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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이어 설도 건너뛰나" 이 눈치가 귀성길 정체 가른다

중앙일보 2021.02.10 05:00 종합 2면 지면보기
“마음만으로 충분하다”(부모님) VS. “그래도 명절인데…”(자식).

[도공 교통예보 전문가 2인 인터뷰]

 
설 연휴 귀성을 앞둔 마음속이 복잡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설 연휴 ‘귀성 자제령’이 떨어진 만큼 올해 귀성길은 한산할까. 과거에 비해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변수’도 있다. 매년 명절마다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에서 교통예보를 전달해 온 전ㆍ현직 전문가의 진단이다.
9일 경기도 분당 도로공사 교통센터에서 포즈를 취한 김해 한국도로공사 교통계획팀 차장. 도로공사

9일 경기도 분당 도로공사 교통센터에서 포즈를 취한 김해 한국도로공사 교통계획팀 차장. 도로공사

다가올 설 연휴 고속도로 교통상황을 책임질 김해(41) 한국도로공사 교통계획팀 차장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이어지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유료로 바꾼 영향으로 통행량은 분명히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지난 추석과 비슷한 패턴으로 가겠지만 반대로 ‘2번째 코로나19 명절’이란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차장은 며느리의 마음을 이번 설 연휴 귀성길 변수로 꼽았다. 김 차장은 "지난해 추석은 코로나19 확산 후 맞는 첫 명절이라 귀성길 자제령이 먹혔다"면서 " 올해는 조심스럽지만, ‘명절에 두 번이나 들르지 않는 며느리’란 눈총을 받을까 걱정하는 게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예상했다. 명절 시댁 방문을 두 번 연속 건너뛴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 때문에 귀성길에 오르는 가족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남궁성 한국도로공사 ICT융합연구실장이 과거 추석 교통센터 상황실에서 일하던 모습. 도로공사

남궁성 한국도로공사 ICT융합연구실장이 과거 추석 교통센터 상황실에서 일하던 모습. 도로공사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교통예보관으로 일한 ‘베테랑’ 남궁성(55) 도로공사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연구실장은 “올해가 교통예보를 맡은 뒤 27번째 명절인데 가장 예측하기 어렵다”며 “보통 귀성 수요가 있고, 어떻게 차량 흐름이 분산되느냐를 분석했는데 이번 연휴는 정부 방침에 따라 총 수요부터 유동적이라 분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설 연휴는 11~14일(4일)로 짧은 편이다. 보통 연휴가 짧을수록 통행량이 집중돼 귀성길이 막힌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 설 대비 통행량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란 게 일치하는 진단이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이어진 지난해 10월 추석이 시금석(試金石)이다.
 

“역대 통행량을 분석하면 설ㆍ추석 명절 당일에 통행량이 가장 많은 ‘명절 패턴’이 두드러졌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추석에 처음으로 명절 이틀 전 교통량이 가장 많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전형적인 ‘연휴 앞둔 주말’ 패턴이었죠. 그만큼 코로나19에 따른 귀성길 자제 영향이 컸다는 겁니다.”(김 차장)

 

“지난해 추석 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번 설엔 수도권 기준 2.5단계인 만큼 지난해 설 교통량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1월 주말 교통량과 대비해 14%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남궁 실장)

 
도로공사는 구체적으로 지난해 설 대비 귀성길은 2시간~2시간 30분, 귀경길은 2시간 50분가량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예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막히는 것이지, 막히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스마트 귀성 전략'은 무엇일까. 남궁 실장은 “가장 막히는 시간대를 귀성길 기준 설 연휴 시작날(11일) 오전, 귀경길은 설 당일(12일) 오후로 예측하는 만큼 두 시간대를 피하면 좋다”며 “귀성길은 설 당일 전날(11일) 저녁, 귀경은 늦을수록 한산하지만 설 당일(12일) 저녁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귀경길 정체 시간대는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설 당일 점심까지 먹고 고향을 떠났던 과거와 달리 오전에 차례를 드리고 떠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다.  

지난해 10월 1일 추석연휴 첫날 서울 서초구 잠원IC 일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일 추석연휴 첫날 서울 서초구 잠원IC 일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교통 ‘예보(forecast)’는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유일하다. 흔히 기상 예보와 비교하긴 하지만, 기상 예보는 날씨에 대비하게 할 뿐 강우량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교통 예보는 미리 대비해 교통량을 바꿀 수 있다. 남궁 실장은 “기상 예보는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교통예보는 미래를 바꿔 틀리고자 애쓴다. 역설적으로 ‘잘 틀리는’ 기술(분산을 통해 미래를 바꾸는)이 교통 예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교통 정보만 수집했다면 최근엔 특정인의 거주지는 물론, 그 사람의 태어난 곳과 현재 사는 데이터까지 분석해 차량 흐름을 예측한다”며 “소프트웨어(데이터)와 하드웨어(각종 정보수집 장치)가 진화하면서 극심한 귀성길 정체가 과거 대비 상당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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