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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7억→1002억→224억 편익"…월성 폐쇄 석달간 생긴 일

중앙일보 2021.02.18 05:00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연합뉴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연합뉴스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조기폐쇄 결정 석 달 전인 2018년 3월 계속 가동하는 게 중단할 경우보다 편익이 3707억원에 달한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 "계수를 조작하라"고 개입한 이후 최종 경제성 평가에선 편익은 224억원으로 3500억원가량 줄었다. 2018년 3월부터 6월 초까지 약 100여일간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되짚어봤다.

경제성 평가 계수 조작 과정 뜯어보니

 

한수원 자체 분석서도 월성 1호기 편익 3707억원 

17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수원의 '월성1호기 계속가동 타당성 검토를 위한 경제성 평가(2018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월성 1호기를 즉시 정지할 경우 1839억원의 비용(-1839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운영 기간이었던 2022년 11월까지 4.4년을 더 운영할 경우에는 1868억원의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보고서는 4.4년을 더 운영할 경우와 즉시 정지할 경우를 비교해 3707억원의 편익이 발생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때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을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준 원전 이용률인 85%로, 판매단가는 2017년도 전력 판매단가인 1kWh당 60.82원을 적용했다.
 
한수원은 보고서 작성 한 달 전인 2018년 2월 산업부로부터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협조공문을 받았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로드맵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을 근거로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한수원은 이를 "정부의 지시"로 받아들이고 조기 폐쇄를 진행했다고 한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도 "한수원이 당초 자체 경제성 평가를 하면서 즉시 가동중단, 2019년 10월까지 운영하는 방안, 2020년 12월까지 운영하는 방안, 계속가동(2022년 11월까지 운영) 등 다양한 폐쇄 시기를 검토했다"고 적시돼 있다.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산업부·한수원 회의 후 4일 만에 3427억원→1002억원

2018년 4월 2~3일 채 전 비서관은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방안과 향후 계획을 백운규 당시 장관에게 보고한 후 이를 청와대에도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채 전 비서관은 직접 또는 비서관실 행정관 두 명을 통해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즉시 가동중단을 위해 계수를 조작하라" "한수원을 압박하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한다.
 
원전정책 주무과장이었던 정모 과장은 같은 해 4월 3일 백 전 장관에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시까지인 2020년 12월까지 가동한 뒤 중단하는 방안을 보고했지만, 백 전 장관은 "너 죽을래?"라고 말하며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월성 원전은 가동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거짓 의향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한수원은 이어 2018년 4월 10일 삼덕회계법인에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서만 경제성 평가 외부 용역을 맡겼다. 삼덕회계법인의 5월 3일 최초 편익 분석 결과도 한수원 자체 3월 분석과 비슷한 수치인 3427억원(계속가동 2772억원, 즉시정지 -654억원)이 나왔다. 핵심 계수인 이용률은 84.98%, 판매단가는 1kWh당 60.82원(물가상승률 1.9%)로 비슷하게 반영한 결과였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이 회의를 거치면서 편익은 4일 만에 1002억원(계속가동 543억원, 즉시정지 -45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향후 월성 1호기 이용률은 30~40%로 전망된다" 는 산업부 의견을 반영해 이용률을 70%로 낮춰 잡은 결과다.
 

최종 결과 224억원…허위 보고서로 조기폐쇄 의결

이후에도 산업부와 한수원이 개입하면서 용역 보고서는 7차례나 수정된다. 2018년 6월 11일 최종 보고서에서 편익은 224억원이었다. 계속 가동할 경우 -91억원, 즉시 정지할 경우 -315억원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용률은 60.04%로 처음보다 25%포인트, 판매단가도 51.52원으로 10원 가량 낮춘 결과다. '흑자'원전을 '적자'원전으로 뒤바꾼 것이다.
 
한수원은 4일 뒤인 6월 15일 이 같은 허위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월성 1호기 가동을 곧바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수원은 이듬해 2월 원안위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고 원안위는 그해 12월 이를 최종 승인했다. 원안위 위원 중 일부가 이 같은 허위 보고서 문제 등을 지적했지만 묵살됐다.
 
윤영석 의원은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국전력이 상장회사인만큼, 경제성이 있는 월성 1호기를 폐쇄하면 국민 세금으로 민간에 보상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제성 평가 조작을 지시하고 관여한 청와대와 산업부 윗선의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에 대해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임라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감사원·김영식 의원실, 검찰 공소장]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임라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감사원·김영식 의원실, 검찰 공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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