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물고문 학대' 숨진 10살…원격수업 탓에 학교서도 파악 못해

중앙일보 2021.02.10 15:25
8일 이모 집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열 살 여자아이는 지난해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전학 후 방학까지 약 두 달간 학교에선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학대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동학대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전학 후 등교수업 9일 중 4일만 나온 아이

A양은 지난해 11월 10일 용인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친모가 직장생활 등의 이유로 언니 B씨 부부에게 A양을 맡겨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온라인 수업이 대부분이었지만, 방학까지는 총 9일의 등교 수업이 있었다. 하지만 A양은 이 중 4일만 갔다. 나머지 5일은 가정학습이 2일, 병결석 1일, 무단결석 2일이었다.
 
A양은 전학 간 뒤 이틀 만에 ‘가정체험학습’을 연달아 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교육 당국은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할 경우 출석으로 인정한다.
 
그 다음 주에는 무단결석이 있었다. 다음 달에도 병결석과 무단결석이 하루씩 있었다. 무단결석 때 담임교사가 곧바로 친부와 통화했지만 “원격수업을 하는 날로 착각해 등교를 시키지 못했다”는 말에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었다.
 
A양이 학교에 나온 4일간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이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 교사는 없었다. 담임 교사는 A양과 얘기하다 A양이 친부모가 아닌 이모집에 있다는 걸 알고 이모 부부의 연락처를 구하려 했지만, 친부모가 알려주지 않으면 교사가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온라인 수업은 안 빠졌는데…기존 매뉴얼은 무용지물

관련기사

A양은 8일 숨지기 전 구급대원이 발견했을 때 몸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속발성 쇼크’. 하지만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교사들이 아동학대를 발견하기는 더욱 어렵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 교사에게 아동학대예방 매뉴얼을 배포했다. 하지만 교사들에게 제시한 체크리스트는 '멍이나 상처가 발생한다', '계절에 맞지 않은 옷, 청결하지 못한 외모'와 같이 온라인 수업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것 뿐이다.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매뉴얼은 없다.
 
A양은 등교수업은 빠졌지만 온라인 수업은 빼먹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A양은 학교에 가야 했던 9일 중에서는 결석이 있었지만, 온라인 수업에서는 결석이 없었다”고 했다.
 

경찰 로고. 뉴스1

경찰 로고. 뉴스1

방학 중 벌어진 학대, 학교서 파악 어려워

신체폭력이 방학 이후 시작됐다면 학교에서 미리 알아채기는 더욱 어려웠을 수 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방학 기간이기도 하고, 멍 자국이 누런색이 아니라 퍼런색인 걸 보면 (학대가) 최근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학교에서는 지난해 온라인 수업을 주로 했기 때문에 파악을 못 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B씨 부부도 “사망 이틀 전 폭력을 처음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에 여러 차례 방문해 교육청 차원에서 조사한 결과, 학교는 최선을 다했다고 보인다”면서 “코로나19 상황도 그렇고 방학 중 생긴 문제라 학교 책임이라기 보다는 사회의 책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문현경·채혜선 기자 moon.h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