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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랑하고 싶다"···코로나 시대 눈물 겨운 '솔로 탈출기'

중앙일보 2021.02.09 05:00
 
유튜브 'B대면데이트'의 영상 장면. 지상파 공채 개그맨 4명이 연기하는 콘텐트로 채널 구독자수가 2개월 만에 55만명에 이른다.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 'B대면데이트'의 영상 장면. 지상파 공채 개그맨 4명이 연기하는 콘텐트로 채널 구독자수가 2개월 만에 55만명에 이른다. 사진 유튜브 캡처

 
“어, (전화)받았다. 해피뉴이어. 너무 이쁘다. 밥은 냠냠했어요?”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몰이중인 ‘B대면데이트’ 영상의 한 장면이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멘트를 능청스럽게 날리는 카페사장 최준 등 개성강한 네 명의 남자들과 영상통화로 소개팅을 한다는 설정으로, 대면 접촉이 제한되는 시대의 연애상을 익살스럽게 표현해 공감을 얻고 있다.

“한 달간 카톡만 하다 흐지부지…” 

1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는 젊은이들의 청춘사업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싱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남이 어려워져 시작 자체가 어려워졌다.
 
30세 직장인 A(여)씨는 지난 5일 석 달 만에 소개팅을 했다. 보통 한 달에 한두 건씩 소개팅이 들어왔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 확실히 줄었다고 했다. 게다가 수도권 식당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라 퇴근 후 만나 2시간을 못 채우고 헤어졌다. 그는 “아무래도 첫 만남은 주말보다는 평일이 덜 부담스러운데, 그럴 경우 커피도 제대로 못 마시고 헤어져야하니 (친해지기가)쉽지 않다”고 했다.      
 
서로 호감을 느껴 다시 연락을 주고받아도 유지되기가 쉽지 않다. 대학원생인 B(26·남)씨의 경우 “첫 만남에서 느낌이 괜찮았는데, 코로나 상황이 나빠지면서 두 번째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며 “카톡(카카오톡)으로 연락만 한 달을 하다가 결국 흐지부지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주변에 (연애를)거의 포기한 친구들이 많다”며 “학교 활동이나 프로젝트 등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야 뭘 할 텐데 그런 기회 자체가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이성 친구를 사귈 방법을 묻거나 비대면 소개팅을 모집한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서울의 한 대학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이성 친구를 사귈 방법을 묻거나 비대면 소개팅을 모집한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대학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신입생 환영회를 비롯해 MT(멤버십트레이닝), OT(오리엔테이션) 등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돼 만남의 기회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서울소재 대학생 C(23·여)씨는 “예전엔 학교에서 워낙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단체 활동도 많다보니 CC(캠퍼스커플)도 여럿 생겼는데, 지금은 주변에 새로운 커플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은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소개팅앱 ‘전성시대’ 

만남도 주선자도 사라진 틈새를 파고든 건 온라인 소개팅·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나이와 성별, 직업과 사는 지역 등을 적어 회원가입을 한 뒤 사진과 소개 글 등을 통해 호감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8일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데이트’ 카테고리엔 약 600개에 달하는 앱이 등록돼 있다. ‘스카이피플’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커피미츠베이글(CMB)’ ‘틴더’ ‘글램’ 등이 대표적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소개팅·데이팅 앱들. 사진 구글플레이 스토어 캡처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소개팅·데이팅 앱들. 사진 구글플레이 스토어 캡처

 
이 중엔 사진을 보고 외모 등급을 매기거나 남성의 경우 전문직·소득·거주지역 등 더 까다로운 가입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있다. 또 GPS를 통해 자신의 주변에 사는 이성을 소개하는가 하면 반대로, 친구나 직장동료 등 아는 사람을 피하게 해주는 기능을 넣기도 했다. 소개팅앱으로 이성을 사귀어 봤다는 D씨(28)는 “쉽고 빠르게 만남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개팅앱들은 게임과 닮았다. 더 많은 활동을 하려면 돈을 내고 하트·카드 등으로 불리는 ‘이용권’을 구매해야 한다.직장인 E(29·남)씨는 “하트가 25개당 5000원 정도 하는데 상대의 프로필을 더 보고, 전화번호를 받는 등 추가적인 활동을 하려면 한 달에 1만원 이상은 쓰게 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결제를 안 해보려고 앱을 열 개 정도 깔아 놓고 무료 쿠폰들을 돌려가며 쓰다가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 싶어 그만 뒀다”고 털어놨다.  

코로나 시대 만남 ‘자기관리’가 관건 

이 밖에 카카오톡과 라인 등 메신저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소개팅도 흔하다. 오픈채팅은 전화번호 등 신상명세를 공개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어, 우선 만남 의사를 타진한 뒤 조건이 맞는 사람들끼리 개별 만남을 갖기에 편리하다.
다만 오픈채팅방에서도 사례비나 회비 명목으로 사기를 당하거나 목적과 어긋난 사람의 난입(?)등으로 불쾌감을 겪는 사례가 종종 문제가 되곤 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아예 연애를 미루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학생 김모(24·남)씨는 “호프집·카페 등에서 알바(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었는데 코로나로 대부분의 가게가 알바생을 내보내거나 시간을 줄였다”며 “지금은 심적·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5·여)씨 역시 “예전엔 별 생각없이 소개팅을 했는데 지금은 혹시라도 (감염의심)문제가 생기면 동선을 공개해야 하고, 재택근무 기간과 겹치면 더욱 난처하다”며 “굳이 이 시국에 부담을 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오종은 한양대 심리상담대학원 겸임교수는 “코로나로 확산한 비대면 활동이 연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을 통한 만남 트렌드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비대면 활동이 커지고 외부 변화가 커질수록 연애에서도 ‘자기관리’와 ‘자기조절’을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며 “무작정 앱이나 채팅을 통한 만남에 의존하지 말고 내가 누구인지 자기탐색을 하고 내가 원하는 가치와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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