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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뛰어들고 납세 수단까지…비트코인 5만달러 육박

중앙일보 2021.02.15 17:33
지난 9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비트코인 거래 매장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비트코인 거래 매장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비트코인의 새 장이 열리고 있다. 합법적인 결제 수단과 투자 자산으로 속속 인정받으며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다. 
 

美 마이애미 "세금도 비트코인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가치상승 이끌어
가격 변동성과 제한된 공급이 걸림돌

몸값도 치솟으며 5만 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14일 4만9593달러까지 오른 비트코인 가격은 15일 오후 4시40분 현재 개당 4만 7373달러(약5221만원)다. 24시간 전보다는 2.99% 하락했지만 올해 이후로 보면 60% 이상, 지난해 3월 최저치(4944달러)와 비교하면 1200% 가까이 급등했다.
 
비트코인 열풍에 제대로 불을 붙인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선언 이후 금융회사들이 비트코인을 잇따라 결제 수단과 투자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어서다. 
 
미국 마스터카드는 지난 10일 결제 수단에 암호화폐를 일부 포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라즈 다모다란 마스터카드 부사장은 홈페이지에 “고객과 가맹점, 기업이 비효율을 해소하고 자신의 가치를 이전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5만달러에 육박한 비트코인 값.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5만달러에 육박한 비트코인 값.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투자은행(IB)들도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비밀리에 비트코인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투자 부문인 ‘카운터포인트 글로벌’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 멜론은행도 자산관리 고객을 상대로 암호화폐를 보유·양도·발행 서비스를 시작한다. 세계 최대 자산 관리업체 블랙록도 ‘투자 적격’ 자산에 비트코인을 추가했다. 모두 지난 8일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받고 자사의 전기차를 팔겠다고 발표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프란시스 수아레스 미국 마이애미 시장은 최근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받겠다는 방침을 밝혔다.[archyde.com 캡처]

프란시스 수아레스 미국 마이애미 시장은 최근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받겠다는 방침을 밝혔다.[archyde.com 캡처]

정부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받겠다는 도시가 등장했다. 프란시스 수아레스 마이애미 시장은 지난 11일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시 공무원이 원하면 월급도 비트코인으로 주고, 시 정부 자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에선 비트코인 금융상품도 출시된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는 지난 12일 자산 관리 회사인 ‘퍼퍼스 인베스트먼트’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영국 투자그룹 ‘러퍼’의 던칸매킨스 펀드매니저는 “비트코인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합법적 자산의 탄생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AFP=연합뉴스]

머스크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 변화에는 ‘인플레이션 공포’도 깔려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이 보는 비트코인 가치 상승의 이유는 ‘두려움’”이라며 “주요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막대한 부양책을 쏟아낸 탓에 인플레이션이 곧 나타날 것이란 걱정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이 금 못지않은 안전자산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 중 하나다. 릭 리더 블랙록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11월 CNBC와 인터뷰에서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월가에서 ‘비트코인이 곧 디지털 금’이라는 생각이 퍼지자 업계가 발 빠르게 입장을 바꿔 비트코인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개인이 아닌 금융사와 기관을 중심으로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있어 비트코인 가치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그럼에도 비트코인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안정성이다.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했지만 하루에 5~10%씩 오르내릴 정도로 가격 변동 폭이 크다. 안정적인 가치저장 수단으로 여기기 어렵다. 팀 레인 캐나다중앙은행 부총재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저명인사의 트윗만으로 가격이 급등한다”며 “이는 트렌드라기보다 투기 광풍”이라고 경고했다.
 
금융당국 규제에도 취약하다. 2017년 말 2만 달러(약 2200만원) 선을 넘어서던 비트코인 값은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단속에 나서자 1년만에 3200달러(약 350만원)선으로 폭락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암호화폐가 불법 금융에 사용될 수 있다”며 규제할 뜻을 밝히고 있다.  
 
수요 급증에 비해 한정된 채굴량도 한계다. 영국 암호화폐 회사 코퍼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제한된 공급과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새로 채굴된 비트코인 중 일부만 거래된 탓에 가격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의 전체 채굴량은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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