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평균 연봉 1.4억…낙하산 인사들이 만든 '신의 직장'

중앙일보 2021.02.18 12:58
서울 강남구 논현동 5000평 부지에 들어선 건설공제조합 사옥 [함종선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5000평 부지에 들어선 건설공제조합 사옥 [함종선 기자]

전국 9280개 건설사 대표들이 최근 청와대·국토교통부·각 정당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건설공제조합에 '낙하산 이사장'들이 내려와 방만경영으로 건설공제조합을 직원 연봉이 과도하게 많은 '신의 직장'으로 만들었다며 앞으로는 이사장을 조합원 중에서 뽑게 해 달라는 내용 등이 탄원서에 담겼다. 
 

건설공제조합직원 연봉·복지 대한민국 최고수준
국토교통부 출신 '낙하산이사장'들이 연봉 올려
'출근저지' 투쟁하는 직원 달래기 위해 인상카드
낙하산이사장의 '연봉+업무추진비'는 8억 이상

건설공제조합은 1963년 건설사들이 출자해 설립했고, 건설공사에 필요한 보증과 건설사에 대한 대출 등의 금융업무를 하는 민간조합이다. 현재 자산은 6조1000억원이고 2019년 매출액은 4518억원,영업이익은 1230억원이다. 기업의 수익성을 따지는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27%로 삼성전자(15%)보다도 훨씬 높다. 그런데 건설사들이 주인인 이 알짜 민간조합에 왜 '낙하산 이사장'이 내려오고, '신의 직장'은 또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역대 이사장 중 국토교통부 퇴직 관료가 6명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993년부터 2015년까지 20여 년간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자리는 국토교통부 퇴직 관료 차지였다. 조덕규 전 건설부 제2차관보부터 정완대 전 국토해양부 상임위원까지 6명이 거쳐갔다. 이후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5년에는 식품회사인 사조산업 출신의 박승준씨가 이사장에 선임됐다. 현 최영묵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때 대선캠프에서 언론특보로 참여한 언론인 출신이다.   
건설공제조합 역대 이사장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건설공제조합 역대 이사장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건설공제조합 역대 상임감사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건설공제조합 역대 상임감사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익명을 요구한 중견건설사 대표는 "건설사들은 국토부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하기 때문에 공제조합 이사장 자리에 국토부 퇴직 관료가 내려오는 것을 반대하기 어려웠다"며 "국토부 인사를 위한 '황금의자' 였는데, 최근 두 번은 청와대가 그 자리를 뺐었다"고 말했다. 도대체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처우가 얼마나 좋길래 황금의자라는 얘기가 나올까.
 

 이사장 '연봉+업무추진비+경조사비'='8억원+@'

 
중앙일보가 건설공제조합 예산서와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 이사장의 지난해 공식 연봉은 4억3312원이다. 그런데 사용처를 기재하지 않는 업무추진비 등이 연봉보다 훨씬 많다. 항목별로 보면 대외업무비가 1억560만원이고, 업무추진비가 6816만원,그리고 경조사비가 2078만원으로 세 항목을 합해 1억9454만원이다. 그리고 임원들이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공통 업무추진비가 3억9256만원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을 이사장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모두 합할 경우 8억원이 넘는다.   
외부 인사가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선임될 때마다 건설공제조합 사옥 1층에는 이에 반대하는 조합노조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독자제공]

외부 인사가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선임될 때마다 건설공제조합 사옥 1층에는 이에 반대하는 조합노조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독자제공]

 
또 다른 건설사 대표는 "낙하산 이사장 때문에 건설공제조합 임직원의 급여와 복지가 대한민국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1등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눈여겨 봤는데 낙하산 이사장이 취임할 때 마다 건설공제조합 노조는 항상 '출근 저지'투쟁을 했고, 이후 새 이사장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임단협을 통해 임금을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 등 '원조 신의 직장' 금융공기업보다 40%많은 직원 연봉  

 
실제 건설공제조합 임직원의 연봉과 복지는 '초특급 신의직장' 수준이다. 건설공제조합 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공제조합 직원(정규직 464명)의 평균 연봉은 1억4260만원으로 추산된다. 결산을 마감한 2019년을 기준으로 할 때는 1억2987만원으로 '원조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한국산업은행 등의 금융공기업 9개사(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건설근로자공제회)의 평균(9329만원/2019년 결산보고서 기준)보다 40% 많다. 
 
주요 금융공기업 일반 정규직 1인 평균 연봉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금융공기업 일반 정규직 1인 평균 연봉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대해 건설공제조합 김현정 기획본부장은 "올해 직원 연봉이 1억4260만원이라는 것은 예산서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실제 집행되는 것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며 "올해 인턴사원을 뽑을 계획도 있는데 그럴 경우 인턴 인건비는 직원 연봉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공제조합의 2019년 예산서와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집행률(예산대비 실제 돈을 쓴 비율)은 105%로 오히려 계획보다 많이 지급했다.
 

자녀수능축하비,월동보조비,교양훈련비 등 각종 수당        

 
건설공제조합 임직원들은 정기상여금 외에도 각종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자녀수능축하비·승진축하비·월동보조비·주거보조비·휴양소 운영비·자녀 계절캠프비·산전 산후 수당·명절 귀성여비·피복비·교양훈련비 등 항목을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직원 자녀들의 학자금은 대학까지 전액 지원받고, 해외 지점 직원은 자녀 한 명당 매년 4000만원을 따로 받는다. 
 
 건설공제조합 사옥에는 임직원만 사용할 수 있는 테니스 코트가 2면 있고 건물 옥상에는 전용 골프연습장도 있다. [함종선 기자]

건설공제조합 사옥에는 임직원만 사용할 수 있는 테니스 코트가 2면 있고 건물 옥상에는 전용 골프연습장도 있다. [함종선 기자]

 
또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1층에 있는 테니스 코트 2면과 건물 옥상에 있는 실외 골프연습장도 건설공제조합 직원 전용 복지 시설이다. 건설회관 건물에 입주한 일반 회사의 한 직원은 "강남의 노른자 위 땅에 있는 테니스장을 인근 주민이나 건물 입주자들에게 일부 개방하면 참 좋을 텐데 공제조합 임직원들만 독점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이 건설공제조합에 대한 건설사 등의 불만이 이어지자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최근 건설공제조합 운영방식을 고치기로 했다. 지난해 매출액의 0.3%수준이었던 업무추진비를 2025년까지 매출액의 0.25%수준으로 감축하고, 현재 39개인 지점을 내년까지 7본부 3개 지점으로 줄이기로 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부의 한 직원은 "대리인(건설공제조합)이 주인(건설업체)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의 극단적인 케이스인 것 같다"며 "공제조합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