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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처럼 캡슐과 물 넣었더니 맥주 뚝딱···집콕족 홀렸다

중앙일보 2021.02.12 05:00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외식을 꺼리게 되면서 혼술, 홈파티를 위한 가전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혼술 이미지. [중앙포토]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외식을 꺼리게 되면서 혼술, 홈파티를 위한 가전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혼술 이미지. [중앙포토]

서울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윤명주(33)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가정용 맥주제조기를 샀다. 코로나19 방역지침 때문에 지방에 있는 본가에 가지 못해 '혼설족'(혼자 설을 보내는 사람)이 된 터라,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시기 위해서다. 윤씨는 "밸런타인데이 등 특별한 날에 친구 한두 명과 홈파티할 때도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필수가전'의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 청결과 위생이 강조되면서 지난해엔 식기세척기·건조기·로봇청소기가 이른바 '삼신(3新)가전'으로 떠올랐다. 올해는 뉴노멀로 자리잡은 집콕·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자급자족형 가전'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홈파티 유행 속 맥주제조기 113% 성장

지난해 말부터 '오후 9시 이후 영업 금지(수도권 기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지속되자 가족·친구끼리 집에서 모여 즐기는 홈술·홈파티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 최근 홈파티용 술이 편의점 캔맥주가 아닌 수제맥주로 대체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맥주제조기(홈브루잉) 판매 신장률은 전년 대비 113%였다. 같은 기간 맥주거품기(97%), 맥주잔(29%) 등 관련 제품의 판매량도 가파르게 늘었다.
 
홈브루 시장의 선두주자는 LG전자다. 2019년 7월 캡슐형 맥주제조기(399만원)을 출시했고, 지난해 7월에는 가격을 낮춘 새 모델(199만원)을 추가로 내놨다. 신제품 출시 이후 3개월 동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LG홈브루는 페일에일, 인디아 페일에일, 필스너, 흑맥주, 밀맥주 등 다섯 가지 종류의 맥주를 직접 제조해 마실 수 있다. 홈브루에 맥주 원료가 담긴 캡슐과 물을 넣고 다이얼 조작만 하면 발효·숙성·보관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캡슐 1개를 넣고 2~3주 기다리면 5L의 맥주가 완성된다.  
LG전자가 출시한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홈브루. [사진 LG전자]

LG전자가 출시한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홈브루. [사진 LG전자]

맥주제조기 시장에 먼저 뛰어든 건 국내 스타트업 인더케그다. 인더케그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에 수제맥주 제조기를 출품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받았다. 지난해는 기업간 거래(B2B) 상품을, 올해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상품인 '인더케그 홈'을 선보였다. 인더케그 홈(가격 미정)은 맥주의 원료인 맥즙을 1주일 만에 발효·숙성해 맥주 5L를 생성해낸다.
 
홈파티용 안주조리기기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야외용 가스버너 대신 1·2구짜리 휴대용 인덕션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휴대용 인덕션 '더 플레이트 2구'(49만원)를 출시한 뒤 매달 평균 40%씩 판매량이 증가세다. 최근 더 플레이트 1구(25만원)도 내놨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더 플레이트 인덕션. 일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고 화재·화상 위험이 없어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더 플레이트 인덕션. 일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고 화재·화상 위험이 없어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상반기 중 신발관리기 나올 듯  

미세먼지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생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의류관리기가 필수 가전으로 떠오른 가운데, 삼성전자가 '신발관리기'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신발관리기가 올 상반기 중에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의류관리기 판매량은 역대 최대였다. 2019년 45만 대에서 33% 이상 늘어나 60만 대가 팔렸다. 점유율 1위인 LG전자의 스타일러는 출시 첫해인 2011년 대비 판매량이 30배 늘었다. 해외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 에어드레서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의류관리기에 이어 신발관리기인 '슈 드레서'(가격 미정)를 개발 중이다. 신발을 슈 드레서에 넣기만 하면 탈취는 물론 습기까지 제거돼 최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 장마·폭설에도 외출 후 넣어두기만 하면 간단하게 말릴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옷나 가방처럼 신발에 애착을 가진 소비자가 많다"면서 "의류관리기 못지않게 슈드레서도 소비자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의류관리기 비스포크 에어드레서.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에 신발관리기인 '슈드레서'가 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의류관리기 비스포크 에어드레서.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에 신발관리기인 '슈드레서'가 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안방으로 들어온 냉장고·공기청정기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냉장고·공기청정기 등 거실에 놓고 쓰던 가전제품이 방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대로 맞춤 가전을 따로 갖추는 것이다.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가전의 크기와 디자인은 확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25L짜리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60만원대)와 큐브 공기청정기(130만원대)를 판매 중이다. 큐브 냉장고는 사용자의 취향대로 와인이나 맥주, 화장품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크기다. 공기청정기와 외관이 같아 나란히 세워놓아도 인테리어 소품처럼 어울리는 효과가 있다.
 
LG전자는 협탁 형태의 오브제 소형 냉장고(40L·199만원)와 가습 공기청정기(199만원)를 2018년 출시했다. 고급 가구에 쓰이는 북미산 애쉬원목 최고 등급을 사용했고, 산업디자인계의 거장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원목 가구와 동일한 디자인의 LG오브제 냉장고. [사진 LG전자]

원목 가구와 동일한 디자인의 LG오브제 냉장고. [사진 LG전자]

 
이준구 상명대 소비자거주학과 교수는 "집콕 트렌드로 집의 기능이 다양하게 변모함에 따라 가전제품 역시 개인 맞춤형, 다기능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외부와의 물리적 연결을 최소화하면서 위생적이고 취향에 맞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신가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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