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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과 함께하는 가족 건강 챙기기⑤
진드기가 원인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알레르기 비염의 여러 항원 중에서도 침구류나 천으로 된 소파에 특히 많이 서식하는 큰다리먼지진드기, 세로무늬 먼지진드기 등 집먼지진드기가 가장 흔한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과반수가 집먼지진드기에 대한 알레르기 면역반응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일부만 실제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평소 증상이 없었더라도 자주 심하게 집먼지진드기에 노출되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서 제대로 된 항염증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면 중 숙면을 못 하고 매우 얕게 수면하는 상태(미세 각성)가 일반인보다 10~50배 증가한다. 또한 수면 중 호흡 장애까지 같이 나타나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이 매우 높다. 이러한 결과로 만성피로, 우울증 및 불안 등의 정서장애까지 생길 수 있고 학생의 경우 학습장애가 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는 어떻게

알레르기비염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많은 환자가 빠른 효과가 있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약이 혈중에 있는 동안에만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이는 증상완화제이지 염증을 조절하는 약이 아니다. 염증의 결과로 수많은 염증 물질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인 히스타민으로 인한 증상만을 호전시켜 주는 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데도 증상이 나타나면 일시적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올바른 치료 방법이다.
알레르기 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면역치료를 해야 한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에 대해 ‘백신’ 역할을 하는 항체가 몸속에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대략 80%~90%의 환자에서 효과가 있고 3~5년 정도 지속하면 모든 약을 끊을 정도로 좋아질 수도 있다.
진드기 서식지 없애야

알레르기 비염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먼저 가정 내 습도는 40~50%를 유지한다. 집먼지 진드기는 주변 공기 중 습기를 흡수해서 수분섭취를 하기 때문에 습도가 낮으면 살 수가 없다. 하지만 너무 낮으면 사람이 호흡하기에 불편할 수 있으므로 대략 40% 정도가 적정 수치이다.
침구류는 정기적으로(2~3주에 1회) 55℃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한다. 집먼지진드기는 고온에서 죽는다. 하지만 고온으로 죽이기만 하면 집먼지진드기 배설물과 시체가 그대로 남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뜨거운 물로 빨아서 집먼지진드기를 죽이고 다시 또 헹궈 항원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구류 세트를 2개를 사 놓고 세제 없이 빠는 것이 좋다.
침대 매트리스와 베개를 알레르겐 방지용 덮개로 싸주는 것이 좋다. 이불, 침구 커버 등은 고온으로 빨아서 집먼지진드기를 없앨 수 있지만 베게 솜이나 매트리스 안에 집먼지진드기가 사는 경우에는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물로 빨기 어려운 침구류는 집먼지진드기가 서식하지 못하고 미세한 배설물이 아예 들어가지 못하도록 비투과성 특수 커버를 사용하는 것이 예방에 중요하다.
카펫, 털이 많은 동물, 천 소파, 천 커튼,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물건 등은 치운다. 집먼지진드기는 섬유, 털 등에 붙어서 서식한다. 따라서 서식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고 먼지가 모이는 곳에 알레르겐도 많으므로 먼지가 모일 수 없도록 집안을 단순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헤파 필터(HEPA filter; High Efficiency Particulate Filter)가 장착된 진공청소기로 자주 청소를 한다. 일반 진공청소기는 항원이 기계 안으로 빨려들어 온 후 큰 물질은 필터에 걸러지고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작은 항원들은 기계 밖으로 다시 배출돼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