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로 인해 미 남부 텍사스주가 알래스카 일부 지역보다 낮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푸른색이 진할수록 기온이 낮고, 붉은색이 진할수록 기온이 높다. NASA
미 항공우주국(NASA)이 17일 공개한 지도 데이터에는 북극발 한파의 위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도에는 15일 기준 지상 2m 높이의 공기 온도가 표시됐는데,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가 캐나다를 거쳐 미 남부 텍사스까지 뻗어 있다. 가장 어두운 파란색 영역은 -35도를, 흰색은 0도 안팎을 가리킨다.
특히, 텍사스 지역의 경우 흰색으로 표시된 알래스카 일부 지역보다 더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실제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는 -16도까지 기온이 떨어져 1989년 이후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됐다.
NASA는 “텍사스의 몇몇 지역이 메인주, 심지어 알래스카보다 더 춥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 지역은 원래 이맘때면 영상 15도에 가까운 기온이 더 전형적인 날씨”라고 설명했다.
미 본토 73% 눈에 뒤덮여

미 텍사스 지역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나무가 얼어 붙은 모습. AP=연합뉴스
미 기상청은 "겨울 폭풍이 매우 빠른 속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어 놀라울 정도"라며 "이번 한파가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텍사스 등 7개 주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미 전역에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한파로 현재까지 최소 2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 남부 켄터키와 텍사스 지역에서는 빙판길로 인해 차량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10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다쳤다.
맹추위와 눈보라로 인해 풍력발전 터빈이 어는 등 발전 시설이 멈추면서 대규모 정전 사태도 터졌다. NASA가 16일 새벽 1시쯤 촬영한 위성 사진을 보면, 9일 전만 해도 불빛이 가득했던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이 정전으로 인해 눈에 띄게 어두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7일 미 텍사스 휴스턴 지역의 야간 위성 이미지. NASA

16일 미 텍사스 휴스턴 지역의 야간 위성 이미지. 9일 전(위 이미지)보다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NASA

16일 그리스에 내린 폭설로 인해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 눈이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기후변화로 북극에 갇혀 있던 찬 공기 내려와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는 평소 제트기류 때문에 북극에 갇혀있다. 하지만, 북극의 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약해지자 극소용돌이가 남하하면서 미국, 유럽 등 북반구 곳곳에 한파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기상학자인 브랜던 밀러는 “이번 한파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북극이 지구 나머지 지역보다 두 배나 빨리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