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초·중·고 선수 6만명 조사
피해자 39% “분발해야겠다 생각”
학생 선수 15% “신체폭력 경험”
피해자 80%는 쉬쉬 “보복 두려워”

이재영(左), 이다영(右)
인권위가 전국 5274개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4.7%(8440명)가 코치나 선배로부터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 폭언이나 욕설·협박 등 언어 폭력도 15.7%(9035명)를 차지했으며, 초·중·고 학생 선수 중 초등학생의 피해 사례가 가장 많았다. 신체 폭력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등학생의 피해 사례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피해 학생 대다수는 돌아올 보복이 두렵거나 대처 방법을 몰라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신체 폭력을 당한 학생 선수 중 응답자의 79.6%(4898명)는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보복이 두려워서’(24.5%), ‘대처 방법을 몰라서’(13%)를 많이 꼽았다.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로부터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 역시 “10년이나 지난 일이라 잊고 살까도 생각해봤다”면서 “그때의 기억이 스치면서 자신을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 내서 쓴다”며 자신이 당했던 학교폭력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심경섭(左), 송명근(右)
전문가들은 체육계의 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선 엘리트 중심의 체육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반인륜적인 행동을 해도 경기 실적이 좋으면 용서되고, 금메달을 따면 모든 면죄부가 주어지는 이른바 엘리트 스포츠의 관행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팀 에이스에 대한 눈치 보기와 지도자의 묵인 아래 폭력이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고, 지금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혜원 연구위원은 “학교 운동부는 군대와 같은 위계와 서열, 권력과 통제, 복종의 규범이 작동하는 집단적 특성을 지니기 쉽다”며 “안전하고 차별 없이 운동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코치들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교육법이 제대로 전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