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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의 문화 예술 톡] 자화상을 그리는 컬렉터들

중앙일보 2021.02.17 00:16 종합 26면 지면보기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갤러리스트로서 작품을 판매하다 보면 고객들이 “이 작품에 투자할 만 한가요?” 하는 질문을 한다. “내가 컬렉션 초창기에 너무 많은 실수를 해서 투자에 실패한 작품이 많다”는 컬렉터들도 있다. 그러면 그 투자란 어떤 의미의 투자인지, 그 실수와 실패란 무얼 의미하는지 고객에게, 그리고 스스로 되묻곤 한다.  
 
내게는 두 명의 아이가 있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림을 하나씩 사서 방에 걸어줬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딸아이 방에 걸린 그림은 미술 시장에서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랐고, 아들 방에 걸린 작품은 구입 당시 가격 그대로다. 그러나 금전적인 투자 가치의 상승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두 작품 모두 오랜 세월 아이들의 성장기 감수성에 많은 영향을 준 매우 성공적인 투자였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게다가 가격이 오른 그림은 ‘이걸 팔면~’ 이라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가격이 오르지 않은 그림은 언젠가는 아이들의 아이들도 무형의 혜택을 받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유진영, 디테일, Me & Them #4, 2014

유진영, 디테일, Me & Them #4, 2014

아이들이 왜 집안에 미술 작품들이 있어야 하는지 물어보면 하나의 미술 작품에는 하나의 문이 있어서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가 모르던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대답하곤 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각 작품에 담긴 의미와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을 함께 나눠왔다.
 
한국에서 미술 교육기관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지인은 ‘미술품 투자 똑똑하게 하기’라는 제목의 강의를 개설했는데, 첫 강의부터 이 투자를 물질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하는 수강생들이 많이 몰렸다고 한다. 이들에게 그녀는 투자에는 물질 말고도 가성·감성비·향유 비용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그녀는 미술사와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대해 공부하며 자신의 취향과 생각과 열정을 담은 컬렉션을 만들어가는 멋진 컬렉터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컬렉터이며 프랑스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카르푸 그룹의 상속자이자 ‘메종 루주 (Maison Rouge)’ 라는 현대 미술관을 운영하던 앙투안 드 갈베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에서부터 다양한 국적의 무명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해왔다.  
 
몇 년 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컬렉션의 의미를 묻자 “컬렉션은 컬렉터 자신을 담은 자화상”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작품들이라 하여 무조건 따라서 사고자 하면 자신을 닮은 자화상이 아닌 타인을 닮은 자화상을 그리게 될 것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지가 아닌 타인이 선택한 여행지를 따라다니게 될 뿐이다.
 
새해에는 나만의 취향·탐구와 열정을 담은, 물질적인 투자가 아닌 정신적인 순익을 가져다주는 나를 닮은 컬렉션을 만들어보자.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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