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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뿌리뽑겠다" 전주 카페 여사장이 내건 '양아치 현수막'

중앙일보 2021.02.09 14:30
A씨가 카페 앞에 내건 '양아치 현수막'.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가 카페 앞에 내건 '양아치 현수막'.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8일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A씨 카페. '양아치 현수막'은 전날 밤 뗐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8일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A씨 카페. '양아치 현수막'은 전날 밤 뗐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더이상 자비는 없다…불의 못 참아"

 
"기본적으로 예의 없는 사람은 싫어요."

[단독] 전주 카페 사장 A씨 인터뷰
"기본적으로 예의 없는 사람 싫다"

최근 가게 앞에 '양아치 아저씨들에게 더 이상 자비는 없다'는 현수막을 내건 카페 여사장 A씨가 지난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어릴 때 검도 등을 배웠다는 그는 "원래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며 "알바생에게 반말하는 등 선을 넘는 손님은 손해를 보더라도 내쫓는다"고 했다.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전북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A씨 카페를 찾았다. A씨는 주방에서 여성 아르바이트생 1명과 함께 손님을 맞았다. 테이블 서너 개가 있는 작은 가게였지만, 커피를 가져가는 '테이크아웃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A씨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삶에 대해 지킬 게 없는 채로 나이만 먹으면 저런 진상 민폐쟁이가 된다"며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현수막에는 "여자 혼자 장사한다고 툭하면 와서 시비 걸고 욕하는데 더 이상 자비는 없다"며 "카페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허위사실 유포, 성희롱, 인신공격 및 명예훼손 등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을 알린다"고 적혀 있었다. 
 
A씨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자 누리꾼들은 "도와주고 싶다", "응원한다" 등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는 왜 '양아치'라는 말이 담긴 현수막을 걸게 됐을까.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해 2월 동네에 사는 B씨 등 아저씨 4명이 술에 취한 채 가게에 왔다. 다른 테이블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카운터 위에 놨는데 일행 중 1명이 허락 없이 집어 먹었다. 이에 '그렇게 해도 되느냐. 결제하고 드시라'고 했는데 '싸가지 없는 X' 등 욕이 날아왔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영업(업무)방해죄와 모욕죄 등으로 B씨 등 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일행 4명 중 2명은 사건 이튿날 제게 사과해서 (고소 대상에서) 뺐다. 그런데 경찰은 '당시 다른 두 테이블에 있던 손님이 일어나 나가야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며 모욕죄만 적용했다. 나중에 손님을 통해 B씨만 벌금을 냈다고 들었다. 이후 B씨가 지인들을 가게에 보내 '너 때문에 피해를 봤다', '네가 나이가 어리니 사과하라'며 괴롭혔다."
 
-현수막은 왜 걸었나.
"지난달 30일 오전 8시쯤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택시 기사 1명이 가게에 저 혼자 있을 때 찾아와 '네가 잘못해서 그 사람만 벌금을 맞았다'고 욕을 해댔다. 태어나서 그렇게 심한 욕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 너무 황당해 울면서 1시간 넘게 장사를 못했다. 신랑이 부랴부랴 오고, 경찰관 4명이 왔다. 전화기를 내려 놓으면 경찰이 출동하는 '한달음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도 분해서 사건 이튿날(1월 31일) 바로 현수막을 걸었다. 잠을 못 자 정신과에 가서 수면제 처방도 받았다."
 
-법적 대응을 한다는데.  

"(지난해 사건 이후에도) 지속해서 저와 가게에 대해 험담을 한 B씨는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 가게에서 행패를 부린 택시 기사에 대해서는 성희롱과 모욕죄·업무방해죄·협박죄 등으로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힘들지만 목돈(변호사 선임료)을 들여서라도 그들의 못된 버릇을 고치는 게 목적이다."
 
A씨 카페에서 파는 바닐라라테와 커피콩빵. 김준희 기자

A씨 카페에서 파는 바닐라라테와 커피콩빵. 김준희 기자

"'진상'은 뿌리 뽑아야겠다고 마음 먹어"

 

-지난해 고소했던 사건이 처음이 아니었나.

"B씨에게는 2017년 10월 개업 때부터 시달렸다. 반말은 기본이고 저와 알바생들을 함부로 대했다. 돈을 (카운터에) 던지고 앞에 온 손님이 주문한 커피를 가져가는 식이다. 개업 초기부터 회사와 공단 손님을 위해 무료 배달 서비스를 해주는데, 1만원을 던지면서 '저기로 커피 10잔 가져와' 하며 간다. 여러 번 '여기는 다방이 아니다'고 얘기해도 '모른다'며 말을 듣지 않았다."
 
-장사하는 처지에서 일부 손님을 '양아치'라고 하는 현수막을 걸기 어려웠을 텐데.
"적어도 B씨 같은 '진상'들은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원래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다. 어릴 때 검도 등 운동을 배운 영향 같다. 기본적으로 예의 없는 사람은 싫다. 알바생에게 반말하는 등 선을 넘는 손님에겐 손해를 보더라도 심하게 뭐라고 하고 내쫓는다." 
 
-'양아치 현수막'이 사라졌다.
"B씨 일행이 '보기 불쾌하다'고 민원을 넣어 구청 직원이 찾아왔다. 처음엔 '왜 피해자 의견은 듣지 않고 가해자들 민원만 수용하냐'고 거부했다. 직원이 '자꾸 민원이 들어오는데 어떡하냐'고 해서 7일까지만 걸겠다고 약속하고 어젯밤에 현수막을 뗐다." 
 
-응원하는 누리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커피숍 대부분은 1인 매장이다. 사장이든 알바생이든 여성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손님이 행패를 부리거나 도둑과 괴한이 와도 답이 없다. 가게에 CCTV가 있지만, 음성 상시 녹음은 안 된다. 누군가 무섭게 욕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침착하게 녹음 버튼을 누르겠나.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많다. 여성 1인 매장을 보호해 주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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