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빅머니 모으기 쉽고 금융규제도 적고…쿠팡 그래서 월가행?

중앙일보 2021.02.16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김범석

김범석

쿠팡이 한국이 아닌 미국 뉴욕 증시행을 선택하면서 차등(복수)의결권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차등의결권은 1주에 2개 이상 의결권을 갖는 주식으로, 복수의결권으로도 불린다. 한국 증시의 까다로운 상장 요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대신 미국 증시 상장 왜
적자, 국내 상장 걸림돌 안되지만
“뉴욕 가면 몸값 더 받는다 계산”

한국에 없는 차등의결권 허용
김범석 지분 2%로 58% 권리

쿠팡사용액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사용액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은 지난 12일 한국이 아닌 미국 증시 상장을 선언했다. 쿠팡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보유하는 클래스B 주식에 대해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김 의장이 지분 2%만 보유해도 주주총회에서는 지분율 58% 수준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쿠팡이 미국 증시를 택한 주요 이유로 꼽힌다. 한국에선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는다.
 
해외에선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추세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아일랜드, 헝가리 등 유럽 국가는 물론 홍콩과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쿠팡이용자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이용자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관련기사

국내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정부는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차등의결권은 최근 3년간 동아시아로 확산했는데, 테크 기업의 미국행을 막고 자국에 유치하기 위한 대응책 측면이 강했다”고 말했다.
 
쿠팡이 뉴욕 증시를 택한 이유로 지목되는 또 하나는 ‘까다로운 국내 증시 상장 요건’이다. 만년 적자인 쿠팡이 상장 심사를 뚫기 어려울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쌓인 ‘적자’가 한국 증시 상장의 걸림돌은 아니다. 2017년 1월부터 적자기업이어도 성장성이 있으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테슬라 요건’이 생겼다.  
 
코스피의 경우 ‘테슬라 요건’은 없지만 이에 준하는 성장성 기준이 있다. 적자 규모가 큰 쿠팡은 경영성과 대신 성장성 요건을 앞세우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이 성장성 요건을 충족해 상장했다. 신병철 한국거래소 상장부장은 “성장성 요건을 통하면 쿠팡 같은 회사는 얼마든지 상장할 수 있다”고 했다.
 
쿠팡의 뉴욕행은 차등의결권은 물론 자금조달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노렸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 국내보다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고 투자자금(투자자)을 더 끌어모을 수 있어서다.  
 
쿠팡매출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매출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약 55조1100억원)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 시가총액(4조9619억원)보다 11배 높은 몸값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 안팎으로 뉴욕(25배)보다 저평가돼 있다”며 “쿠팡이 미국행을 선택한 데는 더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뉴욕증시에 상장하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가 수월하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이커머스’라는 상징성을 갖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금융당국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 전략을 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 한국 금융당국의 규제를 덜 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에 ‘규제’를 상장 리스크(위험) 중 하나로 꼽았다. 
 
염지현·추인영·황의영 기자 yjh@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