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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문재인 정권 ‘블랙리스트’ 확인됐다

중앙일보 2021.02.09 21:15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김은경 환경부 장관 법정구속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권력의 이중구조 등 보여준 사건

 
 
1.

문재인 정부 최초로 장관이 9일 법정구속됐습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혐의로 김은경 전 장관이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습니다. 같은 혐의로 신미숙 전 청와대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권에 대해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2.

첫째.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의 위선을 보여줍니다.

 
원래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국정농단의 주메뉴였습니다.

‘문화부 블랙리스트’혐의로 지금도 김기춘(전 비서실장)과 조윤선(전 문화부장관)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권과 코드가 맞지않는 문화계 인사를 몰래 추려 불이익을 준 것이죠.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규탄한 촛불이 만든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그는 후보시절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근간을 유린하는 국가폭력’이라 비난했습니다.  
2018년말 김태우 청와대특감반원이‘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을 폭로했을 무렵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3.

재판에선 문재인 정권의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인정됐습니다.  
 
김은경 장관은 신미숙 비서관과 함께 박근혜 시절 임명된 산하 기관장과 임원을 쫓아내고, 대신 코드가 맞는 사람을 억지로 앉혔습니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한겨레신문 출신 박씨입니다. 환경공단 상임감사에 내정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사전에 도와주었지만 서류심사에서 탈락합니다.  
그러자 신미숙이 담당 공무원을 불러 질책합니다.  

면접에서 서류심사 합격자 7명을 모두 불합격처리합니다. 담당과장과 정책관이 동시에 인사조치당합니다. 박씨는 유관기관인 그린에너지개발 대표이사가 됩니다.  
 
4.

둘째.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의 이중권력구조를 보여줍니다.

법원은 김은경을 다음과 같이 꾸짖습니다.

 
‘(김은경은) 내정자를 정한 적 없고, 내정자에 대한 지원은 자신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며 일체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자기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실제로 김은경은 잘 몰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 내정자를 알려주고 사전지원을 지시하고, 내정자가 탈락하자 공무원을 불러 혼낸 건 청와대입니다.  
물론 김은경은 그런 과정에 적극부응했지만 주도하진 못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5.

김은경은 환경NGO계 늦깍이 시니어입니다. 노무현 청와대 출신으로 장관이란 큰 감투까지 받은 셈입니다.  

 
대신 코드인사의 실권은 청와대 비서관들이 잡았습니다. 대개 당 관료출신입니다. 신미숙은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민주당 의원 보좌관을 오래 했습니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관이 어느 정권보다 쎕니다.  
그래서 전직 국회의원들이 급을 낮춰 비서관을 맡았습니다. 백원우 민정비서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등.

 
6.

이중구조의 결론은..김은경 법정구속, 신미숙 집행유예입니다.

 
법적으로 거의 모든 책임은 장관에게 있습니다. 모든 권한이 장관에게 있으니까요.

이번 사건에 적용된 혐의는 대개 직권남용입니다. 직권, 즉 직무권한이 있는 사람이어야 유죄가 인정되는 겁니다. 장관은 직권이 광범하기에 대부분 유죄입니다.  
 
반면 비서는 직권이 별로 없습니다. 직권남용도 적용이 잘 안됩니다.  
운동권 출신 당료들이 실제로는 무리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법적 책임은 피해가는 묘한 이중구조입니다.  
 
7.

셋째. 블랙리스트가 과연 환경부에만 있었을까요?

 
이 사건의 출발은 2018년말 김태우 청와대특감반원의 폭로입니다. 마침 김태우는 환경부 담당이었습니다. 그래서 환경부 자료를 가지고 있었기에 폭로할 수 있었습니다.  
 
김은경은 재판과정에서 ‘전 정권에서도 이런 관행이 존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죄의식이나 법적 마인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8.

마지막으로..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권 당시 박관천 문건을 연상시킵니다.

 
박관천은 청와대공직기관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입니다.  
그가 만든 문건의 제목은 ‘정윤회 국정개입 감찰보고서’. 박근혜 최측근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청와대 비서들이 정윤회(최순실 남편)와 내통하며 국정농단한다는 내용이 2014년말 터져나왔습니다.

 
다 맞진 않았지만..암튼 박근혜 청와대의 어두운 비선이 처음 드러났습니다. 결정판은 2016년 최순실의 태블릿PC였습니다.  
 
9.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파괴력으로 볼 때 최순실에 비교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권력의 어두운 모습이 정권말기가 다가오면서 결국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점.  
그 출발은 대개 권력의 심장인 청와대, 그 중에서도 핵심인 정보파트에서 비롯된다는 점.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을 때 대부분 사실로 확인된다는 점은 비슷해 보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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