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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소렌스탐과 청야니,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나

중앙일보 2021.02.17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안니카 소렌스탐(左), 청야니(右)

안니카 소렌스탐(左), 청야니(右)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1·스웨덴)과 청야니(32·대만)가 26일 개막하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게인스브릿지 LPGA에 나란히 출전한다.
 

25세에 첫 우승해 롱런한 소렌스탐
19세에 첫 우승, 23세에 끝난 청야니

소렌스탐은 2008년 은퇴 후 첫 LPGA 공식대회 참가다. 올해 출전 자격이 된 US 여자시니어 오픈 준비를 위한 연습 무대로 여긴다. 
 
청야니도 2년 만에 LPGA 투어에 참가한다. 2019년엔 허리가 아파,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쉬었다. 9년간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다시 1등이 되기보다 LPGA 투어에서 정상적으로 경기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두 선수가 게인스브릿지 LPGA를 복귀 무대로 삼은 건 우연이 아니다. 대회장인 미국 올랜도 레이크 노나 골프장은 그들의 홈 코스와 같다. 소렌스탐은 선수 시절 이 골프장 옆 저택에서 살았다. 은퇴 직후인 2009년 집을 청야니에게 팔았다. 
 
일종의 행운의 집이었다. 청야니는 소렌스탐의 우승 트로피 진열장을 자신의 트로피로 채울 꿈을 꿨고 실제로 15개의 우승컵을 수확했다. 
 
청야니는 소렌스탐을 능가하는 장타에 쇼트 게임 능력도 뛰어났다. 소렌스탐은 아끼는 후배 청야니에게 자신의 멘털 코치도 소개했다.
 
결과적으로 청야니는 소렌스탐이 가진 모든 걸 가졌다. 그러나 결과는 다르다. 소렌스탐은 25세에 LPGA 투어에서 첫 우승 했고, 38세까지 여자 골프 최다 승인 72승을 거뒀다. 

 
청야니는 19세 때 LPGA에서 첫 우승을 했다. 잘 나갈 때 그는, 2등이 5언더파를 친다면 10언더파 이상 쳤다. 경쟁자가 충격과 공포를 느낄 만했다.
 
어린 데다 실력까지 압도적인 청야니이다 보니 ‘소렌스탐을 넘어 100승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23세 때 우승이 마지막이 됐다.  
 
차이는 뭘까. 소렌스탐은 어린 시절 공부도 하고 테니스, 스키 등 다양한 운동을 하면서 자랐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골프를 목표로 삼았다. 몸과 마음이 단단하니 시작이 늦었지만 오래 갈 수 있었다.  
 
청야니는 5세 때 골프를 시작했고, 8세 때 전담 코치를 뒀다. 청야니 아버지는 ‘골프 여왕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청야니가 9세 때인 1998년 박세리의 US오픈 우승 성공 신화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 스트레스를 받아 일찍 망가져 버리는 ‘번아웃 현상’은 골프선수, 특히 아시아 골퍼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박세리(44)는 25승 중 21승을 26세 이전에 했다. LPGA 투어를 휩쓸 것 같았던 아리야 주타누간(26·태국)도 잠잠하다.

 
청야니는 농구 코트 하프라인에서 슛을 넣기도 했다. 잠시 슬럼프에 빠져도 금방 뛰쳐나올 수 있는 뛰어난 운동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여자골프 세계 919등까지 추락한 건 특기할 만한 일이다. 
 
성적을 인격과 동일시하는 문화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골프 대디 사회에서는 ‘운동 잘하면 훌륭한 사람, 못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실력이 인격’이라면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긴 선수에게 추월당하는 건 인격이 무너지는 일이다. 또한 운동 잘하는 선수는 못 하는 선수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요즘 터져 나오는 운동선수의 학교폭력 문제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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