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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도 힘든 다이어트…로잔 콩쿨 여성 1위 윤서정

중앙일보 2021.02.15 16:51
올해 로잔발레콩쿠르 여성 1위인 서울예고 윤서정 양이 9일 학교 연습실에서 몸을 풀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올해 로잔발레콩쿠르 여성 1위인 서울예고 윤서정 양이 9일 학교 연습실에서 몸을 풀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국의 18세 발레리나 윤서정 양이 지난 6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전 세계 여성 참가자 중 1위다. 로잔 콩쿠르는 올해 49회를 맞은 유서 깊은 대회로, 전 세계 14~18세 발레 무용수들의 스타 등용문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과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프르미에르 당쇠즈(1급 무용수)가 로잔을 통해 이름을 처음 알렸다. 현재 서울예술고등학교 2학년인 윤 양을 합격 직후인 지난 9일 학교 연습실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공중에 자기 키보다 높이 떠서 그랑주떼 점프를 하는 윤서정 학생. 발의 턴아웃과 포앵트 모두 완벽하다. 이것이 로잔발레콩쿠르 여성 1위의 위엄. [윤서정 학생 제공]

공중에 자기 키보다 높이 떠서 그랑주떼 점프를 하는 윤서정 학생. 발의 턴아웃과 포앵트 모두 완벽하다. 이것이 로잔발레콩쿠르 여성 1위의 위엄. [윤서정 학생 제공]

 
윤 양은 “수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파이널리스트까지만 가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입상까지 하게 된 건 선생님과 엄마 덕”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마음을 예쁘게 먹지 않으면 발레 동작도 예쁘지 않다”며 “성격이 춤에 다 드러나는 만큼, 최선을 다하되 즐기며 추고 싶다”고 말했다.  
 
윤 양이 발레를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다. 워킹맘인 어머니 임성심 씨가 바빴던 덕분. 어머니 귀가 시간까지 학원을 하나 더 다녀야 했는데, 선택지인 태권도와 발레 중 후자를 택했다. 어머니는 윤 양을 학원에 보낸 뒤 얼마 안 돼 선생님에게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재능이 있네요. 더 큰 학교로 가서 배우셔야겠습니다.” 이후 윤 양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재원에 합격했고 서울예고로 진학했다. 경기도 파주시 집에서 학교까지 편도 2시간 통학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발레를 처음 췄던 순간, 어땠나요.
“처음엔 그냥 음악이 좋았어요. 음악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춤이 나오는 듯했어요. 예전엔 끼 부리면서 춤을 췄는데, 커서는 끼만으론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죠. 작품을 많이 찾아보고 연구해요.”  
아무리 영재라고 해도 힘들 때가 있을 텐데요.  
“많아요! 안 되는 테크닉이 아무리 연습해도 안 될 때요. 턴이라든지, 작품의 느낌이 안 나올 때 저에게 실망하고 좌절하게 되거든요.”
그럴 때 어떻게 하나요.  
“좌절하면 정신을 더 차리게 되는 거 같아요. 가족을 생각하고,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는 게 있어요. 쉽지 않았던 시절을 보냈기에 오히려 지금 조금이나마 수월한 거 같아요.”
안 될 땐 그냥 계속하나요, 일단 쉬나요.  
“저는 안 될 때는 일단 좀 쉬어줘요. 안 되는 데 계속하면 더 안 되고 힘만 빠지거든요. 무용수들에게도 쉼이 필요해요. 몸은 쉬어도 머리로 생각한 뒤 연습하면 저는 더 잘 되는 거 같아요.”  
 
