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환경부·서울시는 "잘 된다"는데…투명페트 수거현장 살펴보니

중앙일보 2021.02.14 07:00
딸기팩 등 과일용기, 샌드위치 등 도시락용기는 투명플라스틱이지만 투명페트병 재활용에 걸림돌이 된다(사진의 노란 표시). 김정연 기자

딸기팩 등 과일용기, 샌드위치 등 도시락용기는 투명플라스틱이지만 투명페트병 재활용에 걸림돌이 된다(사진의 노란 표시). 김정연 기자

 
“딸기팩도 투명 플라스틱 칸에 버리면 안된다구요? 몰랐어요.”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 분리수거함 앞에서 만난 정모(59)씨는 가지고 나온 투명 재질의 페트병 등을 투명페트 수거 마대에 쏟아부었다. 정씨가 배출한 플라스틱 용기 중엔 생수통, 음료수통뿐 아니라 딸기 팩, 샌드위치 포장 뚜껑 같은 투명한 재질의 플라스틱도 있었다.
 
하지만 생수통과 음료수통을 제외한 나머지는 ‘투명페트병’로 분리 배출해선 안 되는 품목이다. 재질이 규격화되지 않아,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투명페트병만 모을 경우 섬유 원사로 가공이 가능해, 재활용 효율이 높아지고 쓰임새도 다양해 '고품질 재활용'으로 취급된다. 사진은 삼다수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과 가방. 사진 효성

투명페트병만 모을 경우 섬유 원사로 가공이 가능해, 재활용 효율이 높아지고 쓰임새도 다양해 '고품질 재활용'으로 취급된다. 사진은 삼다수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과 가방. 사진 효성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전국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아파트)에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을 의무화했다. 투명페트병은 PET 재질만 따로 배출하면 고품질 재활용이 가능해, 제대로 활용하면 쓰레기를 줄이고 플라스틱 원료 생산도 줄이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시행 한 달이 넘은 시점, 기자가 서울의 5개 아파트 총 36개 수거장을 돌아보니 아파트는 물론 각 동마다 수거율이 천차만별이었다. 아파트 3곳은 분리 배출함이 아예 없었고, 투명페트병 배출 안내를 하는 2곳도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과 뒤섞여 있었다.
 

‘투명페트만’ 적혔어도 내용물은 뒤죽박죽

투명페트 분리수거 자루를 잘 설치한 아파트단지에서도 안의 내용물을 들여다보면 분리수거하기 어려운 플라스틱이 많이 섞여있었다. 김정연 기자

투명페트 분리수거 자루를 잘 설치한 아파트단지에서도 안의 내용물을 들여다보면 분리수거하기 어려운 플라스틱이 많이 섞여있었다. 김정연 기자

 
10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마포구 A아파트 단지에는 분리수거장마다 ‘투명페트병만’이라고 써 붙은 마대가 있었다. 하지만 마대 안을 들여다보니 배달용기 등 잡다한 플라스틱이 섞여 있었다. 투명페트병과 기타 플라스틱을 분리해 들고 나온 주민들은 분리 배출하고 있었지만, 일부 주민들은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쏟아낸 뒤 돌아갔다.
 
영등포구 C 아파트에는 무색 페트병 수거용 마대가 놓여있지만 내용물은 세제 통, 즉석밥 통, 계란판 등 갖가지 종류의 플라스틱이 혼합돼있다. 김정연기자

영등포구 C 아파트에는 무색 페트병 수거용 마대가 놓여있지만 내용물은 세제 통, 즉석밥 통, 계란판 등 갖가지 종류의 플라스틱이 혼합돼있다. 김정연기자

 
인근 B아파트도 ‘투명페트병 배출’ 주머니가 따로 있었긴 했지만 내용물은 일반 플라스틱 배출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비원 위모(61)씨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어차피 걷어갈 때 한 곳에 우르르 담아서 가지고 간다”며 손을 내저었다.
 

