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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백화점 선물세트는 '불티'나는데…전통시장은 '한산'

중앙일보 2021.02.09 05:00
설 연휴를 앞둔 지난 5일 한산한 모습의 청량리 전통시장. 권혜림 기자.

설 연휴를 앞둔 지난 5일 한산한 모습의 청량리 전통시장. 권혜림 기자.

"동그랑땡, 꼬치전, 명태전 같은 모둠전은 예약 주문이 들어와서 한창 바쁠 시기인데 예약이 한 건도 없어요."

 
지난 주말 설을 앞둔 전통시장과 백화점은 희비가 엇갈렸다. 주로 차례상에 올리거나 가족이 직접 먹을 재료를 사는 전통시장은 한산했지만, 명절용 선물 선택지가 많고 구매가 편리한 백화점엔 사람이 몰렸다. 이번 설 연휴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방침이 유지되면서 가족 단위로도 모이지 못하게 되면서다.
 

"물가 너무 올라…지갑 안 열린다" 

지난 5일 오후 5시 청량리 전통시장. 시장 내엔 상인들의 '호객용 멘트'가 울려 퍼졌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 추석에 이어 '우울한 대목'을 맞은 상인들은 "명절이라고 그나마 사람이 조금 늘긴 했지만, 물건이 안 나가는 건 매한가지"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 시장에서 한과집을 운영하는 강모(62)씨는 "5명 이하 모임 금지에다 차례도 안 지내니 한과 같은 제사용품은 더 안 나간다"며 "지난해 설엔 그래도 꽤 많이 팔았는데, 이번엔 택배 주문까지 팍 줄었다. 며칠 동안 받은 주문을 모아서 오늘 발송했는데 8개가 전부"라고 했다. 닭 정육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한 상인은 "차례상에 사용하는 '머리 닭'은 주로 재래시장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명절 전 수요가 높다"면서 "명절 대목 때 직원 한 명은 구석에 앉아 종일 닭 머리를 꽂고 있어야 할 정도였는데 오늘은 아침에 만들어 놓은 머리 닭도 아직 안 팔렸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일손 부족과 여름철 이상 기후도 고객이 지갑을 닫는 데 한몫을 했다. 청과를 파는 한태환(65)씨는 "지난여름에 50일 동안 비가 오는 바람에 과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서 다 비싸다. 손님들 지갑이 안 열린다. 소비가 확 줄었다"며 "명절 대목 때 보통 하루 300만~400만원을 벌었는데 요즘은 100만~200만원 정도로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시장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주부 이모씨는 "재래시장은 싼 맛으로 오는 건데 가격이 비싸 과일도 몇 군데 흥정하다가 결국 못 샀다"고 했다.
 

"비대면 명절에…선물은 더 고가로"

민족대명절 설 연휴를 사흘 앞둔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설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고향 방문이 어렵게 되자 주요 백화점의 설 명절 선물세트 판매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1

민족대명절 설 연휴를 사흘 앞둔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설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고향 방문이 어렵게 되자 주요 백화점의 설 명절 선물세트 판매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1

같은 날 서울 강남구 한 백화점. 이곳의 '설 선물세트' 이벤트 홀은 인파로 북적였다. "내일까지는 주문해야 설 전에 배송된다"는 직원들 말에 고객들은 더 분주히 움직였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백화점은 사상 최대 규모 설 선물세트 매출을 기록했다. 설 명절 농식품 선물 가액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된 효과와 더불어 비대면 명절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고가의 선물로 마음을 대신하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6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대비 46% 늘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설 선물세트 매출이 각각 48.3%, 51.3% 늘어 창사 이래 설 명절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선물세트 판매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최고 400만 원대의 와인 선물세트가 준비 물량 중 70%가 소진됐으며, 최고가 170만원의 한우 선물세트도 동났다.
 
실제로 백화점 직원들은 고가 선물 상품의 수요가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과일 선물세트 판촉을 맡은 한 직원은 "사과랑 배로 구성된 세트보다는 가격대가 5만원가량 높더라도 샷인 머스캣이 포함된 제품을 고르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직접 가까운 사람을 찾아 만나지 못하니 선물이라도 조금 더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로버섯 소스와 같은 고급 조미료 선물세트 수요도 증가했다. 이 매장의 직원 지모씨는 "명절 때마다 집에 쌓이는 흔한 햄·참치 세트보다는 오히려 부피는 작고 비싸더라도 실용적인 제품을 택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면서 "인기가 많은 세트 구성은 이미 동났다. 인기 제품 외의 다른 구성도 물량이 달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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