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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간 레반동무스키' 안병준, "사투리 어렵네요"

중앙일보 2021.02.12 08:00
인민 호날두, 레반동무스키라 불리는 재일교포 3세 북한축구대표 출신 안병준. 그가 부산 강서구 부산아이파크 클럽하우스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인민 호날두, 레반동무스키라 불리는 재일교포 3세 북한축구대표 출신 안병준. 그가 부산 강서구 부산아이파크 클럽하우스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에 온 지 2~3주 됐는데, 아직 사투리를 잘 못 알아 듣겠어요. 일본 규슈나 오사카 쪽도 심한데, 부산이 더 심해요. 그래서 좀 천천히, 알기 쉽게 말해 달라고 부탁 드려요.”

재일교포 3세 북한축구대표 출신
작년 수원FC서 K리그2 득점왕 MVP
동무+레반도프스키 합한 별명
강원행 불발, 부산 '승격 전도사'로

 
최근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공격수 안병준(31)이 웃으며 말했다. 억양에 한국말을 배운 일본인 느낌이 있다.  
 
그는 재일교포 3세, 북한축구대표 출신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아빠를 따라 북한 국적을 취득했다. 제주도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건너간 할아버지가 ‘근본이 준수하고 재주가 뛰어나다’라는 뜻으로 병준(柄俊)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안병준은 “조선학교를 다녀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서툴지만 거의 100% 알아 듣는데, 아직 부산 사투리는 적응 못했다”고 했다.  
  
안병준의 부산행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수원FC의 K리그1(1부) 승격을 이끌며 득점왕(21골)과 MVP를 휩쓸었다. 올겨울 K리그1 강원FC행을 눈 앞에 뒀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이상이 발견돼 무산됐다. 일본 J리그 시절 받았던 무릎 수술이 문제가 됐다. K리그2 부산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지난달 계약했고, 안병준은 2021시즌도 K리그2에서 보내게 됐다.  
 
안병준은 “물론 제가 아무렇지 않았을 때보다는, 수술을 했기 때문에… 그래도 그 때보다는 연골, 판이 좋아지고 있다. 일본에 있을 때 수술한 거고, 작년에 거의 전 경기(28경기 중 26경기)를 뛰었다. 병원 2~3곳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강원 구단이 주치의 소견을 따른 것 같다. 연골이 아닌 십자인대 때문이라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안병준은 “축구선수 생활 중 정신적으로 제일 힘든 시간이었다. 아내가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거야’라고 격려를 해줬다. 처음에는 제 자신이 마음을 새로 잡을 수 있을지 엄청 고민을 했다. 부산에 와서 운동장에 나가면, 그 순간 축구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부산이 절 믿고 손을 내밀어준 만큼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안병준은 강원이 제시했던 것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다. 
 
2부로 강등된 부산은 히카르도 페레즈(포르투갈)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을 지휘할 당시 골키퍼 코치였다. 안병준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엄청 큰 감독이다. 수비 시에도 앞에서 적극적으로 수비하고, 세밀한 플레이를 원한다. 내게 지난해 승격 플레이오프를 인상적으로 봤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페레즈호는 훈련 일정을 빡빡하게 소화하고 있다. 안병준은 인터뷰 도중 요가와 명상 수업을 받고 돌아왔다. 안병준은 “요가는 처음해봐서 몸에 적응이 안된다”며 웃었다.  
 
인민 호날두, 레반동무스키라 불리는 재일교포 3세 북한축구대표 출신 안병준. 송봉근 기자

인민 호날두, 레반동무스키라 불리는 재일교포 3세 북한축구대표 출신 안병준. 송봉근 기자

 
안병준은 북한대표팀 소속으로 A매치 9경기에 출전했고, 평양에서 홈 경기도 해봤다. 가슴에 인공기를 달았다는 이유 만으로 악플을 받기도 했다. 그는“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건 불가능하다.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북한 대표팀에 뽑힌 건 2017년 동아시안컵이 마지막이었다. 남북한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같은 조다. 한국 홈 경기가 남았다. 요즘 같은 활약이라면 다시 인공기를 달 수도 있다. 하지만 안병준은 “지금은 새로운 팀에 와서 적응하고 잘해야 된다는 마음이 더 크다. 지난해 수원FC 시절보다, 지금은 별로 대표에 대해 생각 안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별명은 ‘인민 호날두’와 함께 ‘레반동무스키’도 있다. 북한에서 자주 쓰이는 ‘동무’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를 합한 말이다. 안병준은 “세계적인 포워드 영상을 많이 본다. 특히 레반도프스키는 문전에서 포지셔닝, 영리함, 슈팅 기회 때 냉정함, 신체 능력과 기술이 좋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레반동무스키’ 별명에 대해 “그냥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2006년 안영학에 이어 북한 국가대표 출신으로 두 번째로 부산 유니폼을 입었다. 안병준은 “일본에서 영학이 형을 처음 만났고, 그 이후 같이 축구도 했다. 부산행이 확정된 뒤 ‘잘해라. 응원하고 있다’는 문자도 보내줬다. 형이 부산에서 사랑을 받았는데, 저도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다”고 했다.
 
지난해 11월29일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안병준(왼쪽). [뉴스1]

지난해 11월29일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안병준(왼쪽). [뉴스1]

 
안병준은  지난해 K리그2 승격 플레이오프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트렸다. 안병준은 “떨리거나 그런건 없었고, 오히려 그런 장면에서 차고 싶어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부산 유니폼을 입고 다시 ‘승격 전도사’로 나서는 그는 “2년 전 가족들과 부산 여행을 왔을 때 바다가 좋았다. 가족도 곧 부산으로 내려오는데, 아이들이 수원 왕갈비 만큼 생선도 좋아한다. 당연히 목표는 부산과 함께 1부 승격이고, 그것에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부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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