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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자식 못본 노인들 매일 눈물"…가족 울리는 '코로나 설날'

중앙일보 2021.02.11 09:00
4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따라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른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방역지침에 동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전남 강진군 병영면 전라병영성 동문 주변에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4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따라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른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방역지침에 동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전남 강진군 병영면 전라병영성 동문 주변에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추석 때 ‘불효자는 온다’고 하길래 고향에 못 내려갔지요. 이번 설에는 갈 줄 알았는데…”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50대 주부 A씨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날에도 고향인 전북 군산시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상심하고 있다. 팔순을 훌쩍 넘은 A씨의 노모는 자식과 손주를 걱정하며, 이번에도 극구 오지 말라고 했다. A씨는 5인 가족이다. 그는 “부모를 못 뵌 지 1년은 된 것 같다. 매년 명절은 잊지 않고 챙겨왔는데 추석과 설을 연이어 다 못 챙긴 적은 없었다”면서도 “지난 추석 때 가족 모임을 통해 감염된 사례가 꽤 있어 조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언택트 설날’이 아쉬운 가족들

8일 부산 수영구의 도로변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설 명절 연휴 기간동안 고향 방문 자제를 권장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송봉근 기자

8일 부산 수영구의 도로변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설 명절 연휴 기간동안 고향 방문 자제를 권장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송봉근 기자

올해 설 명절, 가족 상봉이 가로막히면서 울상인 가족이 늘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연장하면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가족 간 만남 자제가 주문되고 있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직장 문제로 경기도에 혼자 거주하는 30대 회사원 신모씨는 “지병이 있는 할머니와 부모님, 여동생이 전주에서 살고 있다”며 “할머니를 볼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아쉽고 슬프지만,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합금지를 내렸다는 건 만나지 말라는 뜻인데, 이것저것 경우를 따지고 예외 사항을 만들면서까지 굳이 만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맘 카페에도 최근 “자식 된 도리로서 죄송하다. 집합금지 풀리면 가겠다고 약속해서 (부모) 마음을 풀어드리자” “시댁·친정에 못 간 지 1년이 넘었는데 새로 태어난 아이도 한 번도 못 보여드렸다. 죄송한 마음뿐이다”와 같은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요양원 어르신은 매일 눈물 바람” 

지난 6일 울산광역시 이손요양병원이 앞마당에 마련한 비닐 면회실에서 딸 곽나률씨가 비닐막 너머 아버지에게 세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손요양병원

지난 6일 울산광역시 이손요양병원이 앞마당에 마련한 비닐 면회실에서 딸 곽나률씨가 비닐막 너머 아버지에게 세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손요양병원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외부와 차단된 요양시설에서는 가족 간 그리움이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인들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날도 가족을 직접 만나지 못한다. 방역 당국은 설 연휴 동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면회를 금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들 시설의 면회가 금지된 지 1년이 다 돼간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뇌졸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못 만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며 “아무리 백번 양보해도 1년 넘게 부모님을 못 보게 하는 것은 기본권을 넘어 천륜을 끊는 것과 같다. 무조건 면회를 막지 말고 방역수칙을 만들어 면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인천의 한 요양원 대표는 “코로나19 핑계를 대며 부모를 찾지 않는 자식도 많지만, 매일 연락하며 눈물로 부모를 그리워하는 이도 많다”며 “안에 있는 어르신들도 자식에게 직접 말도 못 하고 많이 울고들 있다. 사정이 안타까워 이번 설에는 비닐 막을 동원해서라도 자식을 만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피하기 위해 ‘쪼개기 성묘’ 등 묘수를 짜낸 사람도 있다.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야외 추모공원에서 만난 60대 B씨는 “많이 모이면 안 된다고 해서 설날 전부터 인원수를 나눠 성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날 아내 등 3명과 묘소를 찾았다. 이날 해당 추모공원에는 2~4명으로 이뤄진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추모공원 관계자는 “지난 주말 설을 앞두고 5명 미만의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며 “설 연휴 기간에도 쪼개기 성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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