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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히 다가와 "월급명세서 까라"…유흥업소 영업 첩보전

중앙일보 2021.02.10 12:00
인천경찰청. 연합뉴스

인천경찰청.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오후 10시쯤 인천시 계양구의 유흥가 입구.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3명의 직장인에게 한 남성이 접근했다.
"○○○씨인가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 남성은 뒤이어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는 신분증과 각각의 얼굴을 하나씩 비교하더니 월급 명세서도 요구했다. 꼼꼼한 신원 확인이 끝난 뒤 이들이 향한 곳은 불이 꺼진 한 노래연습장이었다. 이미 연락이 된 도우미 여성들이 곧 현장에 도착했고 이들은 음주가무를 즐겼다. 
 
그러나, 사전에 불법 영업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현장을 덮쳤다. 손님과 업주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적발된 노래방에는 손님 9명과 도우미 여성 8명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불법 영업을 한 인천 지역의 유흥주점과 노래연습장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인천경찰청 생활질서계는 감염병의 예방법 위반 혐의로 유흥주점과 노래연습장 등 35곳을 적발해 업주와 손님 등 27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인천지역 유흥시설을 점검하고 단속한 결과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인 수도권은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 5종 유흥시설은 이달 14일까지 영업을 하지 못한다.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도 오후 9시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도 전국에서 시행 중이다.
서울지역의 한 유흥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서울지역의 한 유흥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단속 피하려 월급 명세서 요구

적발된 업소들은 경찰 등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치밀한 영업 준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 계양구의 한 유흥업소는 인터넷 지역 커뮤니티 등에 "오늘 영업하니 연락을 달라"는 글과 함께 인터넷 사이트 주소를 남겼다. 이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해 연락처를 남긴 뒤 ‘접선(?)’ 장소에서 만나 신분증 등을 확인한 뒤 유흥시설로 안내하는 방식이었다. 
 
연락을 해 온 손님이 경찰 등 단속기관 소속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장 월급명세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호객행위로 손님을 끌어들인 업소도 있었다. 지난 4일 적발된 미추홀구의 한 유흥주점은 가게 문을 잠근 채 오후 11시쯤 지나가는 이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해 "영업한다"고 알리는 방식으로 손님을 유인했다. 손님과 종사자 등 20명이 적발됐다. 
 
경찰은 손님들에게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해달라고 관련 기관에 통보하고 불법 영업을 한 유흥주점 7곳과 노래연습장 18곳, 일반 음식점 10곳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집합금지 명령에도 유흥시설들의 불법 영업이 계속되고 있어 설 연휴 기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해서 엄정하게 단속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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