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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꼰대 586에겐 낯선 성인지감수성

중앙일보 2021.02.15 20:55
 1987년 7월9일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당시 이 열사의 영정 사진을 들고 울고 있는 우상호 당시 연세대학교 학생회장. (이한열 기념사업회 제공) 뉴스1

1987년 7월9일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당시 이 열사의 영정 사진을 들고 울고 있는 우상호 당시 연세대학교 학생회장. (이한열 기념사업회 제공) 뉴스1

 
 

우상호 '박원순 정책계승'선언..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비판
늙은 586..'성인지감수성'이라는 새 '진보적 가치' 이해부족

 
 
1.
우상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586의 전형입니다.
 
우상호는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시위를 이끈 운동권스타입니다. 수감생활의 고초를 겪고 정치에 입문, 원내대표까지 지낸 4선 중진입니다.  
 
그런 우상호가 서울시장에 도전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성차별에 대한 민감성)’이란 낯선 암초에 걸렸습니다.
 
2.
발단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강난희)의 손편지에 우상호가‘울컥’해버린 것입니다.  
 
강난희는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박원순의 도덕성을 회복해야한다’는 등 박원순의 성폭력을 부인하는 편지를 SNS에 돌렸습니다.
 
박원순과 가까웠던 우상호가 10일 이를 보고 ‘박원순이 우상호,우상호가 박원순’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그래서 박원순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물론 시장후보 경선에서 박원순 지지표를 끌어모으려는 득표전략일 겁니다.
 
 
3.
그렇지만 경솔했습니다.  
박원순 사건의 폭발성에 대한 무감각, 성인지 감수성의 결핍입니다.
 
당장 피해자가 ‘가슴을 짓누르는 폭력’이라 반발했습니다.  
여성단체가 15일‘피해자에 사과하고 후보 사퇴하라’며 시위했습니다.  
우상호는 ‘유족(강난희)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물러섰습니다만..이미 늦었습니다.
 
4.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것은 우상호 캠프 상황실장의 13일 SNS 글입니다.  
상황실장의 글은 직설적인만큼 감정이 잘 드러납니다.
 
‘참다참다 한마디 한다..그분(박원순) 인생을 이렇게 폄훼해선 안된다. 유가족을 위로한 우상호의 편지가 왜 2차 가해라고 호들갑인지..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5.
진짜로 심각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듯 합니다.  
 
박원순이 민주화에 헌신한 대목은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성폭력에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습니다.
우상호는 ‘유가족을 위로한다’는 자기 생각만 강조합니다. 이런 문제는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박원순 사건 이후 민주당 운동권들이 보여온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 그대로 반복됐습니다.
 
6.
상황실장 글의 뒷부분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심각합니다.
 
‘(이언주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에 대해) 우상호 의원..너가 함부로 깔만한 그런 사람 아니야. 너 사법고시 공부할 때 선배세대들은 민주화운동 때문에 감옥 다녀오셨어.너랑 내가 이렇게 편히 사는 것도 그분들과 선배세대들의 희생때문이야..’
 
7.
이언주에 발끈한 이유는 우상호 의원의 아픈 과거를 찔렀기 때문입니다.
 
이언주는 지난 10일 우상호의 성인지감수성과 관련해‘5ㆍ18 광주 가라오케 사건’을 거론했습니다. 2000년 5ㆍ18 전야제에 참석했던 우상호와 송영길 김민석 등 586 스타들이 여성접대부를 불러 술판을 벌인 사건입니다.  
우상호는 이 사건을‘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8.
아픈 곳을 파헤치니 우상호측에선 화가 날 겁니다. 글에서 운동권의 독선적 우월감이 드러났습니다.  
 
우상호가 민주화에 헌신하고 옥고까지 치른 희생은 당연히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런데..그렇다고..그것이 무슨 훈장이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민주화운동은 정치적 보상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9.
솔직히..민주당 586의 경우 이미 결과적으로 충분히 보상받았습니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당대의 소명을 다했다’는 소박한 자긍심으로 살아왔습니다.
 
이들의 이름으로 정치권력을 누려온 586은 이제 늙은 기득권이 되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새로운 진보적 가치'에 둔감한 꼰대가 되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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