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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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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선임기자 ahnjw@joongang.co.kr

"미운털 박혔는데 환영 받겠나"···2·4대책, 강남선 콧방귀 꼈다

중앙일보 2021.02.12 06:03
지난해 말 취임 때부터 '신뢰'를 강조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4대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지난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답변하는 변 장관. [뉴스1]

지난해 말 취임 때부터 '신뢰'를 강조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4대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지난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답변하는 변 장관. [뉴스1]

“심판이 직접 선수로 뛰는 격이다.” 정부의 2·4부동산대책 뒤 주택 개발 시행사 대표가 ‘공공 직접시행’ 사업방식에 대해 한마디 했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심리'에 좌우되는 주택시장
정부 불신, 대책 의구심 팽배
"2·4대책 성공하려면 신뢰가 전제"

“소유권을 넘기라는데 공공을 어떻게 믿나.” 서울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사는 지인의 말이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요즘 주택시장을 보면 더욱 실감 난다. 시장에 팽배한 ‘대책 불신’과 ‘규제 완화 기대감’이 집값과 주택정책을 흔들고 있다. 정부는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다주택자 투기, 유동성 등에 이어 ‘주택 공급 부족 불안 심리’에 주목하고 있다.  
 
설 이후 주택시장 향방과 2·4대책 효과는 정부와 시장, 공공과 민간 간 ‘심리전’에 달렸다.   
 

정부·대책 불신

 
정부는 2·4대책 앞에 ‘획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이전 대책과 차별화하고 싶겠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임원은 “강북에선 관심을 좀 보이지만 강남은 대체로 ‘콧방귀’ 수준”이라고 전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응답자(53.1%)가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가장 많았다(56.4%). 
 
정부 불신이 대책 불신을 키웠다. 이번 대책의 세부적인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윤곽만 드러낸 셈인데도 거부 반응이 앞서는 것은 현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 때문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절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절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도 하락 등에서 알 수 있듯 정부에 '미운털'이 잔뜩 박혀있는데 이전에 보지 못한 낯선 대책이 환영받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추가 수익 등 ‘이익’보다 공공에 넘겨야 하는 부동산 소유권·조합 사업권 등 ‘손실’이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다.  
 

공급 의구심

 
2·4공급확대 대책은 새로운 공급방식이어서 물량 등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  

 
정부는 서울 32만가구, 전국 83만가구를 제시했다. 변창흠 장관은 지난 7일 TV에서 “매수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며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참여율을 25%로 잡았는데, 앞선 8·4 대책에서 제시된 공공 재개발 참여율이 25%를 넘는다”고 말했다. 실제 참여율이 올라가면 공급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정부는 기존 낡은 주거지를 개발하는 것이어서 멸실 주택이 많지만 용적률 완화 등으로 새 아파트 순증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종전 가구 수 대비 증가 효과가 이전 1.1~1.3배에서 1.3~1.5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 참여율이 저조하면 공급량이 줄어들게 돼 2·4대책은 변동성이 크고 모험적인 계획인 셈이다.  

 
기업의 ‘캐시카우’(고정적인 수입원)처럼 안정적인 주택 공급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주택 공급이 절실한 서울에서 손에 잡히는 확실한 공급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기대

 
정부 대책 불신에 반비례해 현 정부가 도입한 고강도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주택정책 방향 선회가 근거가 됐다. 규제 완화를 외치는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이 규제 완화 기대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가 떠올랐다. 정부가 매물 유도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TV에 출연해서 한 발언이 불씨가 됐다. 그는 “현재 세 채 네 채 갖고 계신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대책”이라며 “작년 대책도 (공급 확대와 함께) 이 두 가지에 맞춰 공급 확대 정책으로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강화에 앞서 지난해 상반기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바 있다. 올해 종부세를 더욱 강화하면서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을 올해 6월까지 6개월 늦추기도 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 후보들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내걸고 있다. 야당 예비 후보가 적극적이어서 분양가상한제 폐지,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 건축 연면적 비율) 상향, 층수 제한 완화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당장 규제 완화 키를 주고 있는 정부가 뜻이 없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최근 “양도세를 완화하면 주택을 추가로 투자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줘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정부는 2·4대책에서 공공 주도라는 전제에서 용적률·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관련 핵심 규제를 우회적으로 수용했다. 
 
앞으로 1년여 뒤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규제 완화가 쉽지 않다. 세제와 재건축 규제가 법으로 못 박아 놓은 것이어서 현재 여당이 나서지 않는 한 어렵다. 
집값 움직임과 규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집값 움직임과 규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규제 강화·완화는 시장에 달렸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도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 때 상당 부분 풀렸다.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는 폐지하려고 했지만 폐지는 못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이 계속 올랐으면 풀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규제를 푼 일등 공신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라기보다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이었다”고 말했다.

 
시장의 불신·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 정부 역할이 크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대부분 정비사업에서 공공과 토지주는 불신과 반목의 관계였다”며 “이번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이고 공신력 있는 컨설팅을 제공해 시장의 신뢰를 쌓는 게 전제”라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할까. 조직 심리학자이고 『오리지널스』의 저자인 애덤 그랜트(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심리치료 기술인 ‘동기 부여 대화법’(motivational interviewing)을 들며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말고 변화하려는 동기를 찾게 해주라”고 조언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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