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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외치며 연락처는 가린 文의 靑···MB땐 300명 다 공개

중앙일보 2021.02.14 05:00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가장 먼저 약속한 것은 ‘소통’이었다.
 
그는 “우선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며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소통'을 전면에 내세웠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소통'을 전면에 내세웠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약속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미 대선 주자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는 정치가 없다. 통하지 않고 꽉 막혀서 숨 막히는 불통정권이다. 정치는 소통이다”라며 적극적 소통을 예고했다.
 
그러나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긴다는 공약은 곧장 폐기됐고,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의 격의없는 대화”나 “광화문 광장에서의 대토론회” 등의 약속은 없던 얘기가 됐다. 직접 브리핑도 남북 관계 경색과 함께 중단됐다.
 
문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선 ‘불통 이미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자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단순 비교를 굳이 해도 이명박 대통령 18회(국내5, 외교8, 방송5), 박근혜 대통령 16회(국내3, 외교 13), 그리고 임기 1년 이상을 남겨놓은 문 대통령은 현재 19회(국내9, 외교7, 방송3)”라며 전임 대통령과의 기자회견 횟수를 비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단순히 박제화된 현장을 둘러 보는 것으로 다한 것이 아니었다”며 “현장을 방문하기 전후로 간담회와 환담은 물론 식사와 차담을 통해 의견을 듣고 때로는 조율하기도 하는 자리에 많은 사람이 참여해왔고, 격식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문 대통령의 현장방문엔 뒷말이 나오는 경우가 잦다. 지난 5일 전남도청에는 ‘우주 미남’,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문재인 보유국’ 등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20여명이 도열했다. 과잉의전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을 마치고 전남도청 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을 마치고 전남도청 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1일엔 화성 동탄의 임대아파트를 방문했을 때에도 나중에 해당 아파트의 인테리어 비용으로 4290만원을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또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겠다”며 2017년 10월 23일부터 문 대통령의 일정을 주단위로 사후 공개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으로 대표되는 비공개 일정을 투명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일정은 ‘비서실 업무보고’, ‘안보실 업무보고’ 등으로만 표기될뿐 누가 어떤 보고를 했는지는 비공개다. 상당수의 비공식 일정 역시 공개 대상에서 빠져있다. 야권에선 “안 하느니만 못한 공개”라는 비판이 나온다. 
 
언론과의 소통도 원만하지 않다. 대표적 사례는 청와대가 언론에 공개한 청와대 직제표다.
 
청와대가 공개한 조직도. 국가안보실은 안보실장을 제외한 전체 조직이 '비공개'로 돼 있다. 주요 참모들의 연락처도 비공개 했다. 중앙일보

청와대가 공개한 조직도. 국가안보실은 안보실장을 제외한 전체 조직이 '비공개'로 돼 있다. 주요 참모들의 연락처도 비공개 했다. 중앙일보

 
직제표에는 청와대 비서실과 정책실, 국가안보실의 비서관 이상 참모들이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하지만 비서실과 정책실의 주요 수석과 비서관들의 연락처 상당수가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그나마 연락처가 표시된 참모들도 대부분 언론 접촉을 하지 않는다. 청와대 내에서는 “개별 수석실은 언론 취재에 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말이 공공연한 매뉴얼로 돼 있다. 참모들 중에는 “취재에 응하면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게된다”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300명 이상인 전체 청와대 참모들의 연락처를 공개했다. 불통의 대명사가 됐던 박근혜 정부 때도 비서관 이상은 각 수석실의 입장을 언론에 직접 설명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취재는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에만 의존하는 구조다. 대변인이 불러주는 말을 ‘받아쓰기’하는 것 이외의 취재는 사실상 봉쇄된 구조다. 대변인 브리핑에 언급되지 않은 기사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가짜뉴스”라는 식의 공지가 이뤄져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가짜뉴스’라고 반박한 보도 중에는 “노영민 실장과 김조원 민정수석이 언쟁을 한 것은 맞다”(김외숙 인사수석)며 며칠만에 사실로 확인된 사안들도 적지 않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김상조 정책실장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김상조 정책실장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에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소통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1일 취임한 유 실장의 언론 접촉은 처음이라 주목을 받았다. 유 실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소통 기회를 자주 갖지 못해) 답답한데 이게 장기화되면 핑계가 된다”며 “어떤 방법으로라도 대통령과 여러분이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기업인 출신인 유 실장이 청와대에 새로운 소통 문화를 이식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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