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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이 찍은, 한국계 레알 공격수 마빈 박

중앙일보 2021.02.10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마빈 박은 내년 한국·스페인·나이지리아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사진 레알 마드리드]

마빈 박은 내년 한국·스페인·나이지리아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사진 레알 마드리드]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가 한국계 공격수 육성에 나섰다. 마빈 박(21). 2000년생으로, 스페인 17세 이하(U-17) 대표팀과 19세 이하(U-19) 대표팀을 거치며 성장하고 있는 기대주다. 현 소속팀은 카스티야(레알 마드리드 B팀)지만, 지네딘 지단(49) 감독이 직접 1군 무대에 불러들여 가능성을 점검 중이다.
 

한국인 모친, 나이지리아인 부친
올 시즌 리그 경기에 2차례 출전
정정용 감독, U-20 대표 제안도
내년에 한국 국적 선택할지 관심

마빈 박은 올 시즌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해 9월 프리메라리가 2라운드 레알 소시에다드전 후반 24분 호드리구와 교체 출전했다. 20여 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올스타급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7일, 시즌 두 번째 경기를 소화했다. 1군 주축 멤버 중 세르히오 라모스, 다니엘 카르바할, 페데리코 발베르데, 호드리구, 루카스 바스케스, 에덴 아자르 등이 부상으로 빠졌고, 지단 감독이 마빈 박을 다시 호출했다. SD 우에스카를 상대로 후반 막판 교체로 나와 12분간 뛰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로 주목받았다.
 
마빈 박은 한국인 어머니(박혜숙 씨)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페인 마요르카 출생으로, 3중 국적자(한국·스페인·나이지리아)다. 본명은 마빈 올라왈레 아킨라비 박(Marvin Olawale Akinlabi Park). 한국에서는 마빈 박이라 불리지만, 나이지리아에서는 마빈 올라왈레로 불린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한국과 나이지리아에서도 그를 자국 대표선수로 뽑기 위해 관찰하는 중이다.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다. 9세이던 2009년 영국 3부리그 클럽 트란메어로버스 유스팀에 입단했다. 또래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등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돌아가면서 프리미어리그 유스팀 입단은 없던 일이 됐다. 그래도 유럽 축구계에 ‘될성부른 떡잎’으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고향 팀인 마요르카를 거쳐 2016년 레알 유스팀(후베닐C)에 입단했다. 이후 후베닐B와 A로 승급했고, 지난 시즌부터 카스티야에 합류해 성인 무대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주 포지션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 카스티야에서 최근 두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3골·2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스리그에서 레알을 우승으로 이끈 뒤 유럽 여러 클럽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마빈 박을 예의주시한다. 이강인(20·발렌시아)과 함께 한국 축구 차세대 주자로 성장할 만한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9년 폴란드 20세 이하(U-2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협회는 당시 19살이던 마빈 박 측에 한국 U-20 대표팀 차출을 타진했다. 정정용 당시 U-20 팀 감독(현 서울 이랜드 감독)은 “레알 유스팀 활약을 꾸준히 체크했다. U-18 대표팀을 맡던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봤다. U-20 월드컵 본선 엔트리를 정하기 전에 대표팀 합류 의사를 물었다. 선수 측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는데, 여러 외부 사정으로 결국 대표팀에 뽑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빈 박은 만 22세가 되는 내년까지 국적을 결정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스페인, 나이지리아도 자국 선수로 만들기 위해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U-19 대표선수로 한 경기를 뛰었지만, 성인 대표팀(A팀)에서 뛴 적은 없어, 어느 나라에서든 A팀에 발탁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마빈 박이 한국 국적을 선택할 경우, 유럽에서 외국인 선수로 대우받는다. 따라서 현재로는 스페인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국가대표를 꿈꾼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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