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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신축 주택은 창문 내지 말라?…기득권만 옹호하는 법

중앙일보 2021.02.16 09:00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43)

주택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분쟁은 대지 경계 문제다. 특히 오래된 집이 밀집해 있는 동네는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다. 수십 년 동안 내 집이 깔고 앉아 있는 땅이 전부 내 것이겠거니 하고 살았는데, 옆집이 신축한다고 집을 허물고 측량을 하면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동네의 대부분 집은 살면서 조금씩 무허가로 확장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 마당도 없이 집이 대지에 꽉 차게 지어져 있다. 그중에는 서로 인근 필지를 침범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구조도 블록 같은 재료로 아주 허술하게 지어져 금이 많이 가 있고 살짝만 건드리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수십 년 동안 내 집이 깔고 앉아 있는 땅이 전부 내 것이겠거니 하고 살았는데, 옆집이 신축한다고 집을 허물고 측량을 시작하면서 분쟁의 싹이 튼다. [사진 unsplash]

수십 년 동안 내 집이 깔고 앉아 있는 땅이 전부 내 것이겠거니 하고 살았는데, 옆집이 신축한다고 집을 허물고 측량을 시작하면서 분쟁의 싹이 튼다. [사진 unsplash]

 
대부분 필지 크기가 작고 택지 조성지구와 달리 필지 모양도 부정형이라 서로의 경계가 복잡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공사를 진행하려는 집도, 공사장과 인접해있는 집도 신경이 날카롭게 된다. 이런 동네는 도로 폭도 좁아 차량 통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신축 건물의 높이를 도로 폭의 1.5배 높이까지만 허용하던 ‘도로사선제한법’이 없어지고 나서 좁은 도로 주변은 건물이 더 높아졌다. 그 결과 사생활 침해에 관한 분쟁도 많아졌다.
 
언젠가 구옥이 밀집한 동네에 다가구 주택을 설계한 적이 있다. 구옥을 철거하고 나서 현황측량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옆집이 오래된 단층 한옥이었는데 지붕의 일부가 대지경계를 50cm나 침범하고 있었다. 그러나 옆집 주인은 완강했다. 수십 년간 그렇게 살았으니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텼다. 침범한 지붕을 그냥 두고도 건축에 별문제가 없으면 좋겠지만, 공사 현장도 필지 크기가 작아 단 10cm가 아쉬운 상황에서 무작정 양보하고 넘어갈 수 없었다. 그 한옥도 지붕을 잘라내면 심각한 상황이 될 터였다. 결국 양쪽 집이 극한 대립으로 가게 되었다. 동네 주민들까지 합세해 민원을 제기하고 현장에 몰려와 공사를 방해했다.
 
옆집을 침범한 상태로 수십 년을 살았으니 그 집이 새로 짓겠다고 하면 당연히 양보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그냥 살았으니 버틸 권리가 있다는 논리 앞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내가 당사자나 시공자는 아니지만 설계·감리자로서 양쪽의 입장이 다 이해가 되어 현장을 지켜보는 마음이 답답했다. 도저히 타협되지 않을 것 같던 대립은 건설회사의 특별한 노하우로 해결되었다. 이렇게 극적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되면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도 문제지만 이웃 간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기득권을 옹호하는 법조문 때문에 서로 간의 분쟁이 더 많아지고 주거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사진 pixabay]

기득권을 옹호하는 법조문 때문에 서로 간의 분쟁이 더 많아지고 주거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사진 pixabay]

 
대지 경계와 관련된 분쟁 외에 빈번한 민원으로 사생활 침해가 있다. 새로 짓는 집에서 자기 집 거실이나 방이 들여다보이므로 창문을 막아달라는 이웃집의 민원이다. 건축법에는 차면시설(遮面施設)에 대한 규정이 있다. 건축법시행령 제55조는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2m 이내에 이웃 주택의 내부가 보이는 창문 등을 설치하는 경우 차면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민법에는 일조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인접대지 경계로부터 50cm’ 이상만 띄우면 건축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 신축주택은 인접 대지 경계로부터 50cm만 이격해 짓게 된다. 결과적으로 신축주택의 창문에는 차면시설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신축주택마다 강제로 차면시설을 설치하게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집의 창문을 다 폐쇄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기득권을 옹호하는 이러한 법조문 때문에 서로 간의 분쟁이 많아지고 주거환경은 더 열악해진다. 가령 신축주택이 대지 경계로부터 2m가 조금 넘는다고 가정하자. 이런 경우는 법적으로는 차면시설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인근 주택의 사생활 침해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차면시설에 대한 법조문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감정싸움은 더 커진다. 게다가 차면시설은 거주자에게 위험시설이 될 소지도 있다. 가령 화재나 긴급 상황에 부닥쳤을 때 차면시설로 인해 창문으로 탈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강제적인 법보다는 인접 주택의 상황을 잘 분석해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건축사의 디자인과 이웃 간의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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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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