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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계 아이돌' 김영민 교수, 이번엔 '중국이란 무엇인가'를 물었다

중앙일보 2021.02.17 16:12
『중국정치사상사』를 쓴 김영민 서울대 교수. 14일 오후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중국정치사상사』를 쓴 김영민 서울대 교수. 14일 오후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에세이집 『공부란 무엇인가』를 통해 '공부란 무엇인가?'를 물었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이번엔 '중국이란 무엇인가?'라는 새 질문을 들고 돌아왔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국의 정치사상의 방대한 역사를 다룬 학술서 『중국정치사상사』(사회평론아카데미)를 펴냈다. 중국 사료뿐 아니라 한국, 일본, 서양 학계의 다양한 문헌을 넘나들며 중국 정치사상의 긴 흐름을 포착한 학술서다. 책은 총 900여쪽, 이 중 말미에 첨부한 주석만 160여 쪽에 달한다. 저자는 연대기적 서술과 함께 '국가' '귀족사회' '형이상학 공화국' '혼일천하' '제국' 등 주제별 키워드를 뽑아내며 그동안 두루뭉술했던 우리의 역사의식에 제동을 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써왔던 '중국' '중화(中華)' '유교(儒敎)'라는 단어를 허루투 쓰지 못하게 될 듯하다. 

 
이번 책은 김 교수가 국내에서 출간한 첫 학술서인 동시에 국내 저자가 쓴 최초의 『중국정치사상사』다. 그동안 국내엔 샤오궁취안의 『중국정치사상사』, 류쩌화의 『중국정치사상사』 등 번역본만 있었다.
 

공부란 이런 것이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최근에 출간한 중국정치사상사. [사진 사회평론아카데미]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최근에 출간한 중국정치사상사. [사진 사회평론아카데미]

그간 산문집을 통해 드러났던 그의 스토리텔링 솜씨와 한국 사회에 대한 예리한 비판의식은 자신의 전공분야(동아시아 사상사)를 다룬 이 책에서 더욱 번뜩인다. 연대기적 서술과 주제별 키워드를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 방식도 독특하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7년 영국 폴리티(Polity) 출판사에서 영어본(원제『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을 먼저 출간하고 이번 한글본을 냈다. 

"영국 출판사가 제안을 먼저 해 순서가 그렇게 됐다. 영어로 책을 낸 뒤 이 내용을 한국어로도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번역하려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독자가 달라졌고, 더 보태고 싶은 내용도 생겼다. 중국어·영어·일어 사료를 인용한 것이라 남에게 번역을 맡기기도 쉽지 않았다. 직접 고치며 쓰다 보니 두 배 이상 두꺼운 책이 됐다."
 
한국을 잘 이해하고 싶어서 중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국만 파고든다고 한국을 더 잘 알게 되진 않는다. 한국을 알기 위해선 한국이 놓인 맥락을 넓게 파악해야 하지 않나. 한국정치사상사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이 연구를 정리하고 싶었다." 
 
중국은 하나의 고정된 덩어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국정치사상사의 '고전'이라 불리는 샤오궁취안의 『중국정치사상사』만 봐도 '중국의 역사는 아득히 먼 과거부터 세기를 걸쳐 내려온 연속체'라고 쓰여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오래전 특정한 민족에 의해 본질적인 문화가 생겼고, 그게 지금까지 전해내려온 것이라고 여긴다. 그건 중국 민족주의적인 입장일 뿐이다. 중국은 수 천년동안 다양한 정치적 행위자들에 의해 발명되고 변화해온 일종의 구성물이라고 본다." 
 

관습적인 해석에 이의제기  

기존 중국정치사상 통사들이 기반을 두고 있는 전제에 이의를 제기한 것인가. 
"맞다. 과도한 민족주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담았다. 시대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중국을 새로 발명해야 했고, 그 발명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가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는 발해를 한국사로 받아들이지만, 과거 어느 특정 시기에는 발해를 우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한 시기도 있었다. 즉 시대별로 '한국'이라는 것이 달라져 온 셈이다. 매번 한국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시대별로 새롭게 정의해온 역사가 있었다." 
 
책에서 그는 "유교 역시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간주해야 한다"며 유교를 획일적인 전통으로 간주하는 경향에 대해 경고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책에 수차례 등장하는 사례가 공자의 '우물에 빠진 사람' 이야기다. 제자가 공자에게 “우물에 빠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어진 사람이 알았을 때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던 이 이야기는 맹자의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남에 대해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또 시대별로 학자들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했는지를 짚었다. 
 
'유교들'이라는 표현이 생경했다.  
"중국이라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변해왔듯이 유교도 수천년에 걸쳐 변화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어떤 학자가 섬세한 역사 감수성을 가졌는지 알고 싶으면 그가 유교에 대해 어떻게 다루는지를 눈여겨 보라고 권하곤 한다. 좀 더 정교한 이해를 원한다면 유교를 단순히 몇 마디로 정의하려 하기보다는 어떤 시기에 누가 왜 유교라는 정체성 표지를 원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유교라는 말로 무엇을 의미하고 싶었는지 따지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궁극적으로는 책 전반에 걸쳐 동질적으로 통일된, 단일한, 전제주의적 중국이라는 관념을 부정하고 있다. 이런 관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렇게 역사를 볼 때 비로소 정치체로서의 중국과 변화하는 정체성으로서의 중국을 분리해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강조해온 통일성이란 아슬아슬한 균형상태에 불과하다. 중화라는 관념도 조금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근대 동아시아 역사에서 어느 국가에 속하는지 명쾌하게 규정할 수 없는 상징이었다. 청나라, 대한제국과 일본, 베트남이 각각 다른 중화를 주장했다. 중화를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중국 민족사라는 틀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정치사상을 다루면서 당나라 한유의『앵앵전』(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서생과 위신 높은 집안의 딸 사이의 실패 연애사를 다룬 이야기)을 비롯해 송나라 소식이 쓴『적벽부』와 『왕소군전』,두보의 시 등을 문화예술 텍스트를 다뤘다. 또 각 주제어로 접근한 방법도 특이하고. 
"영어본 독자들이 그 점을 좋아했다. 내용을 주제별로 응집시켜 구성하지 않으면 자칫 사실 나열에 그칠 수 있다. 자료와 사실의 나열에 그치는 책을 내고 싶진 않았다. 역서 서술과 사상사의 중요한 주제를 연결하고 싶었다. 역사는 내러티브이기 때문에 단순 나열로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의 단순 나열은 본격적인 역사를 쓰기 이전 공정에 불과하다."  
 
2019년 논어 에세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냈는데 장기적인 '논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첫 책이라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앞으로 최소 1년에 한 권씩 한 10권 정도의 논어 해설책을 낼 예정이다. 먼저 출간한 에세이가 논어 프로젝트를 안내하는 것이었다면, 논어 해설서에서는 기존 『논어』의 번역과 해석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보다 풍부한 설명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론 한국정치사상사를 쓰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김영민'이라는 정체성도 복수인가. 
"사람이 정체성 하나만 있지 않다. 가족의 일원이기도 하고 직업도 있고 복수 정체성을 갖고 산다. 이 중에서도 공적인 성격을 가진 정체성이 직업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직업윤리에 충실한 사람이다. 진리를 발견했다고 설파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진리가 무엇인지 묻고 있는 사람. 이 책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의 직업윤리에 충실하고 싶은 소망을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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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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