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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의 함께 다르게] 코로나19와 ‘교육 없는 교육’ 정책

중앙일보 2021.02.15 00:17 종합 27면 지면보기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대한민국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이래 질병관리본부는 2020년 1월 3일 대책반을 만들고 ‘게이트 검역’을 실시하였다. 같은 달 27일, 감염병 위기경보는 ‘경계’로 높아졌고, 전국은 바이러스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
 

코로나에 뒷북만 치는 교육 정책
‘교육 마비’ 해결 학교에 떠넘겨
위험에 방비하는 교육부 절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 각 부처의 시급한 선제조치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일선 교육현장을 살피고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교육부는 사태 파악에 느슨했다. 뒤늦게 상황이 위급해지자 부랴부랴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처음으로 현황조사와 신고, 예방과 자가격리를 요청하고(1월 27일), 대학에 개강 연기를 권고하였다(2월 5일). 이때 국내의 중국 국적 유학생은 7만 명 이상이었고, 1월 말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은 9582명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미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이었다. 이러한 폭풍전야의 상황을 생각하면 교육부의 대처 속도는 너무나 미흡했다.
 
뒤늦게 개학을 연기한 교육부(2월 23일)는 실망스러운 정책을 이어갔다. 학생들의 온라인 교수학습 지원을 교사들의 우수사례와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식의 ‘정책 아닌 정책’을 내놓았다(3월 12일). 코로나19로 인해 대책이 필요한 교육 현장의 재난 극복 과제를 정부가 아닌 ‘교사 의병’에게 떠넘겨버린 꼴이었다.
 
이후 교육부는 정부 대책반 가동 후 3개월이나 지난 3월 26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원격수업 운영기준안 등을 마련하였으나 여전히 비상시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늑장 대응이었다. 그리고 4월 9일 각급 학교에서 마침내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졌으나 제대로 된 대책은 없었다. 교육부는 기기 대여로 원격교육 환경만 구축할 뿐 실질적인 대처는 ‘교사 의병’을 최전선으로 내몰고 헌신을 요구하는 일이 전부라고 할 만큼 보잘것없는 미봉책에 가까웠다. 우여곡절 끝에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지기까지 한 달 동안 우리의 공교육은 완전히 멈추어 있었다.
 
함께 다르게 2/15

함께 다르게 2/15

이후에도 교육부의 대응과 태도는 너무나 태만했다. 4월 9일 개학 이전에 이루어졌어야 할 학교 교육의 핵심인 수업모형과 소통 대책은 2학기 개학을 앞둔 8월 초순에서야 온-오프라인 혼합수업을 위한 교육과정과 수업모형에 대한 지원계획으로 발표되었다. 이 역시 구체적인 알맹이는 빠졌다. 원격교육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교육부는 교사 학생 간 쌍방향 소통의 확대를 제안하는 데 그쳤다.
 
개학 연기를 결정한 2월 무렵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저하와 심각한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8월 하순에서야 교육부는 ‘기초학력 지도를 위한 온라인 맞춤형 관리 제안’이라는 형태로 해결책을 구체화하였다. 시기와 현실성도 문제이지만, 취약계층 학생에게 개별 학습 조력자를 제공하거나 디지털 기기 자체를 개별화하고 학습 과정에 맞추어 최적화하려는 외국의 사례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정책이었다.
 
교육부는 ‘포스트 코로나 교육대전환’ 논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하였지만(6월 17일), 아무런 결과가 없다가 무려 반년이 지나 올 초에야 현실성 없는 ‘미래교육추진단’ 구상을 내놓았다. 현재 백신 접종이 논의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구상’만 하고 있는 ‘멈춤 행정’의 교육부가 답답할 따름이다. 2020년 초부터 올해 2월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한 우리 교육 정책의 전개 과정은 말 그대로 “뒷북만 치는 교육 정책”이다. 학교 현장이 맞이할 상황을 예측하고 달라진 교육 생태계를 반영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늑장 대처로 일관하며 해결 방법마저도 학교 현장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학교 교육이 마비될 동안 교육부는 질병관리 협조와 학교 방역 관리만 하며 그저 교육을 흉내 내고 있었을 뿐이다. 교육부의 최우선 책무가 방역인지 교육인지조차 헷갈리고 있다. ‘교사 의병’이 있어 그나마 버티고 있으나 초등 저학년에서 글씨 쓰기, 종이접기에 서툰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 아동의 신체와 정서에 대한 발달격차를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습 의욕이 바닥까지 떨어진 학생들은 학교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교육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이 순간에도 뒷북만 치고 구색만 갖추는 교육부의 정책에서는 좀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평등과 무상만을 청사진으로 내세우며 허풍떠는 교육부를 보면서, 위험한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 방비하는 ‘미우주무(未雨綢繆)’의 교육부가 절실하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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