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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찰의 법무부 차관 수사가 던진 의문들

중앙일보 2021.02.17 00:41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경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찰 수사, 검사 기소’라는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 행사에 치명타를 안긴 사건이 벌어졌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변호사로 일할 때 술에 취해 택시기사 A씨를 폭행했는데 경찰이 제대로 따지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한 것이다.
 

이용구 차관 봐주기 의혹 제기돼
경찰의 수사 종결권에 견제 필요

이 사건 수사의 관건은 폭행 당시 택시가 운행 중이었는지, 담당 경찰관은 이를 입증할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고 초동수사에서 제대로 확인했는가에 있다. 그동안 경찰은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의 재수사에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해 운행 중이 아니었다면서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5년 6월 개정된 특가법 제5조의10은 대법원의 종전 판례를 받아들여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운행 중’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설명과 뒤늦은 해명에도 의문이 남는다. 담당 경찰관의 블랙박스 영상 은폐나 법리 적용의 미숙으로 초동 수사에 실패한 부실수사인가, 아니면 경찰이 전 법무부 고위 공무원의 신분과 경력을 인지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인가. 이런 국민적 의혹은 반드시 풀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범죄 수사의 일차적·직접적 종결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은 이번 사건이 경찰의 책임 수사에 관한 시민적 비판으로 비화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듯하다. 이에 서울지검의 재수사와 별도로 경찰은 내사 종결한 담당 경찰을 대기 발령하고, 그와 같은 부실수사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때 늦은 감이 있으나 의혹 사건의 실체는 검찰의 재수사든 경찰의 진상조사에서든 밝혀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택시 기사 A씨나 블랙박스 영상을 복구한 업체 사장 B씨 등 힘없는 시민들은 경찰 수사, 검찰 재수사, 경찰 진상조사 등 이름을 달리해 진행하는 수차례 사실 확인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과 고통이 따를 수 있다. 형사 정의의 구현에 협력해야 할 일반인의 사회적·법적 의무로 감내해야 할 불편인가 따져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의 당시 제시됐던 부실 수사의 우려나 사건 관계인에 따른 차등적 사건 처리와 은폐에 따르는 이중 수사의 위험 부담은 이번에 현실로 판명됐다. 수사 경찰의 내사보다 시민적 권리 침해가 더 큰 수사 절차에서 사건 종결로 일차적 불기소 처분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의 수사권 행사에 실효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됐다.
 
이용구 차관의 폭행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 요청을 능가하고 사건 관계자에 대해 인권침해를 줄일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검사의 재수사를 통한 사후적 구제보다는 종전처럼 검사의 수사지휘이든 지금의 수사 협력이든 사전적 예방이 해법이다.
 
환자 수술에도 골든타임이 있듯이 실체적 진실 발견에도 분명 초동수사의 골든타임이 있다. 중요 사건의 증거 손실이나 분실 등 수사 시기를 놓친 사후 통제는 이미 그 출발선에서 한계를 지닌다. 쥐 잡는 고양이가 생선을 집어삼키는 일이 없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예방적 대책에는 수사 경찰이 관할 검찰에 수사 개시 보고는 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건을 통지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종결 처분에 대한 신뢰와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현행법상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나 재수사 요청 등 단편적인 수단만으로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더 효과적이고 더 확실하게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이경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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