번째 요인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통화량을 늘린 연방준비제도(Fed)의 조치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기며 금값 상승을 견인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경기 회복과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미국이 돈줄을 죌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테이퍼링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지만, 시장의 경계감은 커지고 있다. 인플레 방어 자산으로서 금의 입지가 줄어드는 셈이다. 
 
비트코인이 금의 대체 자산으로 부상한 것도 한몫했다. 비트코인은 발행 총량이 제한된 탓에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또 다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진다.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이 금의 경쟁자로 떠올랐다"고 했다. 
 
기관 투자자가 몰리며 비트코인은 최근 5만2000달러를 뚫는 등 파죽지세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비트코인 관련 펀드로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 강세장 막 내리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값 강세장 막 내리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800달러 밑돌아" "2000달러대로 튈 것"

시장의 관심은 금값의 미래다. 모건스탠리는 "올 연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되지만, 향후 2년간 2%를 약간 웃돌 것이란 것이 금값의 약세를 전망하는 이유다. 금값을 밀어 올릴 만큼 강한 인플레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반론도 있다. 금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 탓에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 인플레이션)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실질금리의 하락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명목금리인 국채금리가 좀 더 오르더라도 물가가 뛰면서 실질금리가 후퇴해 금값이 상승할 것이란 논리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발 유가 폭락에 따른 기저 효과로 3~4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만 유지해도 금값은 2000달러 선까지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지면 금값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날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1.14달러에 거래돼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만 놓고 봐도 미국 소비자물가가 3%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금값이 한 번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