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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착륙 관광’도 면세점 필수…‘명품지갑’에 지갑 많이 열었다

중앙일보 2021.02.10 05:00 경제 3면 지면보기
지난 1월 11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여객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11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여객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해외에 착륙하지 않고 영공만 선회한 뒤 돌아오는 국제선 관광비행 이용객이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시작 때만 해도 저비용항공사(LCC)가 주로 운항했지만 올해 들어 아시아나, 대한항공 등도 국제선 관광비행에 뛰어들었다. 특히 항공업계는 무착륙 관광비행의 여객들이 관광보다는 면세쇼핑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쇼핑객 눈높이 맞추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이 시행된 지난 두 달간 2700여명이 탔다. 국제선 관광비행 탑승객은 기본 600달러에 술 1병(1ℓ·400달러 이내), 담배 200개비, 향수 60㎖까지 허용하는 해외 여행자 면세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비행 전 온라인과 시내 면세점, 출국장·입국장 및 기내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무착륙 관광비행을 떠나는 이용객이 구입한 면세품을 들고 탑승구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무착륙 관광비행을 떠나는 이용객이 구입한 면세품을 들고 탑승구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명품지갑, 화장품, 고가향수 잘 팔려 

롯데면세점이 지난 두 달간 국제선 관광비행 탑승객 중 자사 면세점을 이용한 고객 1700여 명의 구매품목을 분석한 결과, 가방·지갑 등 럭셔리 패션 매출이 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화장품·향수(32%), 시계·쥬얼리(12%), 주류·담배(8%) 등의 순이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800여 명)은 화장품·향수 매출이 55%로 가장 많았고 럭셔리 패션(27%), 시계·쥬얼리(12%)가 뒤를 이었다. 
 
양 사 면세점 매출 톱 10 브랜드에는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 태그호이어, 비오템, 설화수, 조말론 등이 포함됐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600달러 한도 면세혜택을 누릴 수 있는 명품 지갑 구매가 많았다”며 “판매 수량으로만 따지면 화장품을 가장 많이 샀지만 럭셔리 패션 품목의 단가가 높다 보니 매출 비중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600달러 면세 한도를 초과해 세금을 내더라도 내국인 구매 한도 5000달러에 맞춰 명품 가방과 시계 등을 사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면세 쇼핑’ 구매 품목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면세 쇼핑’ 구매 품목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판매량으로 따지면 역시 화장품·향수가 가장 많았다. 롯데면세점에선 비오템, 쁘리마쥬, 록시땅 등이, 신세계면세점에선 설화수, 에스티로더 등의 브랜드 제품이 잘 팔렸다. 신세계면세점에선 코로나19 이후 국내 판매가 늘고 있는 딥디크, 조말론 런던, 크리드, 르라보 등 고가의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4개가 나란히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가장 많이 팔린 건 프랑스 향수로 남성용인 크리드 어벤투스(약 350달러)다.
 

면세업계, "국제선 관광비행으로 숨통" 

항공 및 면세점업계는 “국제선 관광비행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국제선 여객수 실적은 97%가 줄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국제선 관광비행 상품의 매출 자체가 크진 않다. 항공사 입장에선 비행기를 놀리지 않고 운행을 지속하면 정비비를 아낄 수 있고, 조종사의 비행면허 유지 등에서 잇점이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도 “유급휴직이 태반이었는데 항공사와 프로모션 등으로 활로를 찾는 등 직원들 사기 진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선 관광비행 이용 고객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광비행 고객의 면세품 구매액이 코로나19 상황 이전 내국인 객단가의 2.5배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매출은 12월 대비 1월에 약 80% 신장했다.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 면세점업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출국 후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 영공까지 갔다가 다시 재입국하는, 전에 없던 형태의 여행상품이다.  
 
국제선 관광비행 상품을 내놓은 진에어 등 항공사들은 면세점, 카드사 등과 다양한 할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 진에어]

국제선 관광비행 상품을 내놓은 진에어 등 항공사들은 면세점, 카드사 등과 다양한 할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 진에어]

코로나 방역상 전체 좌석 수의 60%만 판매  

한편 설 연휴가 낀 이번 달에도 진에어나 제주항공 같은 저비용항공사는 물론 대한항공 등의 국제선 관광비행이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탑승 좌석수는 항공기 전체 좌석수의 60% 선만 판매한다. 인천을 출발해 일본 상공까지 비행한 뒤 돌아오는 일정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중국이 일본보다 가깝지만 중국은 운수권 제도가 까다로워 거의 모든 항공사가 일본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일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월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일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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