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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간 유라시아 대륙을 이어온 中-유럽 국제 화물열차

중앙일보 2021.02.15 10:39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국제 화물 운송로 ‘新 유라시아 랜드브리지(NELB)’가 중국의 해안 도시 롄윈강(連雲港)과 르자오(日照)에서 출발해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 벨기에 앤트워프로 이어지며 30개 넘는 나라 및 지역에 화물을 수송한다. 지난 28년 간 NELB는 노선을 달리는 열차 종류에서부터 컨테이너에 실리는 품목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다. NELB는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중국과 유럽의 통상협력 촉진에 큰 역할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동부 연안에 위치한 도시 장쑤(江蘇)성 롄윈강항에서 여러 개의 크레인이 중국-유럽 화물열차에 실릴 색색의 컨테이너를 들어올려 화물칸에 배열하고 있다. 컨테이너에 담긴 마스크와 엘리베이터, 건축 자재 등은 올해 2월 12일 음력 설 전까지 아시아와 유럽의 각 목적지로 수송될 예정이다.
 
중국 롄윈강시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총 10,900km 길이의 국제 화물 운송로 ‘신 유라시아 랜드브리지(New Eurasian Land Bridge, NELB)’ 노선의 동쪽 끝에 위치한다. NELB는 중국의 해안 도시 롄윈강과 르자오에서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을 지나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벨기에 앤트워프까지 이어지며 30개 넘는 나라 및 지역에 화물을 수송한다.
 
롄윈강항에서 출발하는 국제 화물열차는 지난 5년 간 약 4,000번의 운행을 무사히 마쳤다. 롄윈강 중국-카자흐스탄 인터내셔널 로지스틱스사의 줘쉐메이(Zuo Xuemei) 부사장은 “올해 1월에만 롄윈강항을 통과한 중국-유럽 화물열차가 32대에 달한다”며 “2월에는 23대가 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992년 12월 1일, 선두 기관차가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국제 화물열차를 최초로 견인하며 NELB의 공식 개통을 알렸다. 중국과 유럽 간 본격적인 통상협력 개시의 상징물이 된 해당 기관차는 현재도 롄윈강항에 보존되어 있다.  
시노트랜스 랜드브리지 트랜스포테이션사의 선강(Shen Gang) 씨는 자신의 회사를 ‘NELB 물류운송 사업의 개척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초기 국제 화물열차에 실린 화물은 컨테이너 3개와 벌크화물 15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평균 시속 40km의 내연 기관차였지만, 지금은 평균 시속 80-120km의 전기 열차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롄윈강항을 드나든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연 554대에 달한다. 선 씨는 과거를 회상하며 “예전에는 화물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작업자들이 직접 열차에 탑승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물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수송 과정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드 재규어 로지스틱스 롄윈강 지사의 브루스 웨이(Bruce Wei) 지사장은 2012년 NELB의 철도운송 사업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몇 년 사이 노선을 통해 운반되는 화물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과거에는 중고차와 건축자재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엘리베이터나 전자제품, 태양광 패널 등 NELB 관련국들의 높아진 생활 수준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의 리위안(Li Yuan) 교수는 NELB는 단순한 교통로가 아닌 중국 내륙과 유럽은 물론이고 그 사이의 모든 나라를 연결하는 훌륭한 매개체라고 평가하며, ‘코로나19’로 해상 물류가 큰 타격을 받았을 때 중국산 의약품이 NELB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럽에 전달된 것을 봐도 육로 운송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12월 당국에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중국의 중부 도시 우한(武漢)에서 중국-유럽 화물열차를 통해 독일, 세르비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로 수송된 방역 물품은 5,580톤에 달한다.
 
현재 중국은 EU의 최대 무역파트너이다. EU는 중국의 2대 무역파트너이자 3대 투자원천국, 투자대상국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중국과 EU는 35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예정대로 중국-EU투자협정을 체결했다. 양자관계 발전의 이정표가 될 이번 투자협정이 타결됨에 따라 중국과 EU의 시장 접근성이 커지고 고차원적 비즈니스 환경과 강력한 제도적 보장을 통해 상호 투자 전망이 더욱 밝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 교수는 (투자협정 체결을 통한) 양자 간의 경제적 유대 강화와 투자·무역 장벽 제거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의 꾸준한 회복과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수년간 NELB 열차 운행을 통해 중국과 유럽의 통상협력은 한층 더 긴밀해졌다. 독일 내륙 항구도시 뒤스부르크의 환승 허브 곳곳에서는 중국-유럽 화물열차용으로 특별 제작된 다양한 컨테이너가 눈에 띈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의류, 전자제품, 가전제품을 위한 컨테이너이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출발해 NELB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자동차, 기계, 식품의 규모도 점점 늘고 있다.
 
프랑스 국영철도공사 SNCF 로지스틱스의 자회사인 포워디스(Forwardis)에서 중국-유럽 철도화물을 담당하는 자비에 반더페펜(Xavier Wanderpepen) 씨는 2020년 상반기 중국과 유럽 간 화물열차 운행이 눈에 띄게 급증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2020년 4월부터 회사의 열차 수요가 급격히 늘고 2019년 대비 증가율도 20% 이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공식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유럽 화물열차 운행량은 전년 대비 50% 넘게 늘어난 12,400회에 달했다. 중국-유럽을 오가는 화물열차의 운행량이 연간 1만 회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자의 활발한 협력에 힘입어 중국과 유럽 기업 간 교류도 늘어나는 추세다. 뒤스부르크에서는 이미 100곳 넘는 중국계 기업이 현지에서 신규 사업에 착수했다. 통계상으로 2014년에 해당 기업 수는 겨우 40곳에 불과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2020년 1월에서 7월까지 중국과 27개 EU 회원국 간 수출입 규모가 전년 대비 2.6% 증가하는 등 양자 무역은 계속해서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천펑잉(Chen Fengying) 연구원은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NELB 주변국의 경제 발전과 작년 중국-유럽 양자 무역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리 교수는 중국과 유럽 기업이 함께 NELB를 발판으로 새로운 경제 통로를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전(前) 독일 헤센 주정부 대표를 지낸 미하엘 보허흐만(Michael Borchmann) 독일 중국국제투자촉진국 수석고문은 물류 다각화는 경쟁력 요소 중 하나다. NELB와 같은 훌륭한 육상 연계 인프라는 서로 간의 연결을 ‘더욱 넓고 견고하게’ 만들 거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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