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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쿼드 묻자 "개방적·포용적이면 협력" 속뜻은?

중앙일보 2021.02.09 17:11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쿼드(Quadㆍ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안보 협의체에 대해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국제 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떠한 지역협력체 또는 구성과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기존의 쿼드 4개국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을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를 구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원칙적이면서도 참여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첫 출근하는 정의용 신임 외교부 장관 [뉴스1]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첫 출근하는 정의용 신임 외교부 장관 [뉴스1]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쿼드에 참여하기 위한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쿼드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제시했고 그렇다면 협력할 의지가 있다는 정 장관의 말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설명했다.

'쿼드 플러스' 참여 4개 조건 제시
"투명성·개방성·포용성·국제규범 준수해야"
전문가들 "전략적 모호성 유지하는 듯"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괄적인 인도태평양’을 지향한다. 이런 캐치프레이즈는 정 장관이 말한 투명성, 개방성, 포용성 및 국제 규범의 준수 등 네 가지 기준에 상당부분 부합한다.
 
하지만 사실 미국이 쿼드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중국 견제 내지는 압박이다. 쿼드 4국 중 어느 나라도 대놓고 중국을 배제하겠다고 하진 않지만, 쿼드 안보협의체가 다뤄야 할 역내 안보 문제에서 최대 도전 요인이 바로 중국이다. 이 때문에 언뜻 듣기에는 긍정적인 것 같은 정 장관의 발언도 쿼드의 이런 목적을 고려하면 원론적이거나 참여에 신중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소지가 있다.
 
‘조건부 적극 협력’이라는 긍정적 화법으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쿼드에 부정적이던 기존 정부 입장을 사실상 그대로 반복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9월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쿼드 플러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일 외교부 청사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9일 외교부 청사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전문가들도 미ㆍ중 사이에서 최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그간 한국 정부의 입장이 정 장관의 발언에 반영된 것으로 봤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쿼드의 중국 견제 목적이 더욱 뚜렷해졌다”며 “아직까지 미국이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만큼 우리가 조급하게 입장을 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도 “쿼드 자체의 성격이 모호하고 어떤 식으로 체계화되고 운영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쿼드 플러스도 예상만큼 빠르게 진전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가 과거보다는 쿼드 플러스 참여에 더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 추진에 있어 동맹국의 입장을 배려하고 한국 정부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한국도 선택적으로 쿼드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정 장관은 현재 미ㆍ중 갈등 상황에 대해선 “미국, 중국 두 나라는 우리에게 모두 중요한 나라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ㆍ미 동맹은 말씀드릴 것 없이 우리 평화와 번영의 아주 핵심축이고, 중국은 우리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며 최대 교역 파트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한ㆍ미 연합훈련이나 대북전단법 등을 두고 한ㆍ미 간 이견 표출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 장관은 북한 관련 문제에서 양국 간 입장 차이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ㆍ미대화 재개와 관련한 질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가급적 조기에 달성하는 것은 한ㆍ미 간 공동의 목표이자 해결을 미룰 수 없는 핵심과제”라며 “한ㆍ미간에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없으며 의견 조율도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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