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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한·일 군사 불신 해소 위해 국방장관 만나야

중앙일보 2021.02.15 00:20 종합 29면 지면보기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한일비전포럼 위원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한일비전포럼 위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핵심축), 일본은 인도·태평양 평화와 번영의 주춧돌이라고 언급했다. 한·일은 역사와 영토 문제 등 갈등이 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인권을 중시하고, 전후 경제 발전을 이루었으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지난 70년간 미국과의 동맹을 중심으로 같은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일본은 수년 전부터 외교청서에서 가치관 공유를 삭제했다. 최근에는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배상 판결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험난한 파고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한·일 관계가 절실하다. 바이든 정부도 이를 기대한다.
 

상대국에 대한 군사 불신 커져
신뢰로 봉합 않으면 위기로 비화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한·일 군사 협력을 고려할만하다. 일본은 6·25 전쟁 이후 미군과 유엔군의 후방 기지가 돼 왔다. 현재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연합작전 태세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육군 중심, 주일미군은 해군·공군·해병대 중심으로 이루어져 전략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안보 협력을 중시하는 이유다.
 
문제는 한·일의 군사적 신뢰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의 요체인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은 물론 초계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최근 한국 국방백서에서 다시 제기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심각한 위기로 규정한다. 여야 국방위 의원들과 외교·국방 당국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매년 열리는 한·일 안보전략 대화에서 해상과 공중 사고 방지를 위해 한·일 협정을 체결하라는 제안이 나왔지만,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동해 상에서 중국·러시아의 군용기 훈련이 늘면서 영공 침범 등 우발적 충돌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중국 해양경찰법 발효로 해상 무력 충돌 위험이 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제안한다. 한·일의 군사적 신뢰는 한·일 관계의 버팀목이다. 한·일 군사 관계는 미국과의 동맹을 토대로 우호적 협력 관계를 증진해 왔으며, 그 토대는 쉽게 무너지지 않지만, 댐 붕괴는 가느다란 균열로 시작된다. 지금 군사적 신뢰로 봉합하지 않으면 유사시 위기가 현실이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한·일 군 수뇌부가 솔직하게 상호 문제를 논의하는 자체가 중요하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협력을 지적하고 있으며, 코로나 대처와 호르무즈 파병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한·일 국방장관은 전화기를 들어 미국의 대북 정책과 동북아 안보 현안과 관련해 전략적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최근 우리 군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지상 사출 시험을 마쳤다는 소식이 나왔다. 올해 말 수중 사출 시험을 마치면 명실상부한 SLBM 보유국이 된다. 북한이 연초부터 당 대회를 열고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며 SLBM 개량 등을 통한 핵 무력 강화로 불안이 엄습했는데, 우리 군이 잘 대비하고 있어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의 경항모 추진을 우려하듯 일본도 우리의 전력 증강을 불안한 시선으로 본다. 한·일 군 수뇌부와 군사 분야별 대화 채널을 통해 그 배경을 사전에 설명하고 한·미·일 연합작전 태세 차원에서 통합 조정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진정한 위기는 위기가 위기임을 알지 못할 때 온다. 한·일 병탄과 6·25 전쟁의 비극이 그 예다. 바이든 정부의 동맹 전략과 한반도 정책이 구체화하기 전에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린치핀이자 주춧돌인 한·일의 의사소통이 절실하다. 바이든 정부는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고대한다.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한일비전포럼 위원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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