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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벌써 28명···요식행위 된 장관 청문회 "공무원만 죽어나"

중앙일보 2021.02.09 14:24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정의용 외교부장관을 임명하면서 9일 현재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모두 28명이 됐다.
송영길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뉴스1

 야당은 청문회 때마다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한 표결 때 우르르 퇴장했다. 여당은 퇴장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발목잡기’라며 항의한 뒤 기립 또는 박수로 보고서를 채택한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시달려야 일을 잘한다는 전설같은 얘기가 있다”는 식의 말로 청문회 제도 자체를 비꼬며 장관을 임명한다.
 
지금까지 반복됐던 문재인 정부의 장관 임명 패턴이자 청문회의 ‘공식’이다.
 
이런식으로 임명된 장관이 28명이다. 임기를 1년 3개월 남겨놓고 있지만 이미 이명박 정부(10명)와 박근혜 정부(17명) 때 임명강행된 인사를 합한 숫자를 넘어섰다. 그리고 기록은 계속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문 대통령의 장관 임명 방식은 지난해 21대 총선 이후 변화가 생겼다. 
여당이 과반을 차지한 때문이다. 여당 단독으로 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가능했던 20대 국회 때 문 대통령은 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이를 위해 보고서 재송부 요청 등의 추가 절차가 필요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하자 재송부 절차조차 불필요해졌다. 여당 단독으로도 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용 장관을 비롯해 이인영 통일부ㆍ변창흠 국토교통부ㆍ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이런 절차를 거쳐 임명됐다.
 
국민의힘의 핵심 당직자는 중앙일보에 “어차피 임명할 건데 왜 청문회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요식행위가 돼 버린 청문회를 준비하느라 공무원들만 죽어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의용 장관 청문회 준비 과정을 잘 아는 외교소식통은 중앙일보에 “많을 때는 하루 800개에 달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서를 준비하느라 공무원들이 휴일도 없이 매달렸다"며 "장관 후보자가 답변서를 잘 읽지도 않고, 청문회는 있으나마나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는 데 이런 식의 청문회를 계속 해야하느냐”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선 ‘청문회 무용론’이 불거진 근본 원인을 청문회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연관짓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 전 박병석 국회의장 등과의 환담에서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청문회 기피현상이 실제로 있다.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서 좋은 분들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도 (가족이 아닌)가급적 본인을 검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청문회를 야당 정치공세와 발목잡기의 장으로 인식한다. 
 

 야당에 대한 불만을 장관 임명식에서 직접 토로한 적도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은 흠집내기식”(2017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라거나 “개혁성이 강할수록 어려움을 겪어”(2019년 조국 법무부장관) 등의 발언을 했다. 조국 전 장관과 함께 임명된 7명 중 6명을 임명 강행하면서는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라며 절차상 하자가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세균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 가결에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당시 야당은 임명동의안 표결에는 참여했지만, 이후 퇴장해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유치원 3법 표결에는 불참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세균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 가결에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당시 야당은 임명동의안 표결에는 참여했지만, 이후 퇴장해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유치원 3법 표결에는 불참했다. 연합뉴스

 
반면 야당의 지나친 정치공세를 문제삼는 시각도 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청문 절차를 무시하는 여권의 태도가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의석수가 줄어든 야당이 청문회를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측면도 있다”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표결 거부 역시 정치적 행위로 볼 수도 있지만,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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