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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버·스 대결, 이번엔 버거가 웃었다

중앙일보 2021.02.16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버거(왼쪽에서 두번째)와 스피스가 경기 후 주먹을 마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버거(왼쪽에서 두번째)와 스피스가 경기 후 주먹을 마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니얼 버거(28·미국)가 15일(한국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우승했다. 개인 통산 4승. 마지막날인 이날 7언더파를 쳐 합계 18언더파로, 2위 매버릭 맥닐리(26·미국)를 2타로 제쳤다. 선두로 출발한 조던 스피스(28·미국)는 15언더파 공동 3위로 내려갔다.
 

페블비치 프로암서 통산 4승째
마지막날 선두 스피스에 역전승
4년 전 트러블러스 대회와 정반대
1993년생 친구지만 ‘악연’ 이어져

‘골든 보이’ 스피스는 놀라운 샷을 하곤 한다. 2017년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도 그랬다. 스피스는그린 옆 벙커에서 세 번째 샷을 했는데, 벙커 턱이 그의 키보다 높았다. 파 세이브도 쉽지 않아 보였다. 놀랍게도 스피스의 벙커샷은 그린에 두세 번 튄 뒤에 홀로 빨려 들어갔다. 흥분한 스피스는 클럽을 집어던지고 캐디한테 달려가 농구선수처럼 점프해 몸을 부딪치며 환호했다. 그 연장전 상대가 대니얼 버거였다. 버거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스피스를 칭찬했다. 기분은 좋지 않았을 거다. 버거는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우승을 놓쳤다.
 
스피스는 당시 슬럼프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 그 우승으로 살아났고, 한 달 뒤에는 디 오픈 챔피언까지 됐다. 버거는 반대로 갔다. 2주 전 우승으로 상승세를 탄 상황이었는데, 연장전 패배로 되레 슬럼프에 빠졌다.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김인경의 짧은 퍼트 실수 장면이 그랬듯이, 스피스의 벙커샷과 점프 장면은 오래 회자했다. 버거가 다시 우승하는 데 3년이 걸렸다.
 
마지막 홀 이글 퍼트를 넣고 기뻐하는 버거. [AFP=연합뉴스]

마지막 홀 이글 퍼트를 넣고 기뻐하는 버거. [AFP=연합뉴스]

스피스와 버거는 1993년 동갑내기다. 함께 여행을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다. 페블비치에서 또 한 번 악연이 될 수도 있었다. 전날 3라운드에서 두 선수는 마지막 조에서 함께 경기했다. 버거가 2타 차로 앞서갔는데, 스피스가 16번 홀 160야드에서 샷 이글을 했다. 스피스의 이번 대회 두 번째 샷 이글이었다. 버거는 스피스의 행운에 주먹을 맞부딪치며 축하했다. 그러면서도 2017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연장전 벙커샷을 연상했을 거다. 버거는 18번 홀에서 OB를 내며 순위가 밀렸다.
 
스피스는 최종라운드에서 2위에 2타 앞선 채 챔피언 조에서 경기했다. 버거는 바로 그 앞 조에서 경기했다. 버거의 의지가 굳건했다. 그리고 결국은 역전 우승했다. 파 5 마지막 홀이 하이라이트였다. 전날 OB를 내고 더블보기를 했던 이 홀에서 버거는 2온에 성공한 뒤 이글 퍼트를 넣었다. 그는 최종라운드 4개의 파 5홀에서 모두 2온을 했다. 그중 두 번은 1퍼트로 이글, 두 번은 2퍼트로 버디를 했다. 파 5홀에서 줄인 6타면 우승에는 충분했다. 버거는 경기 후 눈시울을 붉히면서 “나는 재능이 가장 뛰어난 선수도 아니고, 공을 가장 멀리 치는 선수도 아니다. 그러나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버거와 스피스 외에도 저스틴 토머스, 잰더 섀플리, 브라이슨 디섐보 등이 미국 남자 골프의 황금세대인 1993년생이다. 버거는 아마추어 시절 이름을 날렸지만, 프로가 돼서는 스피스 등에 밀렸다. 스피스에게 패한 뒤 손목을 다쳐 2부 투어로 밀려난 적도 있었다. 한때는 18개월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19개 대회에서 톱10에 10번 들었다. 우승도 2번이다. 최근 29라운드 연속 파 또는 언더파 기록을 내고 있다. 스피스는 2주 연속 선두 또는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하고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7년 디 오픈 이후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스피스는 “압박감 속에서도 샷 능력 등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준우승한 맥닐리는 LPGA 투어의 재미교포 선수인 대니얼 강(29)의 남자친구이며, 선마이크로시스템 공동 창업자인 스콧 맥닐리의 아들이다. 아마추어 1위를 역임한 그는 프로 데뷔 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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