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들 돈 뿌릴 때 홀로 “빚더미”에 앉은 회사, 어디?

중앙일보 2021.02.11 13:18
춘절(春節, 중국 설)이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중국 IT업계의 이벤트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더우인(抖音), 핀둬둬(拼多多), 콰이쇼우(快手)같은 쇼트 폼 콘텐츠 플랫폼뿐만 아니라 바이두, 즈푸바오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대대적인 홍바오(紅包, 세뱃돈의 개념)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최근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를 통해 앱 아이콘에 자사의 홍바오 금액을 표시했다. 바이트 댄스의 틱톡은 20억 위안, 라이벌인 콰이쇼우는 21억 위안, 바이두는 22억 위안을 제시하는 등 '억' 소리 나는 이벤트 대격돌에 나섰다.  
ⓒ웨이보 갈무리

ⓒ웨이보 갈무리

여기서 눈에 띄는 어플이 하나 있다. 바로 러스스핀(乐视视频,LeTV)이다. 해당 어플에는 다른 어플과 달리 '빚 122억'(欠122亿)이 표기되어 있다.

지난 7일, 앱 업데이트 이후 러스스핀에 빚이 표기되자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크게 화제가 됐다. 관련 영상이나 게시물 조회 수가 수억 회에 달하며 이용자들은 자신의 화면을 캡처하기에 바빴다.
 
이후 많은 추측이 제기되었는데, 해당 회사의 채무액이 122억이 아니냐는 의견에 무게가 쏠렸다. 현재 러스스핀의 모기업 러스왕(乐视网, LeEco)이 빚더미에 앉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러스왕은 어떤 기업인가

ⓒ바이두이미지

ⓒ바이두이미지

러스왕은 한때 중국판 넷플릭스로 반짝였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다. 2004년 설립돼 2010년 선전거래소 촹예반(創業板, 창업판)에 상장됐다.  
 
그러나 창립자인 자웨팅(贾跃亭) 회장은 스마트TV, 콘텐츠, 스마트폰 등 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했고 자금난에 봉착했다. 결국 적자난이 지속되며 지난해 5월 상장 폐지되었고 러스왕의 '10년간의 신화’가 완전히 막을 내렸다. 자웨팅은 일선에서 자리를 물러났고 패러데이 퓨처(FF Faraday Future)라는 고급 전기차 제조에 뛰어들었다.
 
한편 러스왕은 상장폐지 이후에도 러스스핀(乐视视频) 운영을 이어나갔고 일부 고전 드라마 시리즈의 독점 방송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적자를 간간이 메꿀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 최종 손익 112억 위안(약 1조 932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3년간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부진은 계속해서 이어져 2020년 실적 또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직원들의 급여는 10%가량 삭감됐다.  
 

러스왕은 왜 이런 이벤트를 한 걸까?

러스왕은 일종의 작은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다수 IT 업체들이 수십억 위안에 달하는 홍바오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러스왕은 많은 부채 때문에 이 같은 마케팅을 전개할 수 없었기에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플리케이션 업데이트 이후 러스스핀의 아이콘에 빚이 표시되어 있다. ⓒ웨이보 갈무리

플리케이션 업데이트 이후 러스스핀의 아이콘에 빚이 표시되어 있다. ⓒ웨이보 갈무리

러스왕의 자회사인 러룽즈신(樂融致新)의 장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년간 러스왕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열심히 빚을 갚고 있으며 우리의 부채는 비밀이 아니다. 이를 마케팅적 관점에 활용하려 했다"고 밝혔다.
 
"춘절이 다가옴에 따라 LeTV는 최신 영상을 업데이트하고 앱 사용 경험을 최적화했다. 더 많은 사용자에게  풍요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실제 채무 규모가 122억 위안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웨이보 갈무리

ⓒ웨이보 갈무리

실제로 러스왕의 전략은 통했다. 중국 사용자들은 러스왕의 부채 상환을 기대한다며, 러스왕의 낙관적인 정신에 감동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이틀간 러스스핀 앱 다운로드도 약 20%가량 증가했다.

단기간에 사용자를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중국의 '홍바오 전쟁'은 매년 반복된다. 그러나 단순히 홍바오를 나누기는 이벤트에 사용자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러스왕처럼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본다면 재기와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차이나랩=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