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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아이다’가 오페라의 변방 이집트서 초연된 까닭

중앙일보 2021.02.16 08:00

[더,오래]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21)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수에즈 운하의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 오페라는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고 2년이 지난 1871년 크리스마스이브에서야 카이로의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될 수 있었다. 작품은 이미 완성됐지만, 유럽의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초연이 미루어진 것이다. 거장 베르디의 역작답게 카이로에서의 초연은 대성공이었으며, 베르디는 다시 한번 최고의 작곡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아이다’의 배경은 고대 이집트다. 이 오페라에서는 거대한 무대 세트와 이국적인 의상들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파라오가 통치하는 멤피스와 나일 강변의 도시 테베를 배경으로 여주인공 아이다의 사랑과 희생이 중심이다. 이집트의 무장 라다메스와 포로로 잡혀온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 여기에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와의 삼각관계가 풍랑을 겪는다.
 
이집트의 꾸준한 설득과 이국적 소재가 결국 베르디를 움직였고, 베르디는 또다시 역사에 남을 명작을 작곡하게 되었다. [사진 pxhere]

이집트의 꾸준한 설득과 이국적 소재가 결국 베르디를 움직였고, 베르디는 또다시 역사에 남을 명작을 작곡하게 되었다. [사진 pxhere]

 
이 오페라가 유럽이 아닌 이집트에서 초연된 이유는 이집트의 국왕이 수에즈 운하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당시 최고의 작곡가인 베르디에게 의뢰해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고대 이집트 학자의 원작을 드로크르가 프랑스어 각본으로 만들었고, 그 후에 기슬란초니가 대본을 완성했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가 건설되고 있는 동안 이집트의 국왕은 운하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생각하고 있었다. 자국의 역사적 사건과 최고의 예술 작품이 함께하길 원했다. 이집트의 국왕은 다른 작곡가가 아니라 오페라의 최고봉인 베르디를 원했다.
 
그렇지만 당시 베르디 쪽에서는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베르디는 파르마 부근의 농원에서 아내와 함께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었으며, 오페라 작곡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미 여러 대작을 발표했고, 오랫동안의 노고로 인해 전원에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집트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베르디는 작품의 초고를 읽고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작품의 스토리가 작곡가에게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로 다가온 것이다. 이 소재로 대본을 만들어 오페라를 작곡하면 대단히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아이다’였다. 이집트의 꾸준한 설득과 이국적 소재가 결국 베르디를 움직이게 하였고 베르디는 또다시 역사에 남을 명작을 작곡하게 되었다.
 
'아이다'는 187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카이로의 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사진 Jakub Halun on Wikimedia Commons]

'아이다'는 187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카이로의 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사진 Jakub Halun on Wikimedia Commons]

 
오페라의 제작 과정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베르디의 노력이 많았다고 한다. 베르디 자신이 고대 이집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조사를 하는 열의를 보였다. 마침내 187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아이다’는 카이로의 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오페라 ‘아이다’는 분명 특별한 작품이었다. 유럽이 아닌 이집트에서 초연된 작품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으며 장대하고 이국적인 무대가 청중을 압도했다. 그다음 해에는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이 이루어졌으며 그 이후에는 뉴욕, 런던 등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호평을 받았다. 베르디의 명성과 역량이 다시 한번 세계에 증명된 사건이었다.
 
이미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입지를 굳힌 베르디는 이집트의 이국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해 다시 한번 오페라의 역사에서 대작을 남겼다. 외국으로부터의 러브콜과 작곡가의 열정이 함께 해서 대작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세계의 걸작으로 사랑받는 ‘아이다’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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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렬 이석렬 음악평론가 필진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 음악은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 이제 바쁜 시절을 지나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즐기는 반퇴 세대들이 있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문화적으로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음악을 감상하고 공연장을 방문하고 악기를 함께 연주한다. 음악이 함께 하는 삶은 아름답고 여유롭다. 본 연재물은 음악의 즐거움을 환기하고 음악을 통해 생활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을 지향한다. 음악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한다. 이제 음악을 들으면서 여유를 갖고 삶을 더욱더 아름답게 채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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