 
콤플렉스가 혹시 있나요.  
“제가 다른 무용수들보다 팔다리가 길지 않은 편이고 키도 좀 작아요. 선생님들이 그래서 팔 쓰는 법, 다리 쓰는 법을 알려주셨지만 제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을 땐 소화를 못 했어요.”  
특히 힘들었던 땐 어떻게 극복했나요.
“한예종 때, 4개월 동안 연습을 하는 데도 안 되던 작품이 있었어요. 혼도 많이 나고 힘들었죠. 울면서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았어요. 계속 찾아 나갔고,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되어 있더라고요. 공연을 성공적으로 올린 뒤 칭찬받았을 때 뿌듯했어요.”  
질투도 많이 받았을 텐데요.
“(잠시 생각하다) 나한테 왜 그럴까 싶다가도 남들이 뭐라 하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남을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그럴 시간에 내 몸에 신경을 더 쓰자고 마음먹었죠. 마음이 안 예쁘면 발레 동작도 안 예쁘게 나와요. 인성이 제일 중요해요. 선생님들이 그러시거든요. ‘네 성격이 춤에 다 드러난다’라고요.”  
 
 
로잔 콩쿠르엔 매년 수백명의 발레 꿈나무가 지원한다. 그중 올해엔 78명을 콩쿠르 심사위원들이 추렸고, 발레의 기본인 바(barre) 워크 연습부터 클래식 및 현대 무용 레퍼토리 등 약 1주일간의 심사가 이어졌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영상으로 심사가 진행됐다. 20명의 파이널리스트 중 한국이 3명, 일본이 3명이다. 윤 양을 포함한 한국인 참가자가 모두 서울예고 출신이다. 
 
서울예고 교복을 입고 토슈즈를 든 윤서정 학생. 김상선 기자

서울예고 교복을 입고 토슈즈를 든 윤서정 학생. 김상선 기자

윤서정 학생이 학교 연습실에서 몸을 풀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서정 학생이 학교 연습실에서 몸을 풀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서정 학생의 장기 중 하나는 풍부한 표현력이다. 김상선 기자

윤서정 학생의 장기 중 하나는 풍부한 표현력이다. 김상선 기자

 
콩쿠르 진행자는 윤 양의 공연 영상 뒤 “동작 연결성이 뛰어나고 표현력이 풍부하다”고 높게 평가했다. 윤 양은 여러 작품 중에서 ‘돈키호테’의 여주인공 키트리의 톡톡 튀는 솔로와 현대무용 중에선 유려한 흐름과 절도있는 동작이 인상적인 ‘트레이시즈(Traces)’를 골랐다. 원래 윤 양은 ‘봄의 제전’을 하려 했지만 선생님의 권유로 골랐고, 정답이었다.  
 
 
윤 양의 지도자인 안윤희 서울예고 발레 담당 교사는 “서정이는 재능과 개성이 뚜렷한 학생”이라며 “테크닉 훈련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 게 한국 발레 교육의 현실이지만, 그 너머의 것이 진짜가 아닌가 하는데, 서정이가 바로 그 너머의 것을 훌륭히 소화해낼 수 있는 아이”라고 말했다. 무용 평론가인 한정호 에투알 클래식 대표는 “올해 로잔 콩쿠르는 비디오 심사라는 점에서도 시사점이 컸는데, 윤 양이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의 정형화된 단정한 바가노바(러시아의 엄격한 테크닉 중심 발레 교육) 외에 자신의 해석을 입힌 부분이 좋았다”고 평했다.  
 
이런 윤 양이지만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슬럼프였다고 한다. 다이어트도 고민이었다는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코로나19 때문에) 연습을 많이 못 하니 잘 안 늘고, 살도 쪘어요. 거울 속에 저를 보는 데, 너무 안 예쁜 거예요. 그러니 연습도 하기 싫어지고, 악순환이었죠. 그러다 ‘살부터 빼보자’고 마음먹었어요. 공복으로 연습을 했더니 식욕이 다스려졌어요. 대신 한 끼는 맛있게 먹었죠. 9월에 선생님께서 ‘로잔 나가야지’ 하신 뒤 자극이 더 됐죠.”  

 
그런 그가 발레를 안 했다면 어땠을까. 윤 양은 “발레를 안 하고 있더라도 행복할 수 있었겠지만, 발레를 해서 더 행복하다”며 “가장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못해도 계속하다 보면 성공할 수 있다”며 “많은 분이 저에게 비결을 물어보시는데 그런 건 없고, 그저 포기하지 않는 게 정답인 거 같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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