딸기팩, 도시락 뚜껑은 투명페트병 아닌데…

투명 플라스틱만 비교적 잘 모인 투명페트 분리수거함. 그러나 여전히 섞여들어가면 안되는 플라스틱(노란 표시)이 함께 버려져있다. 김정연 기자

투명 플라스틱만 비교적 잘 모인 투명페트 분리수거함. 그러나 여전히 섞여들어가면 안되는 플라스틱(노란 표시)이 함께 버려져있다. 김정연 기자

 
이들 아파트 단지 두 곳의 총 16개 수거장 중 투명페트병만 모인 수거장은 3곳뿐이었다. 그마저도 생수‧음료수통이 아닌 색만 투명한 플라스틱이 섞여 있어 재활용에 적합한 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투명 플라스틱만 모여있는 3곳은 모두 아파트 경비원 등이 자주 관리하는 곳이라고 했다. 경비원 황모(72) 씨는 “여기 종일 붙어서서 이것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힘들다”며 한숨 쉬었다. 
 
현행 분리 배출체계에선 생산과정부터 규격화돼 품질이 보증된 음료‧생수 페트만 재활용 가치가 있는 ‘투명페트’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아는 주민들은 드문 듯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과일팩, 도시락 뚜껑 등에는 ‘PET’라고 쓰여있더라도 미세하게 다른 성분이 섞여있거나 스티커가 부칙된 경우가 많아,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 배출하는 게 원칙이다. 
  

기껏 모아도, 버릴 곳이 없다

서울시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투명페트만 모아 버리러 들고 나온 주민이 버릴 곳이 없어 플라스틱 수거함 옆에 두고 간 모습. 김정연 기자

서울시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투명페트만 모아 버리러 들고 나온 주민이 버릴 곳이 없어 플라스틱 수거함 옆에 두고 간 모습. 김정연 기자

 
기자가 찾아간 영등포구 C아파트, 서대문구 D아파트, 마포구 E아파트는 투명페트병을 따로 버릴 곳이 마련돼있지 않았다. 각 수거장마다 플라스틱을 버리는 큰 자루가 2~3개씩 있었지만, 모든 자루에 온갖 플라스틱이 섞여 버려져있었다. 투명 플라스틱만 양손 가득 가져온 E아파트의 한 주민은 분리 배출할 곳을 이리저리 찾다가 자루 한 곳에 그냥 쏟아부었다.
 
이 아파트 경비실에 문의하니 “투명페트병을 모아둔 것이 많으면 요청시 배출용 비닐을 따로 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D아파트 측은 “주민들도 분리배출을 잘 모르고, 수거업체도 어차피 한데 담아 가져간다”고 답했다.
 
이러다보니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사업의 확대에도 실질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양은 적은 편이다. 하루 3000톤의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한 선별업체 관계자는 “투명페트로 분류돼 들어오는 자루에 이물질이 10~15% 수준일 경우 직원 서너명이 선별 작업이 가능한 정도”라며 “그 이상 이물질이 섞여있으면 그냥 일반 플라스틱 처리구역으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플라스틱 수거량의 약 30%가 투명페트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지금 분리해서 들어오는 양은 전체의 2~2.5%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환경부‧서울시 “분리배출 잘 되고 있다”

지난 4일 경북의 한 섬유공장을 찾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페트병 재활용 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만져보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경북의 한 섬유공장을 찾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페트병 재활용 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만져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환경부와 지자체는 투명페트병 분리 배출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1월 22일까지 자체점검한 전국 1000곳 아파트단지 중 93%가 분리배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전체 2459개 단지 중 1월 넷째 주까지 분리배출을 하는 단지가 80%라고 했다.
 
그러나 하지만 이 수치는 분리배출 자루나 표지가 설치돼 있으면 분리배출로 판단한 집계를 바탕으로 했다. 분리 배출의 내용물, 품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점검은 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우선 대국민 홍보와 아파트 내 배출함 설치부터 정착시켰고, 오는 3월부터 지자체와 협의해 수거 품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